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환우'라는 말
자주 가는 주유소 한쪽 벽에 "장애우와 함께하는 세상 ○○주유소가 함께 합니다’라는 펼침막이 오래도록 걸려 있다. 한번은 '장애우'를 '장애인'으로 고치는 게 어떤가 했더니 '장애우'가 훨씬 좋은 말이라면서 내 말을 싹 무시한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장애우'에서 ‘우’는 한자말로 벗, 친구, 동무를 뜻한다. 또래한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애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모두가 친구’라는, 좋은 뜻으로 쓰기 시작한 말이지만 장애인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왜 그럴까. 그 까닭은 들자면 쉽다. 일테면 우리 아버지가 장애인이라고 치자. 내가 우리 아버지를 가리켜 “우리 아버지는 장애우입니다.”하고 말할 수 있을까. 또 내가 장애인이라고 치자. 이때 자신을 가리켜 “나는 장애우입니다”가 될 말인가. 곧이곧대로 풀면 “나는 장애인 친구입니다” 또는 “나는 장애인을 친구로 생각합니다”로 말하는 꼴이 된다. 이는 우리 말 정서(높임법)에 어긋난다. 거기에 ‘비장애우’는 또 무슨 말일까? ‘장애우가 아닌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이래도 헛갈리고 저래도 헷갈린다. 그러니 ‘장애인’이라고 하자.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장애자’에 쓴 ‘자’라 ‘놈’인 까닭에 1989년에 이 법은 ‘장애인복지법’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대부분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쓴다. 학교에서도 ‘장애학생’, ‘비장애학생’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은가.
말이 났으니, 이 비슷한 말로 '환우'라는 말이 있다. ‘환우’도 마찬가지다. ‘환자’ 할 때 ‘자’가 사람을 낮잡아 말한 ‘놈’이라는 뜻이니 ‘병을 앓는 놈’이라고 곧이곧대로 새기는 사람이 있을까? ‘노동자’, ‘교육자’, ‘운전자’, ‘생존자’ 같은 말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이 말들도 ‘자’가 눈에 거슬리니까 ‘노동우’, ‘교육우’, ‘운전우’, ‘생존우’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자’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널리 쓰인다. 물론 말 만든 사람들이야 좋은 뜻으로 만들었겠지만 그렇다고 ‘병을 앓는 동무’라는 뜻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 ‘장애우’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이 말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로 알맞은지, 나이가 많은 이들한테도 쓸 만한 말인지도 따져보아야할 것이다.
(2013.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