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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

신어산에 흐른 불심(1부) / 김성문

작성자김성문|작성시간26.08.22|조회수763 목록 댓글 2

신어산에 흐른 불심(1부) / 김성문

 

김해 시가지 동쪽에 솟은 신어산에는 가야의 역사와 불교의 숨결이 겹겹이 배어 있다. 해발 약 631m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수려해 소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산길 곳곳에 오래된 절과 암자가 자리해, 걷다 보면 자연스레 가야불교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먼저 찾은 곳은 은하사였다. 옛 이름을 서림사라 했다는 이 절은 임진왜란 때 불탄 뒤 조선 인조 때 중창되었다. 후대의 사찰 기록에는 가락국 수로왕 때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 연대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가야불교의 전승만으로도 절의 역사는 깊게 다가왔다.

 

신어산은 예전에 선어산 또는 은하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절 또한 서림사, 은하사, 소금강사 등 여러 이름으로 전해져 왔다. 산이 세월에 따라 다른 이름을 품어왔듯 절도 시대마다 새로운 이름을 얻으며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1989년 봄에는 큰 산불이 신어산 일대를 휩쓸었다. 산허리가 불길에 휩싸였는데도 은하사와 대웅전은 화를 면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피가 절을 지켰다고 믿었다. 믿음의 까닭을 헤아릴 수는 없어도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오래된 법당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저절로 경외감이 일었다.

 

2017년 가을, 은하사 대성 큰스님과 나눈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큰스님은 장유화상이 가락국의 번영을 빌며 절을 세웠다고 전하며, 당시 주변에 아홉 개의 암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불교에서 아홉은 구품정토와 연결되는 숫자다. 중생의 근기를 아홉 단계로 나누듯 인간의 마음 또한 한 겹으로만 헤아릴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아홉은 한 자리 수의 끝이면서 우리 민속에서는 아홉수라는 불안의 숫자이기도 하다. 완성과 불안이 한 몸에 깃든 숫자. 문득 그것이 인간의 마음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 오른편 요사채에는 서림사라 적힌 옛 현판이 걸려 있다. 그 앞에 서니 오래된 이름 하나가 품은 세월의 결이 손끝에 닿는 듯했다. 대들보에는 용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신어가 그려져 있다. 수미단 아래에도 서로 마주 보는 물고기 조각이 있었으나 오래전에 도난당했다고 한다. 누군가 역사의 한 조각을 떼어간 셈이다. 절에서는 새 신어 조각을 마련해 그 자리를 잇고 있었다.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만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은하사를 떠나 도로를 따라 남동쪽으로 약 800m쯤 가면 동림사가 나타난다. 동림사 역시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근래에 화엄선사와 월주 스님 등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일주문을 지나 숲길을 걸으면 대원보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자애로운 표정의 지장보살이 주불로 모셔져 있다. 대원보전 앞에 서자 산길을 오르며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렸다. 잠시 눈을 감으니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 귓가에 남았다.

 

대원보전 뒤편에는 신어산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암벽 앞에 서자 내가 품고 있던 생각과 번민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한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2부에서 계속>

 

신어산 은하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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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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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다Vada 권길자 | 작성시간 26.08.23 원장님! 실로 역사의 힘이란 무섭군요. 단 몇 분
    만에 우리의 앎을 바꾸고 또 그 깨달음과
    새로 담아낸 참마음이 사람의 인생과 사고조차
    바꾸어가는 그 위대한 힘, 거듭 감사합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성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8.23 권길자 선생님!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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