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緣由)
보지 못했으나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골목골목
애쓰셨을 고단한
앞모습을.
구석구석 다정한 손길이
닿아 세상이 이토록 환해졌으니 말입니다.
시킨 적도 없고, 약속한
적도 없건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다녀간 흔적들.
계단이 말끔해지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분, 마당이 깨끗해지면 절로 고개 숙여지는
그분. 당신은 365일
지지 않고 피어있는
법당의 가만지기
꽃입니다.
담장도 없고, 소유하는 주인도 없는 절이
오랜 세월을 고요히
이어온 방식은
이렇듯 소리 없는 걸음들이 모인 덕분이겠지요.
숙명도 운명도 아니기에
미리 정해진 박토(薄土)의 길은 없고, 신의 준엄한 명령이 아니기에
억지로 등을 떠미는
강요 또한 없습니다.
알 수 없다는 차가운 회의(懷疑)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가는 분명한
길이 여기 있기에,
그 어떤 집착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아(無我)와 공(空)의 아름다운 연기(緣起)의 길.
이토록 지극한 정성의
연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부처의 이름을 빌린 거창함도 아니요,
대단한 봉사라는 이름의 포장도 아닙니다.
"오직,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
그 무심하고도 깊은
한마디가
오늘도 무너진 마음에 향기로운 꽃 한 송이를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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