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을 여는 서시 (序詩)
글 : 이정재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이 싫어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문턱을 낮추어
함부로 타인을 들이지
않게 되는 것임을.
구태여 나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고
타인에게 맞추느라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며
진심보다 계산이 먼저 보이는 세상에서
이제는 사람의 속도가
아닌, 속마음을 읽습니다.
상처의 시작이었던 기대를 내려놓으니
비로소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해집니다.
짧은 생의 여정 속에서 의미 없는 만남은 줄이고
어색하지 않은 침묵 속에서 참된 평온을 배웁니다.
북적이는 자리보다 책 한 권, 산책 한 번이 좋고
열 명의 아는 이보다 깊은 마음을 나눌
단 한 사람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떠나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아 서로를 지치게 하지 않으니
이제 내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고 방황하는 고독이기에,
홀로 있어도 이토록 평안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참 잘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후반전,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처럼
사람을 채워 늘리는 욕심은 내려놓고
오직 내 삶에 가장 소중한 사람만을 남겨두는
아름다운 여정을, 나는 묵묵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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