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우리 포천에는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죠? 저도 우리 본당에 와서 맞는 이 기념일이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날을 맞이해서 특별히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감옥터나 순교터를 방문해서 기도를 드리는 것도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날이 다가오면 2014년 8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 시복되던 광화문이 기억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것처럼 그 때 사전에 표를 받은 사람들만 그 곳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에게도 표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표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습니다. ‘VIP’/ 살면서 처음 접하는 VIP라는 대접에 저희들은 신나있었고, 또 교황님 미사를 앞자리/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서 자리를 보니..... 앞 자리는 앞 자리인데 너무 앞이라서, 제단보다도 앞인, 제단도 보이지 않는 무대 대각선 뒤쪽이었습니다. 결국 제단 대신 스크린을 보면서 미사를 했던 기쁘면서도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이 의미 있는 날, 우리는 독서와 복음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하여 희생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비유는 우리가 이미 알 듯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이에 대한 비유입니다.
이 말씀대로 많은 순교자들이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분들의 삶의 모범을 따라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마음의 자세가 어떠한지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 신학자는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그리스도교 순교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주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신앙 때문에, 종교적 신념 때문에 겪은 고문과 죽음이 가장 중요한가? 그보다는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오롯한 그리스도에 관한 증언이 아닐까?’ 이 물음의 차이는 미비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순교의 핵심은 고문과 죽음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한 증언, 복음의 증언에 포인트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해가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이 순교영성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오늘, 이 핵심을 잘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의 삶의 자리 속에서 ‘순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는 한 죄인의 죽음이지만, 신앙이 있는 이들에게는 온 인류를 구원하는 희생이 됩니다. 신앙의 눈으로 순교자들을 바라보며, 순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내 마음 속에 되새길 수 있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승한(사도요한) 작성시간 20.05.30 신부님!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강론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는 복자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름니다. -
작성자나는순재 작성시간 20.05.30 신부님 글 잘 읽었습니다.
목숨으로 지켜낸 순교자들의 삶에 새삼 숙연해 지내요
열심히 기도 하겠습니다 ~ -
작성자위천용 작성시간 20.05.3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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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향기로운여인/허영마리아 작성시간 20.06.01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아멘입니다. 신부님 저도 밀알이 되어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기를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