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과 혜존
아는 이한테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나같은 사람까지 챙겨주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책 속에 '이무완 선생님 혜존' 하고 써주었습니다. 어제는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한 권 보내왔습니다. 여기에는 '드림' 하고 찍혀 있습니다. 드림과 혜존. '드림'은 '준다'는 높여 말할 때 쓰는 움직씨 '드린다'를 이름씨꼴로 쓴 말입니다.
문득 '혜존'은 무슨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말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풀어놓았습니다.
혜존(惠存)[혜ː-/헤ː-] 「명사」‘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드릴 때에 상대편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
상투처럼 쓰는 말이라 다들 책 따위를 줄 때는 이런 말을 쓰는가 보다 했습니다. 편지를 쓸 때, 귀하, 올림, 드림 같은 말처럼 말이지요. 그 말이 '받아 간직해 달라'는 말인 줄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더욱이 받아서 간직하라는 말은 훌륭한 책이니 잘 간직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한 수 배우라는 말 같기도 합니다. 책 보내 주신 분이야 그런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말뜻을 곧이곧대로 새기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혜존 말고 '근정(謹呈)' 같은 말도 띄엄띄엄 쓰는 사람이나 출판사가 있는데 이 말도 어렵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혜존' 같은 말보다는 '드림' 하거나 '드립니다'하는 게 훨씬 깨끗하고 쉬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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