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가르침
문희봉
보문은 엊그제 빗물을 계곡으로 흘러 보내고 있었다
그 경쾌한 소리가 내 귀를 씻어주었다
나무들도 줄탁동시하며 맑은 하늘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우물 속 수초 밑에 고기들이 모여들고
갈대는 허리를 굽힐 줄 알기에 부러지지 않는다
강하게 보일 때가 약할 때라고
약할게 보일 때가 강할 때라고
조물주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다
억지로 허리를 굽히게 하는 건 순리가
아닌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짐을 져본다
자연스럽게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시선은 자꾸 아래로 향한다
시기와 질투가 생겨나면 회초리를 들라 하신다
꼿꼿이 세운 경추, 교통사고 한 번이면 끝이라 하신다
겸손을 가르쳐주시는 나의 조물주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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