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윗목
문희봉
혼자인 날은 마음이 허전해진다
고추며 감자며 옥수수를 머리에 이고
장에 가신 엄마 기다리는데
해는 시들어 버리고
등잔불은 자꾸만 껌뻑거리고
문도 못 열어보고
하필이면 오늘 따라 식구들도
없는 시각 낮에 보았던
배추흰나비 날개 젖을라
살금살금 내리는 저 가랑비
엄마 옷 젖을까 걱정이 돼도
한 발짝 움직이지 못하던
어리고 어렸던 아들
서너 줄 쓰던 일기를 늘이어 쓰고 늘이어 써도
셈본책 그도록 많이 예습해 보아도
귀에 익은 엄마 발소리 들리지 않고
등잔불 앞에 코를 박고 훌쩍이다
누군가 어깨 흔드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붉게 충혈된 눈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한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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