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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난치병

작성자by lee juong jae|작성시간26.06.18|조회수2 목록 댓글 0


난치병
글: 이정재
​나침반 바늘이 기를 쓰고 북을 향하듯
찰나의 깨달음 한 생각 놓치는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마는 어리석은 중생이여.
​어제는 눈앞의 먹음직스러움에 무너지고
오늘은 거절 못 할 권유를 핑계 삼아
때가 아니면 먹지 말라던
불비시식(不非時食)의 굳은 계율을 또다시 어겼구나.
​인사라는 미명 아래 오고 가는 먹거리들,
친근함과 예의로 포장된 인간관계의 틈바구니,
그 달콤한 명분 위로 여지없이 보태어지는 서글픈 식욕.
​사방에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세월 속에서
다음 끼니가 찾아오기 전, 속을 비워내는 배고픔이야말로
내 몸을 살리는 진정한 보약이자 건강이거늘.
​밀려오는 식욕과 순간의 허기를 견디지 못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고혈압과 당뇨와 비만,
내 몸을 망친 그 죄의 원인이 이토록 분명한데.
​해 질 녘 지나면 입을 닫으라는 성현의 옛 처방전,
아픈 원인을 이토록 뻔히 두 눈으로 보고서도
끝내 고치지 못하고 돌아서는 참으로 지독한 불치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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