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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 소식

고찬용 인터뷰 - 바래지 않은 뮤지션의 초상

작성자FILT|작성시간07.02.10|조회수865 목록 댓글 8
고찬용, 바래지 않은 뮤지션의 초상 


 

낯선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음악의 매력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고찬용은 그 특유의 독특한 음악스타일로 낯선사람들의 매력을 이끌던 인물이다. 1990년 제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거리풍경」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1996년까지 낯선사람들을 통해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10년의 시간을 점프 컷해서 2006년 11월 홀연히 솔로 데뷔앨범을 발표한다.

 

7년 남짓한 음악활동이었지만 그에 대한 인상은 누구보다 강렬하다. 아카펠라라는 신선한 형식도 그랬고 기존대중음악과는 다른 섬세함과 새로움이 그의 음악엔 존재했다. 10년만에 발표된 고찬용 데뷔앨범은 음악취향Y 12월 공통앨범리뷰에서 세 명의 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별 넷을 받았다. 10년의 세월을 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아티스트의 노력이 담긴 역작이었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 낯선사람들의 이야기, 10년간의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에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서 일까? 그는 공황장애와 누님의 죽음이라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으며 인터뷰가 아닌 인간적인 이야기가 늦게까지 술자리로 이어졌다.

 

○ 시     간 :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오후 8시
○ 장     소 : 홍대 민들레영토
○ 인터뷰어 : 고찬용
○ 인터뷰이 : 호떡바보, 전자인형, 헤비죠, 투째지

 

 

 

Chapter 1 : 10년만의 재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더 많았다.

 

투째지 : 너무 오랜만이신 것 같다.
헤비죠 : 앨범 제목만 봐도 10년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고찬용 : 앨범 제목은 자켓 디자인 하는 친구가 제안해서 그렇게 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으니까…….

 

헤비죠 : 디자인 하신 분은 음반을 듣고 디자인을 했나? 음악의 느낌이랑 잘 맞는다는 느낌을 가졌다. 원색이 아니라 중색을 위주로 쓰였는데 음악의 느낌이 톡톡치는 원색보다는 여러 결이 합쳐진 GRP 사운드의 느낌이어서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디자인 하는 분이 음악하는 분인가?
고찬용 : 아니다. 디자인하는 친구다. 인천대 후배다. 허은영씨 친구이고 옛날 포크라인 후배이다. 처음에는 자켓을 그림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디자인하는 분이 음악을 들어보고 파란 느낌이라고 했고 여러 번 수정을 거쳐서 그렇게 되었다.

 

투째지 : 10년이 언제부터 10년인가? 낯선사람들 2집 이후인가? 낯선사람들 이후 1999년쯤에 이규호 1집인가 2집 앨범 프로듀싱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간의 공백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공백이라면 엄청난 공백인데 10년동안 두문불출한 이유는?
고찬용 : 먼저 내가 좀 아팠다.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다. 요즘 TV에서도 공황장애에 대해서 가끔 나오는데 밖에도 오랫동안 못나가고, 몸이 안 좋으니까 집에서 술, 담배만 무지하게 했다.(웃음)

투째지 : 아픈 계기가 따로 있었나?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건가?
고찬용 : 낯선사람들 2집을 하면서 좀 힘들었었다. 음악적인 과도기였던 것도 같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던 것도 있고, 팀도 바뀌고 해서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 부담이 심했다. 새로운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여러모로 생각하는 데로 잘 안되었던 앨범 작업이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투째지 : 말씀을 들으니 당시 인터뷰가 생각난다. 자신의 고민은 2집이 계약문제 등으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고찬용 : 그런 문제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못해주신 것은 아닌데 조금만 기다려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스케줄이 좀 조급했다. 그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무작정 기다려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음악적 과도기를 내가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사람들과도 사이가 안 좋았고, 공황장애도 오고 그랬다.

 

헤비죠 : 낯선사람들 팬클럽과는 꾸준히 교류가 있었던 것 같다.
고찬용 : 1년 반전부터 꾸준히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투째지 : 다음카페는 언제부터 있었나?
고찬용 : 90년대 말쯤에 시작되었던 것 같다.

 

헤비죠 : 90년대 말 2000년도를 넘어오면서 낯선사람들 음악이 재평가가 이루어졌었다.

전자인형 : 10년 만의 공백을 깨셨는데, 앨범 타이틀도 그렇고 10년의 공백을 계기로 앨범을 발표하신 건가? 아니면 앨범 발표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고찬용 : 공황장애로 6년 동안 약을 먹었다. 계속 정신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차차 몸이 좋아지면서 담배도 끊고, 미디 공부도 하면서 조금씩 음악작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보니까 10년이 훌쩍 가버렸더라. 항상 음악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예전처럼 앨범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하나음악도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다.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음악은 해야겠고 앨범은 내야겠기에 미디공부를 시작했다.

 

투째지 : 10년만이라 반갑기는 한데 이렇게 음악계 상황이 안 좋은 타이밍에 앨범을 발표하셨다. 음악을 들어봐도 아예 대중적인 선곡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앨범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찬용 : 전혀 기대하지 않고 냈다.(웃음) 매일 TV에 나오는 가수들 앨범도 거의 나가지 않는다. 난 TV도 라디오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에 앨범이 많이 나갈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실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 더 많았다.

 

 

 

 


● Chapter 2 : 아티스트의 고집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데뷔앨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굉장히 선율적이면서 리듬이 있는 음악이다.

 

헤비죠 : 앨범을 들어보면 모든 작업을 혼자 하셨다. 듣기에는 드럼을 빼고는 연주를 다 하신 것 같다.
고찬용 : 베이스도 찍은거다.

 

헤비죠 : 나는 기타톤과 키보드의 톤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레퍼런스로 삼은 음악적 배경들이 있었나?
고찬용 : 뭐 특별한 레퍼런스는 없었다. 주변에 훌륭한 음악들이 많지 않은가? 외국의 좋은 음반들, 우리나라에 없는 음반들 뭐 그런 게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가 되는 거고 막히는 게 있으면 그런 앨범들 들어보면서 사운드를 참고하고 그런 수준이다.

 

투째지 : 음악적 레퍼런스나 소스가 딱 알겠는 음악들이 있다. 물론 그것의 수준이 차용의 수준이냐 모방의 수준이냐 카피냐 표절의 수준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고찬용의 음악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중가요의 범주는 아니고, 팝도 아니고 록이나 재즈 중간 어디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나? 어떤 음악에 영향을 받았는지가 궁금하다.

고찬용 : 모든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어렸을 때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Barbara Streisand)를 좋아했다. 지금도 『Classic Barbara』같은 앨범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뭐……, 스틸리 댄(Steely Dan), 팻 메스니(Pat Metheny), 퀸시 존스(Quincy Jones) 등등. 그 사람들 음악이 너무 좋다. 내가 느끼기에 내가 좋아하는 취향에는 약간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선율적이면서 리듬이 있는 음악들이다. 그런 음악들이 좋다. 아무리 리듬이 좋아도 선율이 떨어지면 싫더라. 자미로콰이(Jamiroqui)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데 나는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다. 첫 곡부터 끝 곡까지 똑같더라.

 

(자미로콰이 이야기 나오면서 음악취향Y 뮤직블로거들은 박장대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고찬용을 만나기 한 시간 전에 자장면을 먹으며 자미로콰이는 훅(Hook)이 없다느니, 훅을 너무 남발한다느니 하는 뒷담화를 나눠기 때문이다.)

 

투째지 : 고찬용씨의 작곡스타일은 팝퓰러한 스타일은 아니다. 스탠더드 팝이나 R&B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코드진행을 찾아볼 수 없다. 조규찬씨를 만난 자리에서 고찬용씨 음악이 왜 그리 특이하냐고 물었더니 ‘찬용이는 음악도 많이 듣지 않는 것 같은데 왜 그리 독특한지 나도 도데체 모르겠다’고 말하더라.
고찬용 : 갑자기 기분 나빠지는데…….(일동 웃음) 규찬이는 옛날에 대학로 풀밭에서 막걸리도 같이 했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나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투째지 : 조규찬은 고찬용씨가 자기 음악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언급했다.
고찬용 :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투째지 : 조규찬과 고찬용의 음악은 닮은 점이 많다. 뭐라고 설명은 잘 안되는데 보컬에서의 느낌도 그렇고 코러스 라인을 활용하는 방식, 마치 악기 연주처럼 코러스를 운용하는 뉘앙스도 그렇고……, 분명히 서로 음악적 영향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고찬용 : 아무래도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서로 주고받은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듣는 음악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면 음악도 비슷하게 나온다고 생각된다. 외국에도 어떤 장르가 쭉 있으면 그 장르 음악들이 비슷하듯이 말이다. 규찬이가 록적인 취향을 좀 더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것이 조금 다르지 스타일은 비슷한 것 같다. 멜로디와 리듬이 있는 곡들 말이다.

 

 

연주와 작곡방식은 ; 모든 악기의 연출이 조금 더 도드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비죠 : 앨범에서 기타연주를 직접 했다. 「고백」부터 시작해서 「길」에 와서 뜨거운 기타 솔로를 토해내고 있는데 이 연주의 느낌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록 적인 필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통 록이 아니라 80년대 제프 벡(Jeff Beck)의 「People Get Ready」나 『Blow by Blow』처럼 록을 하던 제프 벡이 재즈나 R&B에 경도되었던 시절의 느낌이 많은 것 같다.
고찬용 : 나는 록을 잘 모른다. 기타 톤의 경우는 우리나라 세션맨들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아는 국내 세션맨들이 있는데 그들의 썼던 톤을 많이 흉내 냈던 것 같다.

 

헤비죠 : 느낌은 김현식 『넋두리』앨범에서 울어주던 함춘호의 기타 아니면, 한상원 솔로 앨범에서 훵키함이 자제된 연주랄까? 어쨌든 고찬용씨 본인이 전하려는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연주라고 들었다.
전자인형 : 아까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앨범 전체의 스타일하고 기타 연주의 느낌이 조금 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기타 비중이 적은 앨범은 아니다. 기타의 비중이 많은 앨범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기타가 앨범 전체 분위기와는 다르게 좀 도드라지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있다.
고찬용 : 나는 별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외국음악 들어보면 악기가 보컬보다 앞에 서는 음악들이 많은데 국내 가요는 보컬을 너무 도드라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기타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의 연출이 조금 더 도드라져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전자인형 : 고찬용의 음악엔 익숙하지 않은 코드 진행이 중요한 특징인데 기존의 음악들과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낯선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이번 앨범에도 그런 시도들이 느껴진다.
고찬용 : 그런 의도가 있다. 옛날 「거리풍경」만들 때부터 그런 의도가 항상 있었다. 특색 있는 곡들을 쓰고 싶다. 곡 쓰는 과정에서 수많은 음들이 있다. 다음 페이지, 다음 마디로 넘어가는 많은 리듬과 멜로디의 선택 과정이 있는데, 그걸 될 수 있는 한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볼펜을 쓰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연필과 지우개을 사용해서 곡을 만든다. 몇 시간에 뚝딱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 달, 두 달, 긴 시간동안 지우고 다시 쓰고, 안되면 없애버리면서 만드는 스타일이다.

 

투째지 : 우리끼리 이야기 했을 때는 직관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고찬용씨를 잘 몰라서 그랬겠지만 지금까지의 음악이 모두 특이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일반 대중가요와의 교집합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만들기만 하면 독특한 음악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고찬용 : 그런데 생각하시는 대중음악처럼 만드는 것도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난 이렇게 곡 쓰는 방식이 몸에 밴 것일 뿐이다.

 

전자인형 : 그런 것들의 예일 텐데, 이번 앨범에서 보컬 파트를 보면 스캣의 비중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스캣을 들어보면 반주를 만들어 놓고 반주에 맞춰 잼을 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즉흥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고찬용 : 그런 곡들도 있다. 낯선사람들 2집의 「도시 대탈출」같은 경우는 그렇게 만들었다. 조금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의 곡들은 수정이 대단히 많았다. 다음 앨범은 수정이 더 많을 것 같다.

 

투째지 : 이번 앨범의 곡들은 언제 만든 것인가? 최근에 만든 것인가?
고찬용 : 「오늘 하루는」이 가장 최근에 만든 것이고 그 다음 최근이「겨울이 오네」다.

 

투째지 : 낯선사람들 시절에 만든 곡들도 있나?
고찬용 : 아니다 모두 96년 이후다. 누고 줬다가 짤린 곡이 4곡 된다.(웃음)

 

전자인형 : 어떤 곡들인가?
고찬용 : 「너 머물렀던 순간」, 「어느 지난 얘기처럼」, 「꿈꾸는 아이」다 짤린 곡이다.

 

호떡바보 :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틈틈이 곡을 쓴 것인가?
고찬용 : 쓰긴 썼는데, 그 때는 집중을 오래 할 수 없었다. 한 번 하면 오랜시간동안 앉아서 밀도 있게 작업을 해야 진행이 되는데 장시간 기타를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호떡바보 : 곡을 힘들게 쓰시는 스타일인것 같다?
고찬용 : 힘들지는 않다. 그게 재미있다. 어떤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데 한 번에 그리느냐 오랜시간 공을 들여 그리느냐 그런 차이인 것 같다.

 

헤비죠 : 보컬이 대단히 여러 겹으로 쌓여 있다. 특히 「새로운 시작」이나 「오늘 하루는」을 가만히 들어보면 보컬 각 층의 겹이 스캣을 하듯이 제각각 자유로운데 합쳐지면 화음이 이루어지는 점이 재미있었다. 이런 의도들이 다 계획되어진 것인가?
고찬용 : 그 화음들도 하나하나 다 만든 것이다.

 

전자인형 : 보컬에 대해 한 가지 더 질문을 해보겠다. 노래가 노래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가사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흩어져 있다. 연주가 드러나고 노래조차도 악기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이 또한 이번 앨범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가?
고찬용 : 항상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음악은 비트 수 안에 정말 적은 멜로디를 담고 있지만 내 음악은 상당히 멜로디가 많은 음악이다. 리듬을 타고 가사에 리듬을 맞추려면 어떤 것은 발음이 딱딱해질 수 있고 어떤 것은 스타카토 식으로 끊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사는 잘 안 들리지만 리듬은 좀 더 잘 들리는 장단점이 생기게 된다. 보컬을 악기의 하나로 인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홈레코딩 작업에 대하여 ; 내가 느끼는 나의 리듬 패턴이 있다. 홈레코딩 작업은 100%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인형 : 고찬용은 연주에 대한 비중을 크게 생각하는 뮤지션이다. 이 앨범은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했지만 리얼 연주에 대한 욕망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밴드 체제로 하지 않고 혼자서 다 연주해 낸 것은 여건 때문인가?
고찬용 : 여건이 문제가 되었다. 우선 하나음악이 사라져서 같이 음악 하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맘에 맞는 세션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정말 음악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일단 돈이 없다. 음반사와 계약을 하자니 TV를 나가라고 하고 전속을 하자고 하고, 판권이나 모든 것은 자기들이 갖고 헐값에 계약을 해서……. 이 나이에 TV를 나가야 한다.(웃음)

 

투째지 : ‘김동률의 포유’나 라이브가 가능한 음악 방송 같은 곳에 나가는 것은 괜찮지 않나?
고찬용 : 지금은 나갈 생각 없다. 앨범을 하나 더 내면 공연을 할 생각이다. 그 때는 연주팀이 꾸려지고 언제든지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낯선사람들 음악을 가지고 공연을 할 생각은 없다. 낯선사람들은 팀이였기 때문에 그들을 다 부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전자인형 : 그럼 거꾸로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컴퓨터 작업은 음악 프로덕션에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로 혼자 하는 작업에 대해서 매력을 느꼈나? 고찬용의 레퍼런스 음악이나 낯선사람들 음악이나 리얼 연주를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여건 때문이건 무엇 때문이건 혼자서 만들어 졌다. 오히려 컴퓨터를 이용해서 혼자 만들었기 때문에 리듬을 자기 맘대로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을 것 같다.
고찬용 : 내가 느끼는 나의 리듬 패턴이 있다. 세션들이 모두가 동일한 리듬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션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안하면 앨범을 못 낼 상황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컴퓨터 작업의 장점은 동일한 리듬 패턴으로 녹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보다 리듬적인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호떡바보 : 장필순 6집 같은 경우 리얼 연주 녹음을 모두 마치고 난 상황에서 조동익씨가 녹음을 모두 뒤엎고 컴퓨터로 혼자서 편곡을 해서 만든 경우가 있다.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고찬용 : 그런 건 아니다. 물론 하나음악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혼자서 하지 않으면 앨범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음악도 없어졌고, 하나음악이 있던 중에도 상황이 너무 않 좋아서 다들 엄두가 안 났었다.

 

호떡바보 : 그 정도로 하나음악 상황이 악화되었나? 같이 모여서 세션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찬용 : 나는 세션비를 안주면 하고 싶지 않다. 도와주겠다는 형들은 많은데 세션비를 주지 않으면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상한 고집을 부린 거다.(웃음) 그래서 더 오래 걸렸다.

 

투째지 : 홈레코딩 작업은 어떻던가?
고찬용 : 정말 힘들다. 하루종일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

 

헤비죠 : 리듬 하나하나 다 찍은건가?
고찬용 : 맞다 리듬 하나하나 다 찍은 거다. 루프는 없다.

 

투째지 : 요즘은 장비가 다 지원되어서 조금 수월하지 않았나?
고찬용 : 장비가 많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내가 홈레코딩을 처음 해보는 거니까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어떤 때는 6시간 노래하다 날려먹었다. 그 때 정말 눈물 나더라. 손을 덜덜 떨면서 조동익씨한테 전화해서 이거 어떻게 살릴 방법 없냐고 물어보고……. 화면이 순간적으로 얼어버린 것이다. 「값진 충고」노래하다가 그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 노래를 잘 못하겠더라.(일동 웃음)

투째지 : 집에서 혼자 기계와 싸움하는 작업은 적성에 맞는 편인가?
고찬용 : 원래 기계를 잘 모르니까 몰랐었는데 해보니까 혼자 뭘 하는게 적성에 맞는 것 같다.

 

헤비죠 : 루프를 전혀 안 돌렸다고 했는데, 그루브를 만드는 데는 패턴을 만드는 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고찬용 : 그게 좀 자연스럽긴 하다. 그런데 내 의도대로 되지 않더라. 내 음악이 변화가 좀 있어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정리가 안 되는 거다. 오히려 루프를 돌리면 훨씬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노하우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 루프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패턴일 때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내 음악은 코드도 굉장히 많고 해서 패턴으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스물셋」같은 경우도 내가 원하는 킥자리가 없더라. 아무리 찾아봐도…….

 

투째지 : 프로그램은 뭘 썼나?
고찬용 : 큐베이스를 썼다.

 

투째지 : 음악적으로 고찬용의 고집스러운 부분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이 앨범이 데뷔 앨범이라는 게 큰 것 같다. 낯선사람들을 하셨었지만 고찬용의 1집이라는게 새삼스러웠다. 나도 낯선사람들을 듣고 자란 세대지만 고찬용의 음악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은 이 앨범을 통해서 처음 듣게 되는 거였다. 곡의 구성이나 음의 선택에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색을 내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많이 느껴졌다. 낯선사람들도 이름 그대로 낯선 음악이었지만 이번 앨범이 오히려 본인의 색이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고찬용 : 세션과 함께했을 때 단점은 세션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서 하면 100% 내 생각이 들어간다. 녹음하면서 따라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들 대선배이시니까 ‘야 이게 좋은거야’ 하면 ‘예’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

 

투째지 : 이 앨범 색깔의 결정적인 것은 원맨밴드였던 것 같다. 하나음악 세션과 함께 했다면 이 앨범의 색깔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전자인형 : 앞으로 세션과 함께한 앨범을 발표하신다고 할 때, 이번 데뷔 앨범이 고찬용 음악의 기준이 되어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앨범은 개인의 오롯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고찬용 : 앨범을 또 낸다면 베이스하고 건반은 세션과 함께 하고 싶다. 내가 건반 쪽이 좀 약하다.

 

투째지 : 이 앨범의 유일한 세션이 있지 않은가? (고찬용 1집의 유일한 세션은 코러스를 맡은 낯선사람들의 멤버이자 고찬용의 부인인 허은영이다.)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결혼은 언제 하셨나?
고찬용 : 98년도에 했다.

 

 

아픈 진심,「겨울이 오네」이야기 ; 그 해는 정말 정말적인 해였다.


투째지 :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특이한 곡은 「겨울이 오네」인 것 같다. 예전에 고찬용씨 음악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또 가장 최근에 쓰셨다고 하고…….
고찬용 : 「겨울이 오네」는 2002년도에 썼다. 2002년 가을쯤에 썼는데, 그 해에 누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하나 밖에 없는 누님이었다. 그때 정말 술도 많이 먹고, 참 힘들고 그럴 때 이 곡을 썼다.

 

투째지 : 우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음악이 이보다 쓸쓸할 수 없었다.
고찬용 : 그 다음곡도 마찬가지다. 「너 머물러 있던 순간」은 죽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내용이다. 그 해에 삼촌도 돌아가셨다. 정말 절망적인 해였다.

전자인형 : 「겨울이 오네」에 대해 나도 인상적으로 들었다. 첫 곡부터 중반까지 리듬이 강조되는 음악들인데 리듬이 주는 스트레스도 있었다. 고찬용 특유의 리듬이 계속되다가 「겨울이 오네」인트로의 하모닉스를 듣는 순간 싸해지면서 정서가 환기되었다. 리듬이 장점인 앨범이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리듬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기술적인 부분이라면「겨울이 오네」는 상상력이 강조되어 표현 된 곡이었다. 인트로의 하모닉스나 눈오는 소리를 표현한 트레몰로같은 부분이 그렇다.

 

헤비죠 : 곡의 배치는 어떻게 했나?
고찬용 : 고민이 많았는데 나 개인이 살아온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니까 좋더라.

 

헤비죠 : 곡의 배치에 관해서,「값진 충고」의 경우가 가장 텐션이 강한 음악이었는데 거기에 이어서 「겨울이 오네」가 등장하니까 나도 강한 정서의 환기를 느꼈다. 가사도 명확하게 들린다.
고찬용 : 앞부분에 「스물셋」, 「어느 지난 얘기처럼」, 「값진 충고」세 곡의 템포가 비슷해서 그렇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전자인형 : 「겨울이 오네」의 경우는 곡을 만드는 스타일도 전혀 달랐을 것 같다.
고찬용 : 이 곡은 금방 썼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써낸 곡이다. 이런 스타일의 곡이 옛날 낯선사람들 시절에「선물」이나 「행복하지 않나요」같은 곡이다. 그런 곡은 상당히 금방 쓴 곡들이다.

 

투째지 : 「겨울이 오네」 중간에 솔로는 어떤 기타를 쓴 것인가? 기타 톤이 팻 메스니가 연상되었다.
고찬용 : 빌려서 쓴 거라 이름은 모르겠다.(웃음) 나일론 기타인데 일렉으로 연결한 거다.

 

헤비죠 : 그 톤에 트레몰로가 나오니까 편안한 느낌이 잘 어울어졌다. 다른 곡들의 기타는 좀 뜨는 분위기인데 이 곡의 기타는 차분히 가라 앉아 있다. 아무래도 감정이 많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전자인형 : 「너 머물러 있던 순간」도 이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도드라지는데 프로그레시브 록의 느낌도 묻어 있는 것 같다.
고찬용 : 그건 잘 모르겠고, 건반하고 코러스를 많이 사용해서 조금 몽롱하게 들리도록 의도했던 곡이다.

헤비죠 : 건반 솔로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건반의 톤이 무척 좋았다. 적당히 울림이 있어서 하몬드 올갠이 연상되지만 구닥다리스럽지 않게 세련되게 잡혀 있었다. 연주가 많지 않지만 톤을 잘 잡아서 건반이 앨범에 꽉 차 있는 느낌이다.
고찬용 : 톤 잡기가 힘들었다. 소리 찾는 게 쉽진 않더라.

 

투째지 :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은 무엇인가?
고찬용 : 「겨울이 오네」다.

투째지 : 처음엔 좀 이질적인 느낌이었는데 요즘 눈도 오고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그 곡에 말리더라.(웃음)

 

 

데뷔 앨범 발표기 - 그럼 계속해야지 음악 아니면 내가 뭘하겠나?

 

투째지 : 최성종(들국화 최성원의 동생이자 현재 도레미 레코드 관계자, 이번 인터뷰를 주선한 인물)씨 말로는 고찬용씨가 어느 날 갑자기 데모를 들고 와서 디스트리뷰션만 해달라고 제안하셨다고 하는데?
고찬용 : 처음엔 다른 방식으로 알아봤었다. 처음엔 음반사를 통해서 연결하려고 했었다. 녹음도 하고 믹싱도 하고 앨범을 완성해서 앨범에 관한 퍼센트를 많이 주겠다고 제안했다. 호응하는 회사도 있었고 싫다는 회사도 있었다. 계약까지 갔다가 파기된 적도 있었다. 1년 동안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이대로 하다가는 앨범을 만들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돈을 꿔서 스피커도 사고 녹음을 시작했다. 어쨌든 앨범을 내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음반에서 언제든지 유통을 할 수 있다고 가지고 오라고 했었는데 연말이 되니까 발표되는 음반들이 많아서 홍보가 끼지 않은 음반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갑자기 막막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최성종 형한테 찾아간 거다.

 

투째지 : 어쨌든 음악하는 사람이 앨범을 발표하기 힘든 상황이다. 듣고 보니 앨범이 발표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취향Y에서 12월 달에 고찬용씨 앨범을 공통리뷰를 했는데 세 명의 뮤직블로거가 동시에 별점 네 개를 준 것은 우리 사이트 생기고 처음이었다.
전자인형 :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에 콘텐츠 회의를 한다. 12월 공통리뷰 앨범을 다른 앨범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회의하는 날 아침에 고찬용씨 앨범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별다른 토의도 없이 고찬용씨 앨범을 공통리뷰 앨범으로 결정했다. 다들 좋아했던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찬용 : 앨범을 내면서도 이 앨범을 써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변변히 홍보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써주니까……,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일동 웃음)

 

헤비죠 : 마스터링은 톰 브릭(Tom Brick)이란 사람이 했는데?
고찬용 : 마스터링은 내가 아는 엔지니어분(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서울전자음악단 인터뷰에도 동석했었던 메쥬뮤직의 이훈석 대표였다.)이 연결시켜주었다. 인터넷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했다.

 

전자인형 : 마스터링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인가?
고찬용 : 한 번 내가 의도한대로 안 나와서 다시 요구했다. 중간에 연결된 엔지니어 형한테 너무 눈치가 보였다.(일동 웃음)

 

투째지 : 마스터링은 대게 쉽게 고치지 않는데……?
고찬용 : 그래도 정말 다르게 왔다. 나는 믹싱한 상태에서 이큐를 최대한 만지지 않길 바랬는데 이큐를 너무 바꿔놓은 것이다. 요즘 음악처럼 하이하고 로우 베이스를 지나치게 강조해 놓아서 어쩔 수 없었다.

 

헤비죠 :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GRP 사운드 같은 소리는 80년대에 국한하지 않고 스탠더드팝 사운드의 전범으로 자리 잡아 있는 면이 있다. 한국 가요는 사운드의 전범이라고 할만한 레퍼런스 소리가 없는데 고찬용의 데뷔앨범은 조금 올드하긴 하지만 스탠더드 팝의 사운드로 자리 잡은 소리를 끌어 왔다는 점이 좋았다.

투째지 : 나는 음악을 계속 하신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고찬용 : 그럼 계속 해야지 음악 아니면 뭘 하겠나?

 

 

 

 


● Chapter 3 : 고찬용 음악의 원류를 찾아서

 

 

처음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전자인형 : 고찬용의 음악은 코드 진행의 구성이나 음악적 톤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음악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80년대 중반의 퀸시 존스나 나일 로저스(Nile Rogers), GRP, 리 릿나워(Lee Ritenour), 래리 칼튼(Larry Calton) 같은 느낌이다. 10년 공백기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많은 음악 유행이 있었고 여러 음악 스타일도 바뀌었다. 당시 같이 활동했던 아티스트의 음악도 많이 바뀐 부분이 있다. 10년 동안 여러 음악을 들으셨을 테고 또 그런 음악들이 체감이 되셨을 텐데, 이 번 앨범은 ‘냉동보관된 듯 한’ 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그때 음악 스타일 그대로인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떤 복고의 의도가 있었나? 아니면 옛날에 만들었던 곡들이었기 때문인가?
고찬용 :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음색을 고를 때, 음악에 맞춰서 계속 들어보고 하기 때문에 의도된 거라기보다는 취향이 거기에 가 있는 것이다.

 

전자인형 : 다른 음악에 대한 취향이 생기지 않나? 예를 들면 힙합이나 R&B라든지.
고찬용 : 잘 모른다.(웃음) 일단 딱 와 닿지 않고 관심이 없다.

 

헤비죠 : 음악적 스타일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조규찬의 경우, 최근의 조규찬은 한국적 R&B로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 3집부터 변화가 많았다.
고찬용 : 그 친구는 장르에 관해서 실험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듣는데 거기서 다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도 규찬이는 R&B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난 그때도 그런 음악에 매력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투째지 : 조규찬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고찬용 : 나같은 경우는 마이클 잭슨은 딱히 와 닿진 않고 스티비 원더는 좋아한다.

투째지 : 래리 칼튼의 경우는 어떤가?
고찬용 :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은 뮤지션이다. 난 팻 메스니 좋아한다.

 

전자인형 : 이즈음에서 각종 인터뷰들에서 으례 거쳐 가는 이야기,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고찬용 : 그런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쉽다. 별 내용이 없거든(일동 웃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수가 되려고 처음 생각했었다. 계기는 좀 어이없다. 선생님들이 항상 우등생들만 노래를 시켰다. 학예회같은 거 하면 시키는 애들이 있는데, 난 어렸을 때 말이 없었다. 지금은 술 마시면 말 많이 하지만……, 그때 뒤에 숨어서 나도 노래 잘하는데 왜 안시키나 생각하면서 앞으로 커서 가수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커가면서 조용필도 좋아하고 정수라도 좋아했었다.

 

투째지 :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이 있었나?
고찬용 :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상 두드리는 건 좋아했다. 내 짝이 노래를 잘했었는데 걔가 노래할 때마다 옆에서 책상 두드리고 그랬다. 쉬는 시간만 되면 그랬던 것 같다.

 

호떡바보 : 기타를 잡고 곡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인가?
고찬용 : 고 2쯤 처음 곡을 만들었는데 뭐 엉망이었다. 기타는 초등학교 때 처음 잡았다. 처음 친 곡은 「J에게」였다. 기타 책에 코드가 나와 있으니까 그거 보고 따라하는 거였다.

 

투째지 : 재즈같은 경우는 혼자서 배우기가 좀 어렵지 않나? [재즈 화성 입문]같은 책 아무리 봐도 혼자서는 어렵던데?
고찬용 : [재즈 코드]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그건 한 코드 한 코드 이해가 될 때까지 무조건 곡을 써보면서 이해했다.

 

전자인형 : 그때가 언제인가?
고찬용 : 대학교 1학년 때였다. 학교를 7살에 들어갔으니까 19살이었다.

 

전자인형 :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고찬용의 음악이력은 대학교 동아리 ‘포크라인’에서 시작되었다는 부분인데 그 전에 음악적인 양분을 알고 싶다. 고찬용씨의 학창시절에 대세는 헤비메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록음악에 빠져서 음악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90년대 초반에 재즈적인 기반을 가지고 등장했던 분들의 경우 어떻게 재즈를 접했는가에 대한 부분이 궁금하다. 대학교 가기 전에 재즈를 접했던 경험이 있었나?

 

고찬용 :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의 공통점이 멜로디가 좋거나 리듬이 있는 음악이었다. 어머니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좋아하셨다. 집에서 그걸 많이 듣는 수준이었지 재즈가 뭔지 잘 몰랐다. 대학교 1학년 때 [재즈코드]라는 책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되어서 동네 레코드 가게에 가서 좋은 재즈 앨범 하나 달라고 했다. 그 레코드 가게 아저씨가 알 자로(Al Jarreau) 앨범을 권해준거다. 그런데 처음에 한 번 들어보고 ‘이게 뭐야’하고 안 들었다. 난 지금 내 음악이 사람들한테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모두 웃음, 그런 가능성에 대한 긍정 ^^) 여하튼 그렇게 잊고 있다가 대학교 때 아는 카페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길래 무슨 음악이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산 알 자로의 그 앨범이었다. 그때부터 열심히 들었다.

 

전자인형 : 어떤 앨범이었나?
고찬용 : 알 자로의 『Jarreau』였다. 그 때부터 이것저것 찾아듣기 시작했다. 퀸시존스의 『Back On The Block』은 무지하게 많이 들었다. 귀에 꼽고 살다시피 했다. 연주, 리듬이 너무 훌륭했다. (일동 서로 『Back On The Block』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다.)

 

 

프로페셔널했던 풋풋함, 낯선사람들 ; 다양한 화음을 들려주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투째지 : 그러다가 낯선사람들을 만든 것인가?
고찬용 : 아니다.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나가기 전부터 낯선사람들이란 팀이 있었다. 서클 선후배 7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때는 백명석이 없었다. 백명석씨는 명지대였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나가기 전에 그 팀으로 우리끼리 데모를 만들어서 아세아 레코드 찾아가기도 했다. 물론 음악이 뭐 이러냐 하면서 거절당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나가서 상을 받고 개인사정 때문에 빠질 사람은 빠지고 4명으로 낯선사람들 활동을 했었다. 라디오 방송이나 공연 게스트로 활동을 많이 했었다. 박학기, 우리노래전시회, 김장훈, 여행스케치 등등 많이 했다.

전자인형 : 한국대중음악의 전성기다.
고찬용 :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리던 음악이 인정받던 시기였다.

 

투째지 : 개인적으로는 낯익은 시절의 음악인들이다. 지금 20대 초반의 분들이 고찬용씨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고찬용 : 음악이라는 것은 조금만 공감대가 있으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전자인형 :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는 솔로로 출전을 했는데 음악을 통해서 생업을 하려는 것이 계기였나?
고찬용 :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 전에 강변가요제도 나갔었다. 89년에 나갔는데 떨어졌고 90년도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갔다.(모두 웃음)

 

전자인형 : 낯선사람들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는데 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었나? 아카펠라를 들려주는 팀으로서 말이다.
고찬용 : 그렇다. 다양한 화음을 들려주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전자인형 : 하나음악이나 동아기획분들을 만나서 들어보면 다들 개인적으로 동창이나 선후배 등으로 연결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낯선사람들 앨범을 보면 하나음악의 총출동이라고 할 정도인데, 그 전에도 유대가 있었나?
고찬용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가면서 그 많은 분들을 한꺼번에 알게 된 것이다. 하나음악에서 그 대회를 주최한 것이기 때문에 조동진씨부터 조동익씨나 김광민씨 정원영씨 등 다 계셨으니까 좋은 환경 속에서 데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헤비죠 : 낯선사람들 1집의 편곡은 정원영, 조동익, 김현철이 맡았다. 음악을 꾸며주는 데 있어서 편곡의 의미가 큰데, 다른 사람들의 편곡에 대한 코멘트를 해 줄 수 있나?
고찬용 : 그 당시에는 편곡을 해주신 곡에 대해서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에 내가 편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편곡을 안 해 봤다. 첫 녹음이었고 첫 스튜디오 작업이었고 어렸었다. 대단한 선배들이 대단한 세션들을 불러서 녹음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헤비죠 : 낯선사람들 앨범에서 최이철이 기타 세션을 했는데, 고찬용 데뷔앨범에서도 최이철의 기타 스타일이 감지되기도 한다. 최이철은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서 가장 뜨거운 연주자인데 고찬용씨의 기타에도 짧지만 뜨거운 연주가 느껴진다.
고찬용 : 나는 기타도 그렇고 건반도 그렇고 멜로디를 표현해주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의 기타가 건반으로 바뀌어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를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떡바보 : 데뷔 앨범의 사운드를 들으면서 드럼이 강하게 들어간 곡은 낯선사람들의「왜 늘」같은 곡이 떠올랐고 「색칠을 할까」같은 멜로딕한 면도 느껴졌다. 낯선사람들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솔로앨범에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라졌다기 보다는 낯선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이었다.
고찬용 : 1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아무래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늘었을 것 같다. 곡 쓰는 방식도 굉장히 달라졌다. 낯선사람들은 좀 단순한 면이 있다. 구성 자체가 그렇다. 재즈를 처음 접할 때 만든 곡들이어서 아무래도 기본적인 진행들이 녹아 있다. 듣기는 좀 편한 면이 있다. 그래서 낯선사람들은 좀 대중적인데 지금은 안그러냐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음악을 접하는 생각이 달라진 것은 없다.

 

투째지 : 낯선사람들 2집은 정말 만족스럽지 않은가? 노래는 좋던데?
고찬용 : 좋은 곡도 있고 불만족스러운 곡도 있는데 나는 앨범 전체가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맘에 들지 않는다.

 

헤비죠 : 낯선사람들 음악의 매력은 단순한 코드와 심플한 편곡이 다섯 명의 화음을 살려주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단순한 코드와 심플한 편곡이 보다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찬용 :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단순하다고 하는 것은 곡 자체로 볼 때 곡의 코드 진행이 비슷비슷하고 단순했다는 것이다.

투째지 : 낯선사람들 1집의 키워드는 고찬용, 이소라, 맨하탄트랜스퍼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소라라는 보컬의 비중이 컸다고 생각한다. 반면 2집의 차은주 목소리는 이소라 보다는 조금 파스텔톤에 가까워서 좀 더 팝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찬용 : 대부분 맞게 보신 것 같다.

 

전자인형 : 하나음악을 보면, 조동진을 비롯해서 포크라는 장르로 규정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어떤날’도 그렇고 ‘빛과 소금’도 그렇고 분명히 재즈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외국에서 보면 포크와 재즈의 거리가 조금 먼 편인데 고찬용씨만 봐도, 포크적인 느낌과 재즈가 우리나라에서는 같이 진행된 면이 있다고 본다.
투째지 : 하나음악 사운드는 한국적 포크와 재즈 사운드의 결합이라고 본다. 거기에 스튜디오 사운드의 팝스러움이 곁들여진 음악이라고 본다.
고찬용 :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행복하지 않나요」나 「겨울이 오네」같은 곡들에 포크적인 감수성이 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다. 하나음악에서 영향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김민기씨를 너무 좋아한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통하는 것 같다. 「봉우리」같은 곡은 밤새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백구」같은 곡도 얼마나 좋나?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된다.

 

투째지 : 요즘 가요는 듣는 편인가?
고찬용 : 라디오 들을 때 가끔 듣게 되는 편이다.

 

(여기서 잠시 이승환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엄청난 물량 투자와 세밀한 소리에 대한 부러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프로듀서, 작곡가로서의 고찬용 ; 난 누구에게 곡을 자주 줄 수 있는 작곡가는 아닌 것 같다.

 

전자인형 : 낯선사람들 2집과 이번 데뷔 앨범 사이에 했던 음악활동은 무엇이었나?
고찬용 : 이소라씨 2집에 곡을 주었었고 그리고 뭐……, 장필순씨 공연에서 세션활동도 잠시 했었고 그 정도였다. 활발하지 못했었다.

 

투째지 : 정해선 앨범에서 편곡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찬용 : 그것도 겨우 가서 한 기억이 난다.

 

전자인형 : 낯선사람들 앨범에서 이소라의 목소리가 지금과는 다르게 대단히 째지(Jazzy)하고 섹시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낯선사람들 이후 데뷔 앨범부터는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투째지 : 김현철씨를 만났을 때 이소라씨 데뷔 앨범은 낯선사람들과는 다르게 조금 팝적으로 가져가려고 했다는 말을 했었다.
고찬용 : 이소라씨 1집 때는 약간 째지한 느낌도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계속 록 적인 보이스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든지 「왜 늘」같은 재지한 곡을 원하면 써 줄 의향이 있다. 어쨌든 내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전자인형 : 프로듀서, 혹은 작곡가로서의 고찬용을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프로듀서로서, 작곡가로서 내 곡을 이 가수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고찬용 : 줬었는데 짤려서 지금 내가 부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음악을 잘 맞춰주지 못하는 편이다. 누구한테 곡을 자주 줄 수 있는 작곡가는 아닌 것 같다.

 

전자인형 : 그래도 자주 의뢰는 들어오지 않나?
고찬용 : 예전에는 많이 들어왔는데 줘도 다시 돌아오고 해서 나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먼저 물어본다.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진짜 내 곡을 부를거냐고? (일동 웃음) 왜냐하면 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작업을 하는데 곡이 짤리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깝나? 차라리 그 시간에 놀지.

 

헤비죠 : 원하는대로 맞춰주는 작곡자들도 있지 않나? 남을 준다는 가정 하에 쓰는 곡은 작곡 단계에서 이미 편곡이나 프로듀싱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고찬용 : 우선 불안하다. 이소라씨를 제외하고는 잘 된 적도 없고 계속 같이 작업을 하다보면 쉽게 해달라고 여러 가지 요구들을 하는데, 그래서 삼천포로 빠지다가 곡이 너무 내 맘에 안 들면 그걸 쓴다는 것이다. 그걸 주고 나면 그걸 왜 줬지 하는 회의가 든다. ‘이런 곡은 내가 하기 싫은 건데’ 하는 생각도 들고 참 어렵더라.

 

전자인형 : 낯선사람들 작업을 할 때는 곡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나? 팀이라면 작곡자 말고도 여러 의견을 제안하고 반영되는 어떤 룰이 있어야 팀이 운영이 될 텐데 말이다. 각각의 역할은 어떤 식이었나?
고찬용 : 낯선사람들 1집 때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집에서 곡을 쓰면 그 다음 날 모여서 하루종일 연습을 했다. 그 때는 젊었었고 정말 대단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 배고파도 연습하고 그랬다. 지금은 진이 빠져서 그렇게 못하는데 정말 전투적으로 했다. 한 명이 틀리면 막 욕하고, 될 때까지 반복 연습시키고 참 고되게 연습했다.

 

전자인형 : 그럼 주로 고찬용씨가 리더의 역할을 맡아서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었나? 다른 분들의 음악적 아이디어가 반영된다거나 기본적인 작곡만 해서 연습과정에서 곡을 완성시키는 것은 없었나?
고찬용 : 화음을 만들어 와서 연습하면서 조금씩 바꾸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 내가 음악을 만들어서 가는 방식이었다.

 

헤비죠 : 코드 진행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낯선사람들의 경우에는 교과서적인 진행이었는데 데뷔 앨범의 경우는 다음에 어떤 코드가 나올지 예측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컬에서 의외의 화성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너무 엇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예상을 벗어나는 재미가 있다. 교과서적인 코드 흐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고찬용 : 그런데 이 앨범에 나오는 진행 자체도 재즈 쪽에서는 다 있는 진행들이다. 일반적인 가요는 진행이 거의 같아서 조금 다르게 들릴 뿐이다.

 

투째지 : 처음 생각하는 멜로디나 아이디어들이 일반적으로 가요적인 것과는 다른 면이 있나?
고찬용 : 일반적인 가요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마 팝퓰러한 코드진행을 만들겠다고 하고 만들면 티가 정말 많이 날 것이다.

헤비죠 : 요즘 인기 가수들의 고급스럽다고 하는 곡들을 보면 코드는 그대로인데 멜로디만 다른 것들이 많다.
고찬용 : 그렇긴 한데 노래는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외국 어느 가수에 비견해 봐도 노래는 경악할 정도로 잘한다. 부럽더라.

 

(인터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진행되었고 이 부분에서 요즘 젊은 R&B 보컬리스트들이 처음 들었던 음악이 어셔(Usher)여서 꺾는 창법이 기본적으로 나온다는 투째지의 의견에 모두 동의 하면서 고찬용의 보컬스타일은 조용필로 시작되었다는 토로, 그래서 그의 노래방 18번이 조용필의 「한강」 이라는 이야기까지 잡담이 계속되었다.)

 

 

 

 

 

● Chapter 4 : 고찬용이 차지하고 있는 음악사적 연결고리

 

 

밤새도록 술마시면서 음악이야기했던 것이 좋았다.

 

전자인형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데 그 대회 출전하기 전에 유재하는 음악으로만 들었던 것인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나?
고찬용 : 음악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도 그 대회 나가고 나서 유재하씨 노래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조용필이 부른 것만 알고 있었다. 그 대회는 작년에 규찬이가 나갔던 대회라는 것만 알고 나간 것이다.(조규찬은 89년 제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해 「무지개」로 대상을 수상했다.)

 

헤비죠 : 조규찬씨는 어떻게 만났던 것인가?
고찬용 : 내가 인천대 출신인데 학교 앞에 ‘따로 또 같이’의 이주원씨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에 ‘새바람이 오는 그늘’, 신윤철, 박선주, 낯선사람들이 공연을 하곤 했다. 거기서 알게 되었다. 박영미씨도 공연을 했었다. 돈을 받고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심심하면 몇일날 하자 해서 공연을 하곤 했다. 워낙 젊었을 때니까, 현실적인, 금전적인 욕심보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밤새도록 술마시면서 음악이야기하고, 좋았던 것 같다.

 

전자인형 : 음악사적으로 볼 때, 80년대 들국화를 시작으로 해서 동아기획과 하나음악을 거쳐서 90년대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철, 조규찬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계보라면 계보랄까? 한국대중음악의 소중한 흐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이런 흐름이 조금 흐지부지한 면이 있는데 고찬용씨의 데뷔앨범은 분명히 이런 계보의 거점으로 위치 지을 수 있는 음악적 결과물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는 장이 10년 전과는 많이 변했긴 하지만 이런 계보? 흐름?을 이어갈만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연계점을 생각하고 있는가? 음악적 동지가 있다던가 하는 부분 말이다.

고찬용 : 그런 생각은 지금 현재 할 수 없는 시기인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고 불렀던 많은 분들이 지금 음악을 포기하거나 어떤 분들은 업소에서 노래하시고 이런 분들이 많다. 사실 나도 업소로 가야하는데…….(웃음)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긴하다. 글쎄 그런 흐름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열심히 음악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는가? 전제덕이라던가, 드럼치면서 노래하는 친구 누구지? (일동 : 윈디시티?) 맞다. 그런 친구들은 멋있는 것 같다.

 

헤비죠 : 업소 이야기가 나와서 떠오른 실례되는 질문인데, 지난 10년간의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나?
고찬용 : 엉망진창이었다.

 

전자인형 : 하나음악에서 나왔던 막내 뮤지션이 이다오와 오소영인 것 같은데 이분들도 하나음악이라기 보다는 인디의 분위기가 강한 면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고찬용씨가 하나음악 분위기의 막내(?)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배들과의 교류가 있는가?
고찬용 : 음악적 장르가 비슷하다고 같이 노는 것은 아니고 그냥 친하면 놀고 안 친하면 안노는 거니까.(웃음) 음악적 교류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교류인 것 같다. 음악적 관점이 비슷하다 해도 만날 기회가 없으면 못 만나는 것이니까.

호떡바보 : 하나뮤직쪽 패밀리들 중에는 조만간 음반이 나온다거나 하는 소식은 없나?
고찬용 : 이다오는 녹음이 거의 끝났다는 것 같은데 2007년 초쯤에 나온다는 것 같다.

 

호떡바보 : 거장들의 움직임은 없나? 뭐 조동익이나 장필순이라던지.
고찬용 : 조동익씨가 이번에 나윤선씨한테 곡을 준 것으로 안다. 지금 새바람이 오는 그늘의 김정렬씨가 프로듀스해서 외국 가서 녹음하고 있다.

 

 

 

 

● Chapter 5 : 곡에 대한 코멘트

 

 

투째지 : 가사를 들으면서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겠다. 「스물셋」의 스물셋은 고찬용씨의 스물셋인가? 스물셋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고찬용 : 맞다. 스물셋 때 참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젊었을 때, 좋았던 시절의 상징적인 단어이다.

 

투째지 : 「어느 지난 얘기처럼」에 보면 친구라는 대상이 있는데 구체적인 인물을 염두에 두고 계신건가? 아니면 가상의 인물인가?
고찬용 : 여기 술 없어 술?! 그냥 넘어가자.(웃음) 뭐 은영이도 아는 얘기다. 거기까지만.

 

투째지 :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고찬용 : 내 자신과 각자의 자기 자신의 측면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거고 나 자신한테 제발 이렇게 살지 말자 뭐 이런 의도 아니겠나? (웃음) 「값진 충고」도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이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내가 지나온 삶의 모습대로 곡 순서가 되어 있고 지금은 다행히 음악적 열정도 많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호떡바보 : 두 번째 솔로 앨범은 언제쯤?
고찬용 : 빨리 내려고 한다. 조만간은 아니라도……, 목표는 2년 안에 내는 것인데 늦어지지 않도록……, 한 번 해봤으니까 좀 수월하지 않겠나?

 

(다음은 고찬용이 보도자료에 쓰려고 메모해 둔 곡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결국 보도자료에는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취향Y를 통해 최초로 공개하는 셈이다. 이런 게 특종인가? ^^)

 

 

  꿈꾸는 아이

  꿈을 꾸던 소년, 달을 바라보며 소망을 키우던 우리 모두의 얘기이다.
  아무런 근심없이 꿈꾸기를 소망하던 어린아이들..
  어쩌면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젠 그 행복함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보이스 이팩터를 사용한 경쾌한 기타솔로와 후렴부의 스켓이 천진난만함을 느끼게한다.

 

  고백

  2분이 안되는 아주 짧은 곡이며, 마음안에 숨겨둔 진실을 고백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그 가볍지 않은 진실을 후렴부의 길고 어두운 기타연주가 대신하고 있다.
        
  스물셋

  스물셋이란 나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젊고,아름다운 스물셋의 상징을 아픔과 후회로 헛되이 보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고,
  반복되는 후렴부의 스켓과 기타가 어우려져 다이나믹한 리듬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 지난 얘기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영화같은 시간들..
  그 소중한 기억들을 친구에게 말하듯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삶을 길로 표현한 곡이다.
  반복되는 베이스라인과 하이앳이 긴박감을 느끼게 하며,
  후렴부의 엇갈리는 코러스라인과 기타연주가 이곡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대와 난 어떤 형태의 인생길을 가고 있는가 .." 라는 물음으로,
  우리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값진 충고

  누구나 한번쯤은 격는 좌절의 순간을 자기 자신에게 충고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그려진 곡이다.
  복잡한 후렴부는 밝은 코드톤을 사용함으로써 희망을 느끼게 한다.

 

  겨울이 오네

  누나의 죽음뒤에 맞는 쓸쓸한 겨울을 노래한 곡.
  간주부분의 따뜻한 기타연주는 함께여서 따뜻했던 어린시절의 정경과 행복감을 느끼게하며,
  곡 전체에 깔려있는 기타트레몰로의 애절함과 스산한 바람소리는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누나와의 겨울을 더욱 더 춥게 느끼게한다.
 

  너 머물러 있던 순간

  모든이들이 겪어야하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아픔을 영적인 기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빗소리와 스트링,그리고 코러스가 어우러져 그 색채를 깊게 만들어주는 곡이다.

 

  새로운 시작

  좌절이 있으면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은 언제나 다시 새롭게 시작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다양한 구성과 퓨전적인 편곡이 인상적이다.


  오늘하루는

  계획도 없이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차창을 열어젖히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노래.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건반 브라스가 곡의 생동감을 더한다.

 

        

 

 


● Chapter 6 : Outro

 

 

음악취향Y : 이제 질문을 마무리하자
고찬용 : 난 술 안마시고 차 마시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한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차를 가져왔다는 고찬용이 대리운전을 부르기로 했고 호떡바보님과 일산으로 동행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우리는 인터뷰가 끝나고 홍대의 술집으로 옮겨 좀 더 자세하고 내밀한 자리를 가졌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니라 술자리가 파할 때쯤에 어느새 우리는 그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음악취향Y : 아쉬우니까 질문 하나 더 하자. 한국 대중음악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나 앨범이 있다면?
고찬용 : 김민기의 「봉우리」처럼 진실하고 의미 있는 곡 좋아한다.

 

헤비죠 : 지니라는 재즈 뮤지션이 리메이크 한 적이 있는데 좋더라
고찬용 : 그런데 민기 형 노래는 민기 형이 불러야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전자인형 : 김민기씨가 음악을 계속 발표하지 않는 것이 나는 좀 유감이다.
고찬용 : 가끔씩 곡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

 

헤비죠 : 프로듀서로서 앨범을 장악하면서 음악을 지휘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프로듀서로서 본인을 평가한다면?
고찬용 : 아직 너무 서툴다. 이번에 앨범 작업하면서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녹음하는 중에 많은 것을 배웠고 다른 앨범을 내면 지금보다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투째지 : 음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이 필요하지만 계발되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고찬용씨와 동년배 뮤지션들인 김현철이나 조규찬 같은 경우 6집 7집을 발표하면서 그만큼만의 내공이 쌓인 것인데, 고찬용씨의 감각적인 부분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계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찬용 : 이번 앨범을 내면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지금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왜 저걸 저렇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늦어버린 것이니까……. 앨범을 더 내다 보면 좀 더 세련된 소리를 낼 수도 있고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취향Y : 음악취향Y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이거 너무 식상한 거 아니야? 웃음)
고찬용 : 이렇게 나를 불러주고 앨범 리뷰도 좋게 써 줘서 상당히 기분이 좋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진지한 카페나 모임들이 많이 생겨서 가요계가 좀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하는 쪽에서도 좀 더 진지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다양한 음악들이 들려졌으면 좋겠다. [070103 음악취향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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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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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unalena | 작성시간 07.01.04 그러게요. 같이 앉아 있는 거 같네요..길지만, 다 읽었다!! ^^ 근데, 난 자미로콰이, 마이클잭슨 좋아..크크
  • 작성자jiyoung | 작성시간 07.01.05 잘읽었습니다~ CD 다시 들으면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네요 ^^
  • 작성자누피 | 작성시간 07.01.06 저도 글 읽다보니 음악이 더 많이 듣고 싶어지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낯선그대 | 작성시간 07.04.30 우와 최곱니다. 이런 풍부한 인터뷰라니.
  • 작성자정민 아씨 | 작성시간 07.06.04 질문 한 분들도 상당한 내공이....찬용님 음악을 정확히 해석하려 한 노력이 많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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