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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文學

보통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작성자하정 문희봉|작성시간26.06.10|조회수18 목록 댓글 0

보통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문희봉

 

낮게 내려앉는 산과 들에 늦가을 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가을 냄새 풍기는 산과 들이 붉고 노란색으로 치장하고 먼 산을 휘돌던 안개가 온산을 회색빛으로 바꾸어 놓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풍경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귀한 사람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이다. 여린 들꽃 같은 사람들이다.

보통사람끼리 만나서 결혼하고, 평범한 구조와 치장을 한 집에서 기쁨을 누리며 살고, 보통사람들끼리 친분관계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보통사람들의 웃음은 보통이상의 사람들의 그것과 구별된다. 가식이 없다.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

돋보기는 사소한 것은 보지 말고 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위를 보면 한 없이 처량해지고, 아래를 보면 좀 위안을 받는다. 장미꽃 망울처럼 터지는 보통 사람들의 웃음, 보통사람들은 그 웃음을 사랑한다.

땅에 뿌리를 내린 순간부터 나를 키운 건 제도가 아니라, 권력이 아니라, 배경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을 포함한 자연이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들이다.

봄은 꿈꾸는 소리를 낸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항상 봄이다. 그리고 긍정적이다. ‘나는 원래 귀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훈장처럼 어깨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 보통사람의 몸에는 향기가 있다. 마음을 열고 만나니 편견도 없다. 나는 그 향을 첫사랑의 고백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보통사람들의 삶은 애환으로 허덕일 때 삶의 벗이 되어 주고 나침반이 되어 주는 삶들이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는 큰 산처럼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는 부정이요 모정이다. 그들은 흘러간 세월이 모이고 지나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에서 자신들의 생을 살찌운다. 연륜은 쇠도 녹게 한다. 그들은 걷거나 뛰거나 삶은 같은 거라는 철칙을 나이 든 뒤에야 깨닫고는 비시시 웃는 여유를 보인다.

바람은 특별한 날이나 휴지를 나비로 만들어내지만 보통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하늘을 난다. 보통사람들은 파랗게 쏟아지는 별빛 연륙교 위에 맨몸으로 누워 별들을 안아보는 꿈을 꾼다. 그것뿐인가? 물총을 쏘면서 즐거워하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행복을 느낀다. 오늘밤도 고향집 굴뚝에서 연기가 구수하게 방안으로 스며드는 꿈을 꿀 것이다.

이 가을에 보통사람들은 당신을 그리는 思婦(夫)曲을 쓴다. 옛 추억을 맛깔스런 사투리에 갈무리하여 숭숭 썰어내면서 思婦(夫)曲을 쓴다. 입춘 소식을 듣지 못한 우중충한 모피 같은 건 입지 못했을지언정 가까운 이웃끼리 군밤 나누어 먹을 줄은 안다.

무소유로 양팔 벌리고 사는 허수아비와 친구가 되고자 달 뜨는 밤이면 몸이 근질거려 외출을 한다. 그들의 표정엔 헤픈 웃음 웃고 있는 탱탱한 알곡을 자랑하는 벼들의 생애가 찰지게 녹아흐른다.

가진 것은 없어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였고, 가공하지 않은 이야기를 갖고 있고,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자녀들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배꼽을 잡고 웃는 천진을 유전인자로 받아가지고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북받치는 설움, 사무치는 그리움, 지난 일들이 한 올 한 올 회한으로 되살아나 가슴을 후벼 파는 일도 없다.

저 멀리서 가을 그림 한 폭 지우개로 지우듯 감을 따는 모습의 노년의 모습이 그리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하며 행복을 만끽한다.

넘기 어려운 고비마다 흔들렸지만 독하게 살자 다짐하는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고, 꿈이 있고, 재미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웃음으로 슬픔을 말리고, 눈물을 말린다.

보통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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