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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한 작가님 방

유별나게 살지 말자

작성자일송정|작성시간09.11.16|조회수48 목록 댓글 1

유별나게 살지 말자

 

김광한

 

오늘 아침 일찍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새벽의 전화는 언제나 불길한 내용이다.

고등학교 동창생 한명이 죽었으니 서울 대방동 보라매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나는 우선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동창생의 부고(訃告)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동창생 가운데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 두어명밖에 안되고 또 잘 들어오지 않기에 그 알림의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죽은 그 친구가 66년동안 살아오면서 어디 한군데 이름 올려놓은 적이 없기에

이렇게 살다간 흔적을 동창생 홈페이지에 이름이라도 올려놓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야 흔적이라도 남지...

 

高 11회(1962) 박종화군이 지난 11월 14일 선종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소서.亡者여 영원한 안식을 취하소서

세상의 나그네

김광한

 

평균 수명이 늘었다지만 우리 나이는 인생의 오후를 치달리는 나이임에 틀림이 없다.

그동안 명예를 얻었으면 얼마나 얻었겠고

돈을 벌었으면 또 얼마나 벌었겠는가.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면 그 박사가 얼마나 갈것인가.

글을 잘 써서 많은 문학상을 받고 그 이름이 알려졌던들

나머지 인생에서 활용할 가치가 과연 있겠는가.

한때 직위가 높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세월의 물결에 벌써 멀리 떠내려 간것을,

그것을 자랑해봐야 뭣하겠는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동안 삶을 지탱해 주었던 모든 규격적인 생활에서

이제는 조금은 자유스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삶의 시한이 많이 남은 사람들에게 그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고

다툼에서 해방이 되고

누구 욕하지 말고

많이 가진자 부러워하지 말고

살아온날 감사하게 여기고

오늘 전화준 사람 고맙게 여기고

가고 싶은 데 가고 가고 싶지 않은데 가지 않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굳이 만날 필요없고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말고

내가 가진 것 달라고 하면 줘버리고

남의 슬픈 얼굴에 미소를 그려주고

그리고 유별나게 살지 말자는 것이다.

 

나이들어 유난하게 건강에 신경쓰고

온갖 몸에 좋다는 약은 모두 줏어먹고

살아온 날들을 남들에게 미화시켜 자랑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오래 버틸수 있는가.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잠시동안이나마 남는법이다.

유별나게 살지 말고

조용히 부르면 가고 부르지 않으면 집구석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사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찜질방에서 수건 두르고 농담이나 따먹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훌륭하게 살다간 사람들을 영상으로 만든 그런 프로들,

그런 것들 보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일 것이다.

 

재래식 철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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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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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강명희 | 작성시간 09.11.19 원고 마감 독촉 전화를 받음에도... 모처럼만에 들른 선배님의 방에서이렇게 머물고 있습니다...제 카페에도 오셔서 선배님의 유쾌. 통쾌한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요즘 저도 칼럼집을 하나 만들까 준비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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