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SPECIAL TEXT
음악산업 관계자들 선정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 반드시 조명해야할 그 충분한 이유들 (서브 1998년 12월호)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기획은 원래 서브 1998년 12월호에 실을 SUB SPECIAL TEXT 12회를 준비하다가 생각한 것이다. SUB SPECIAL TEXT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이 아니었고, 그해 9월 정도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시리즈 기획기사가 평이 좋아서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물이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특집기사 준비할 때부터 반응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결국 내게는 불멸의 기획 아이템이 된 느낌이다. 2007년에는 경향신문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다시 기획해서 경향신문 문화면에 50주간 연재를 했고, 2008년에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 박준흠
42(8). 낯선 사람들
1집 (1993 / 하나뮤직 / 예원레코드)
고찬용(g, v), 허은영(v), 신진(v), 이소라(v), 백명석(v)
세션 : 최이철(g), 손진태(g), 조동익(b, prog), 김병찬(b), 장기호(b), 정원영(key), 박용준(key), 박성식(key), 김광민(key), 남궁연(d), 김영석(d), 김민기(d), 배수연(d)
낯선 사람들의 낯선 앨범. 90년대를 휩쓴 각종 열풍 가운데 하나였던 재즈 붐이 완전히 거품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던 이 재능 있는 보컬리스트 집단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지칠 지경이지만) 한국 대중음악계의 부박함을 또 한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유재하 가요제가 배출한 기린아 고찬용을 중심으로 이소라, 신진, 허은영, 백명석이 모인 맨하탄 트랜스퍼 지향의 보컬그룹이 선사하는 목소리들의 향연은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첫머리의 그룹 소개곡 <낯선 사람들>부터 가사를 쓴 이소라의 목소리가 이미 그 매력적인 비음을 과시하기 시작하며, 작사와 리드 보컬을 맡은 <왜 늘…?>에 와선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비닐우산>은 무반주 재즈 보컬의 맛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고, 동화 같은 가사의 <해의 고민>은 흥겹고 아기자기한 가운데 다양한 구음들이 선보인다. 전곡을 작곡한 고찬용의 비전대로 산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좋지만, 한편으론 이 ‘TV 용으론 긴 쇼’가 뭔가 하나 자극적인 ‘물건’으로 시장의 한구석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아쉬움이 든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