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름패
요사이 국회의원들이 한 일 가운데 짝짝짝짝, 손뼉 쳐 줄 일 하나가 있다. 국회의원 금배지에는 무궁화 모양 바탕에 한자로 ‘국(國)’을 새겨놓았는데, 앞으로는 한글 ‘국회’로 적기로 한 규칙을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금배지뿐만 아니라 국회기, 단상, 의장패, 심지어 맨홀 뚜껑까지 한자를 새겼다. 국어기본법이라는 법이 있어도 눈 하나 꿈쩍 않던 국회가 생각을 바꾸고 한글을 쓴다니 어찌 손뼉 쳐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우리네 일터 안팎도 살펴보면 좋겠다. 여러분이 일하는 학교를 상징하는 교표나 교기, 교훈, 교실 팻말들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여기저기에 한자가 심심찮게 웅크리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얼마 전 볼일로 어느 학교에 갔는데 교감선생님 책상 앞에 놓인 이름패를 한자로 새겨놓았다. 이름패를 누가 보는가. 설마 교감선생님이 누군지 뻔히 다 아는, 그 학교 학생이나 선생이 보라고 적어놓은 것을 분명 아닐 것이다. 상식으로 보면 모르는 사람이 이름 알라고 놓아둔 게 이름패 아니냐. 그런데 한자로 써서 읽지 못한다면? 어쩌면 알아먹기 어려운 한자로 적어야 권위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사실이라면 학교 현황판에 밝힌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정은 거짓말이고 속임수다. 사람 이름이고 방 이름이고 알아먹게 새기는 일에서 소통이 일어난다. 소통할 때 공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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