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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녹슨 기차길 위로 6월 장마가 들 때면 / 익숙한 외로움

작성자박호|작성시간26.06.12|조회수0 목록 댓글 0

 

Peder B. Helland - Deep in the Forest 
https://youtu.be/rlWMDYpI7fM

 

 

 

  신탄리역 뒷길  다음이미지

 

 

  녹슨 기차길 위로 6월 장맛비가 내리면

  "너를 사랑한다"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

 

  연천 지나 신탄리 전동차 역에 가면 짜장면 집도 하나

  슈퍼 구멍가게도 하나 있는 곳에

  딱 고만한 방도 하나 봐 두었는데

  매번 요만 때만 되면 말로만 나간다

  동두천에서 전동기차를 갈아타고 한 시간 여를 가는

  철길 옆으로 옛 동네가 고대로 있다.

 

  녹슬고 외로운 기찻길이 지나가는 길가 좀 초라한 곳도 내 고향 마을 이면

  나는 좋다

  나를 반기며 꼬리 흔드는 강아지 맴맴거리고

  아이들 웃음소리도 한가로이 앉아 계신 동네 어르신들도 따뜻하고 좋다

  네 품이 좋고 네 살결이 좋고 네 내음이 좋다

 

  아무 데서나 어떤 나무도 잘 자라는 건 아니다

  농부는 안다

  땅 한 줌 잡아보면 어떤 작물이 되고 어떤 향이 나며 맛이 나는지를 알듯

  직근과 인 감나무는 물이 잘빠지는 산비탈이나 둔덕지와

  집들이 모여사는 습하지 않은 곳에서 튼실한 홍시를 맺고

  수양버들은 물가에서 그 멋스러움을 뽐낸다

  내 땅을 떠나 사는 교포 동포분들이 고국을 그리워하고 가끔 홈식homesick에 앓는 것도

  나 태어나고 살던 곳이 그리워 그러하리

  밭을 갈고 곡알을 심으며 뿌리를 내려보면 고향을 향한 그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뿌리도 잎새도 고향을 향한다

 

 

 

  강희경님의 [구로구 항동 푸른 수목원 & 항동철길에서]

 

 

  녹슬고 혼자된 기차 길 따라 오래된 두 칸짜리 동차를 타고 가면

  창가에 펼쳐지는 풍광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참 세월 빠르다

  하루 자고 나면 금세 토요일이고

  한주가 지나면 벌써 월말이다

  좀 붙여먹고살려고

  탈탈 털고 미국 다녀온 후로,

  무슨 놈의 전시고 나를 알릴 일이 있다고

  내가 만든 도지기와 옹기들 하며 방장놋쇠그릇까지

  다 들고 가려니 그 운송비만도 뉴욕 한쪽 비행기값만큼 들었다

  그렇게 가져갔어도

  가장 한국 적인 거지만도

  한국 미술을 소개하려면 어떤 단체기관이나 국가에서 주관해야지

  개인 작품으로는 너무 광의 해서 작은 타운이나 도시에서 전시하고 뿌리를 내리기에는

  1,2회 성 호기심의 대상은 되었어도 지역적 정서와 그들 생활 속으로 가깝게 다가가지는 못한다는 걸 알았다

  한번 전시로 더 이상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인디언 잉카 마야인들의 직조나 에스키모인의 퀼트나

  일본 아이누족들의 민속적인 수공품들이 더 접근력이 컸다

  백자 옹기 놋쇠방장들은 고가들이라서

  일회성이지 쉽게 그들의 일상으로 다가가지를 못했다

 

  옹기나 백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처럼 그들에게 일상화되지는 못하고

  여유 있는 가정의 호기 부장품으로나 겨우 선택되었다

  여러가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도로 나오니 내가 그토록 협궤열차를 타고 이천 여주까지 다니며 만들었던

  내손이 익숙했던 곳은 내 나라 내 같은 피부색의 짝이어야 흥분되고 설렘이 이는 것을 절실히 알았다

 

  이렇게 녹슬고 한적한 철길만 보아도

  한가로이 그림이 그려지는데

  나는 내 나라 하늘 산 들 동강 금강 비 소리까지

  나에겐 새콤한 상념이다

  익숙한 외로움이다

 

 

 

  신탄리역  다음이미지

 

 

  혼자된 기차 길 따라 오래된 두 칸짜리 동차를 타고 가면

  이렇게 6월 굵은 비가 퍼부을 땐

  창가엔 부딪히며 쏟아지는 비는

  내 마음인지 눈물인지 절로 손이 간다

 

  눈물방울처럼 지어 내려오는 허공에

  허연 상념이 비춰진다

  참 열심히 함께 살아왔다

  닳고 무뎌진 손 마디마디마다

  관솔이 배긴 듯 단단하다

 

 

  내가 누굴 사랑한다고

  참고 짓이기며 지내온 세상

  참 깊고도 매서웠다

 

  내 속에 무엇이 있어서

  내가 누굴 그리워해서

  아직도 저곳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맑고 따뜻한

  "너를 사랑한다"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

 

  삐걱대며 함께 가는 소달구지

  단호하고 엄격한 버럭 같은 아버지 소리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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