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유

작성자by lee juong jae|작성시간26.06.21|조회수1 목록 댓글 0


연유(緣由)
​보지 못했으나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골목골목
애쓰셨을 고단한
앞모습을.

구석구석 다정한 손길이
닿아 세상이 이토록 환해졌으니 말입니다.

​시킨 적도 없고, 약속한
적도 없건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다녀간 흔적들.

계단이 말끔해지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분, 마당이 깨끗해지면 절로 고개 숙여지는
그분. 당신은 365일
지지 않고 피어있는
법당의 가만지기
꽃입니다.

​담장도 없고, 소유하는 주인도 없는 절이
오랜 세월을 고요히
이어온 방식은
이렇듯 소리 없는 걸음들이 모인 덕분이겠지요.

​숙명도 운명도 아니기에
미리 정해진 박토(薄土)의 길은 없고, 신의 준엄한 명령이 아니기에
억지로 등을 떠미는
강요 또한 없습니다.

​알 수 없다는 차가운 회의(懷疑)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가는 분명한
길이 여기 있기에,
그 어떤 집착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아(無我)와 공(空)의 아름다운 연기(緣起)의 길.

​이토록 지극한 정성의
연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부처의 이름을 빌린 거창함도 아니요,
대단한 봉사라는 이름의 포장도 아닙니다.

​"오직,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
​그 무심하고도 깊은
한마디가
오늘도 무너진 마음에 향기로운 꽃 한 송이를 피웁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