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천사가 소녀에게 알려준 행복의 비결
문희봉
한 소녀가 산길을 걷다가 나비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가 거미줄에 걸려있던 나비를 구해 주었습니다.
나비는 춤을 추듯 훨훨 날아갔지만 소녀의 팔과 다리는 가시에 찔려 붉은 피가 흘러 내렸습니다. 그 때 멀리 날아간 줄 알았던 나비가 순식간에 천사로 변하더니 소녀에게 다가왔습니다. 천사는 자기를 구해준 은혜에 감사하면서 무슨 소원이든 한 가지를 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소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때 천사는 소녀의 귀에 무슨 말인가를 소근거리고는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도록 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우러러 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예쁜 소녀가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임종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할머니가 죽기 전에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소녀였을 때 나비천사를 구해 준 적이 있었지, 그 대가(代價)로 천사는 나를 평생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 주었어. 그때 천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이는 거야. 무슨 일을 당하든지 감사하다고 말하면 평생 행복하게 될 거에요. 라고. 그 때부터 무슨 일이든지 감사하다고 중얼거렸더니 정말 평생 행복했던 거야. 사실 천사가 내 소원을 들어준 게 아니야, 누구든지 만족할 줄 알고 매사에 감사하면, 세상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감은 할머니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이 가득했습니다.
내 삶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조별 달리기를 하면 다음 조의 선두와 경쟁을 벌였지만 그래도 나는 뛸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수수빗자루 끝에 묻어오는 송홧가루 노오란 빛깔 속에서 고향의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감사했습니다. 산에 오르다가 하얀 앵두꽃이 싸락눈처럼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보며 석류나무에 매달렸던 홍보석 같은 초롱꽃을 보며 나는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기뻐했습니다.
바심을 끝내고 노적가리가 안마당에 높이 올라갈 때쯤 환한 모습의 아버지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앞에 태어난 생명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아름다운 인연을 부여하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 땐 그것이 행복인 줄 몰랐습니다.
나이 들어 밤중에 한두 번을 깨어 화장실에 갑니다. 이 때도 나는 투덜거리지 않습니다. 아! 지금도 내가 살아있구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행복입니다.
서쪽으로 넘어가던 태양이 언제나 어느새 훌쩍 자란 소나무 가지에 걸려 나를 보고 오늘 하루도 감사했다 인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 성적 오르는 건 아내 덕, 내려가는 건 내 탓이라 우기면 나는 그걸 수용하면서도 좋았습니다. 잠 못 이뤄 뒤척인 지난밤의 시름을 훌훌 떨어내리며 이 아침에도 나는 행복의 비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