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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과 정근

작성자이무완|작성시간11.02.12|조회수2,192 목록 댓글 0

졸업할 때 주는 상 가운데 개근상과 정근상이 있다. 예전에는 한 학년 마칠 때마다 1년 개근상을 준 일이 있긴 해도 요즘은 드물다. 내가 학생일 적에도 개근상은 받아도 그다지 기분 좋은 상은 아니었다. 상 이름에서 느끼지는 말맛 때문이다.  

개근(皆勤)은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왔을 때를 말한다. 그러니까 한자말 뜻으로 보면, 모두 근무했다는 말이다. 그러면 정근은 뭔가 싶어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뜻풀이가 나온다. 그 가운데 학교에서 쓰는 말뜻하고 가장 가까운 뜻은 이렇다. 

 

정근5 (精勤)명사일이나 공부 따위에 부지런히 힘씀.

학교에서는 학교를 빠진 날수가 3회 미만일 때를 말하는데, 사전에서는 '일이나 공부 따위에 부지런히 힘씀.'하고 나온다. 말맛으로나 뜻으로나 '정근'이 훨씬 느낌이 좋다. 어쨌거나 개근, 일테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다닌 아이가 솔직히 몇이나 될까? 오늘 졸업한 우리 교실 은성이가 내게 와서는 이런다.

"선생님, 저 결석한 날 많은데 어떻게 개근상을 받게 되었어요?"

"출석 상황에 결석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되어있던데."

오히려 내가 더 어리둥절하다.

"저, 5학년 때 어학연수 간다고 많이 빠졌는데요."

알고 보니 교육청에서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보냈는데 그때 은성이도 다녀온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에 모두 나왔다고 하니까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은성이 말고도 효경이도 체험학습 간다고 빠진 날들이 많다고 하면서 저도 왜 개근상을 받는지 모르겠단다.

사실, 초등학생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국내 3개월 이내, 국외 1개월 이내로 교환학습을 갈 수 있다. 또 학부모와 학생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현장 체험학습을 떠날 수 있고 교환학습과 체험학습 모두 출석으로 인정한다. 그러니 말뜻대로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나온 공을 인정해서 주는 개근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극중 오승아는 소속사 대표 진대표(이형철 분)에게 "대상이 공동이 어딨어. 이게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 어떻게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받어"라고 쏘아 붙였다. <마이데일리 2010년 12월 31일치>

 

기사에 보면, MBC가 '2010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공동수상자를 많이 내면서 드라마 <온에어>에서 나온 배우 김하늘이 하는 말이다. 기사의 한 부분이고, 드라마에 나온 배우가 한 말이지만 이 말 속에는 사람들이 개근상을 어떻게 보는가를 뚜렷하게 알려준다. 연기대상의 가치가 그만치 떨어졌다는 말을 하려는 것인데, 그 가치 없는 상이 바로 '개근상'이고 '선행상'이다. 개근상은 성실하게 학교에 다닌 업적(?)을 기려서 주는 상이고, 선행상은 착한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 사람들은 가치가 떨어지는 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가 지나가는 소리로 내게 말한다.

"선생님, 개근상이 무슨 뜻인 줄 아세요?"

"글쎄, 그게 넌 무슨 뜻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아빠가요, 개근상은 개나 소나 다 받는 상이래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입맛이 쓰다. 그만치 개근상의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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