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最後通牒) 게임 (Ultimatum game),
독재자(獨裁者) 게임 (Dictator game)
한 분에게 10만 원을 드립니다.
그러곤 실험실로 데려가서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 옆에 앉힙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렇게 조건을 내겁니다.
“지금 드린 돈을 저 분과 나눠 가지십시오.
얼마를 줄 것인지는 순전히 당신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단 상대가 당신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상대가 거부하면 10만 원을 다시 제게 돌려주셔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얼마를 주시려는지요?
천 원, 만 원, 아니면 5만 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공평하게 나누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럴 것 같다고요. 솔직한 대답 맞으신가요?
먼저 결과를 말씀드리면 사람들은 평균 4만 원을 옆의 사람에게 주었답니다.
저도 수긍이 갑니다. 너무 적은 돈을 주어서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면
나도 돈을 못 받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잘 따져보면 돈을 나눠 줘야 하는 저나, 받아들이는 상대방이나
별로 이성적인 사람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으로서는 천 원 아니 백 원을 받는다 해도 이득이니만큼
거절할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최소한의 액수만 주고,
나머지는 제가 다 갖는 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은 평균 4만 원을 나눠 준 반면,
돈을 받는 사람은 평균 2만 5천 원 미만이 되면 받기를 거절한다고 합니다.
이를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라고 합니다.
이 게임은 1982년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로 노벨상까지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에 의해 제안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돈의 액수를 변화시켜가면서 다양하게 실험을 해보았으나,
만 원이 걸렸든 백만 원이 걸렸든 나눠 주는 돈의 비율은 거의 같았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조지프 하인리히(Joseph Henrich)는
이 게임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15개 문화권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해보았습니다.
물론 문화에 따라 비율은 다르게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은 반으로 뚝 잘라 50%를 나눠 주었지만,
가장 야박한 문화권에서도 25%를 나눠 주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은 단순히 물질적인 이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과 상호 이득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부당하게 당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상대에게도 가능한 한 부당하지 않게 대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율 자체가 인간의 심리에 내장되어 있는 듯합니다.
이는 뇌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에 의해서도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물질인 옥시토신을 주사한 실험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훨씬 너그럽게 나눠 줍니다.
반면 우울증 환자와 같이 혈중 세로토닌 활성이 낮은 사람들은 상대가 나눠 주는 비율이
조금만 낮아도 쉽게 부당함을 느끼고 거절합니다.
최후통첩 게임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나 역시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니까요.
만약 이런 요소를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어 만들어진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에서는
피험자가 상대에게 얼마를 주든 간에 돈을 받는 사람은 거절할 수 없습니다.
즉 피험자는 10만 원 중 단돈 1원만을 주고 나머지를 자기 혼자 독차지한다 하더라도
전혀 손해를 볼 위험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적지 않은 수의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를 모두 모아보면
총 액수의 28.3% 정도를 상대에게 나눠 주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여 상대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조차
인간은 최대한 공정해지려고, 그리고 함께 이득을 나누려고 애를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