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쓰는 말_기안
학교도 공공기관이니 이런저런 공문서를 만들어낸다. 공공기관에서 모든 일은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때 공문서를 만들고 결재가 끝날 때까지 일상으로 쓰는 말들을 한번 생각해 본다.
일을 맡은 계원係員이 기안起案을 하는데, 대개 자세한 계획은 별지別紙로 첨부添付하여 교장이나 교감한테 상신上申한다.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나 내용을 알아야할 사람한테는 공람供覽을 한다. 상급자는 올라온 기안을 살펴보고 결재決裁를 한다. 결재를 득得한 공문은 회람回覽하여 모두에게 알리고 일을 시행한다.
여기에 쓴 말은 죄다 일본어투 한자말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예사로 하는 말이지만 일본말을 따라서 쓰는 말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같은 한자말이라도 쉬운 말을 골라 쓰려고 해야 한다. 일테면 ‘계원’은 어떤 일을 맡아하는 사람이다. ‘담당’또는 ‘담당자’라는 말이 더욱 쉽다. ‘기안’은 사업이나 활동을 어찌어찌 하겠다는 처음 계획서로 달리 ‘초안’이라고 해도 될 말이고 ‘별지’와 ‘첨부’는 ‘따로붙임’이나 ‘붙임’으로 쓰면 좋겠다. ‘상신’이라는 말은 윗사람한테 어떤 일이나 사정 따위를 말이나 글로 알리는 일이다. 우리 말 사전에서는 ‘알림’, ‘여쭘’으로 다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상신’했을 때하고 말맛이 많이 다르다. ‘보고’는 어떤가? ‘공람’이나 ‘회람’은 어찌 보면 비슷한 말이다. ‘같이 보기’나 ‘돌려보기’로 해도 너끈하다.
결재는 어떤 일을 그렇게 해도 좋다고 결재하는 사람이 서명하는 일이다. ‘결재를 득했다’는 말은 윗사람이 초안을 보고 그렇게 해도 좋다고 서명을 받았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결재를 ‘허가’의 뜻으로 보면 ‘얻었다, 받았다’고 하면 훨씬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