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는가 묻지 않았지
김경호
책보자기 둘러메고
코수건, 명찰 왼쪽 가슴에 꽂고
국민학교 1학년 학교 가는 길인데
남매를 남겨두고, 큰고모 내외가 쫓아낸
우리 엄마가 찾아왔지
내 손을 꼬옥 잡고
"아프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며
내 눈높이에 쪼그려 앉아
눈물만 흘리던 엄마,
학교 가는 아이들이 다 쳐다봤지만
나도 그저 눈물만 흘렸지
말 없는 아이의 지루한 1학년이 지나갔고
2학년 여름, 장마가 그쳤는데
10원짜리 홍옥 한 알도 제대로 안 드시며
늘 허리춤에서 맛있는 간식 꺼내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일이면
할머니 까칠한 삼베 치맛자락 잡고
가창공소 가는 일이 없어졌지
할머니 영정 앞에 아침밥 나르던
삼년상三年喪은 새엄마가 치렀고
돌담 아래 피던 제비꽃 같은
단발머리 네 살 터울 누이는 자주 매 맞으며 울었고
아홉 살 나는 모른 척 토끼풀 뜯으러 갔다 오면
걸레 빨아 함께 초가집 마루와 방바닥을 닦았지
가끔 해 뜨는 먼 산
할머니 산소 쪽 바라보면 눈물이 났지
할머니, 할머니, 속으로 부르며
돌담 끝에 숨어 몰래 울면서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자그마한 병 속이라도
누이와 들어가 숨고 싶었지
왜 그랬는가 묻지 않았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
- 김경호 시집 《우연히 우리가 거기 있었지》, (시하늘시인선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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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