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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쓰는 말_결석계

작성자이무완|작성시간14.03.11|조회수1,426 목록 댓글 0

결석계라는 말

 

학교에서 너나없이 쓰는 말 가운데 결석계’, ‘휴직계’, ‘조퇴계같은 말이 있다. 결석, 조퇴, 휴직 같은 말은 흔하게 쓰는 말이니 알겠는데, 뒷가지로 붙은 ‘-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때 계이른다, 다다른다는 뜻이 있다. 이 말들 가운데 휴직계, 조퇴계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마침 교육부에서 낸 학교생활기록부기재요령≫ 이 있어서 펼쳐보니 별지 제3(출결상황 관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 질병으로 인한 결석

결석한 날부터 5일 이내에 의사의 진단서 또는 의견서(의사 소견서, 진료 확인서 등으로 병명, 진료기간 등이 기록된 증빙서류)를 첨부한 결석계를 제출하여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다만, 상습적이지 않은 2일 이내의 결석은 질병으로 인한 결석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학부모 의견서, 처방전, 담임교사 확인서 등)가 첨부된 결석계5일 이내에 제출하여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

 

교육부에서 내는 자료가 이 모양이다. 한글로 썼을 뿐이지 온통 한자말 투성이에 다른 나라 말법 범벅이다. 질병으로 인한 결석질병 결석이나 질병으로 한 결석으로 쓰든가 '병으로 결석할 때', '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때'처럼 쓰면 훨씬 쉽다. '상습적이지 않은'이란 말도 '상습이 아닌', '버릇이 아닌'으로 다듬고,  ‘기록된’, ‘첨부된같은 입음꼴로 쓴 말도 기록한’, ‘첨부한같은 말로 써야 한다. ‘적은’, ‘딸린같은 우리 말로 썼더라면 더욱 좋았겠지.

 

다. 병 결석

결석한 날부터 5일 이내에 결석신고서와 의사의 진단서 또는 의견서(의사 소견서, 진료 확인서 따위로 병 이름, 진료기간을 적은 서류)를 학교장한테 내서 승인을 받은 때

다만, 버릇이 아닌 2일 이내 결석은 병 때문에 결석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학부모 의견서, 처방전, 담임교사 확인서 따위)를 결석신고서와 함께 5일 이내에 내서 학교장 승인을 받은 때

 

영국 수상을 지낸 마거릿 대처는 사람 사이는 소통에 달려있다. 어려운 글은 소통에 걸림돌이다. 정부처럼 큰 기관이 일반인과 소통을 할 때 오해가 있으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고 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 20106월에 낸 자료를 보면,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치러야할 시간 비용이 한 해에 170억 원이나 된다고 했다.

결석계’, ‘조퇴계같은 말은 학교 안에서 흔하게 쓰고 선생한테야 그다지 어려운 말이 아니다. 뭐 쓸 일도 없지만. 허나, 학생이나 학부모 가운데 누구라도 결석계가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그깟 말도 모른다고 나무라겠는가. 그때마다 결석계缺席屆 는 어떤 일로 학교 공부를 빠질 때 결석한 까닭을 적어서 내는 서류라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더욱이 이 말은 일본말 찌꺼기. 일본 사람들이 쓰던 말을 버리지 않고 어른들이 쓰고 아이들은 또 그 말을 따라간다. 이래서 어려운 말 천지가 된다. 그러니 여기에 나온 '결석계'는 같은 한자말이라도 결석신고서로 다듬어 쓰면 한결 뜻이 또렷해진다. 이런 말 한 마디 다듬는 일, 이게 진정 학생을 위하는 일이고 학부모를 배려하는 교육행정이다.

말이 났으니 군말 한 마디 보태겠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빠질 결을 줄여서 하품 흠으로 적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일본 사람들은 자와 자 소리가 같기 때문에 자를 자로 쓴다. 하지만 우리 한자로는 두 글자는 소리와 뜻도 아주 다른 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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