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 - 류시화 만일 내가 물쥐라면 그렇게 물 밖으로 코를 내민 채 삶을 냄새 맡지는 않으리라 물쥐란 놈은 재빠르다 수면에 올라와 어떤 것을 눈치채고는 서둘러 물 밑으로 달아난다 유월부터 그 이듬해 오월까지 낮은 언덕지대에서부터 들판의 물웅덩이에 이르기까지 거기 어떤 것이 었어 흙을 부풀게 하고 물풀의 뿌리를 헤쳐 놓는다 밤이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것이 물쥐라는 걸 알았다 소리 없이 내 삶을 감시하는 것, 물 속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것 때로는 내 꿈 속까지 몰래 들어와 잠을 설치게 하고 생각의 뿌리를 헤쳐 놓는 것 저녁에 개를 끌고 저수지 근처로 나가면 그곳에 물쥐가 있다, 나무들 사이에 무렝 비친 구름들 사이에 하지만 물쥐는 언제나 혼자다 그렇다, 어떤 때는 나 역시 삶에서 혼자였다 만일 내가 물쥐라면 그렇게 살아볼 새도 없이 삶을 놓쳐 버리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 그렇게 놀라진 않으리라 내 집 뒤에 물쥐의 집이 있다 물쥐는 이따금 물 밖으로 걸어나와 내 시집에 얼굴을 문지르기도 하고 코를 들어 내 삶을 냄새 맡는다 물쥐에게 내 상처 받은 일에 대해 고백하지는 않으리라 나는 다만 물쥐에 대한 시를 쓰고 밤이면 들판을 건너가는 물쥐의 발 빠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는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다 <Edgar Tuniyants - The Soul In Paradi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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