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리의 겨울
문희봉
푸르렀던 들판에 손님이 내려 쌓여 길을 없앴다
논두렁을 걸으며 잡아들이던 매뚜기
펑퍼짐한 곳에 앉아 참을 드시던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다
길도 논도 조그만 둠벙도 모두 잠기고
달그락달그락 자리틀 경쾌한 소리도
철그덕철그덕 가마니틀 목 쉰 소리도
낡은 풍금 소리 따라 고개 넘더니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
합덕방죽 기념관 지킴이인 젊은 공무원은
어르신들의 곱고고운 인정들을 보자기에
싸려 애쓰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있다
먼 기억 속으로 떠난 어릴 적 풍경들
마을 어귀에 흐드러지게 폈던
복사꽃, 살구꽃
그 봄을 어디에서 찾을까
얼음 쩡쩡 갈라지는 기억들이 숲을 이룬 고향 마을
미루나무에 걸려 있는 마을 어르신들의 구수한
이야기는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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