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소개> 낯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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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식상하긴 하겠지만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간편하게 이들을 소개하기에는 '한국의 맨하탄 트랜스퍼' 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재즈보컬그룹이 생소하던 시절, 인천대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낯선 사람들은 '그대 안의 블루'로 이름을 알린 이소라를 제외하고는 멤버 대부분이 대중들에게 진정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당시의 비주류 음악이던 Jazz를 다가가기 쉽게 풀어냄으로써 단 두 장의 앨범만으로 스타가 되었다. 팀의 실질적 리더였던 고찬용의 뛰어난 음악적 감각과 멤버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였고, 이들은 콘서트와 라디오 등의 활동을 통해 음악성을 더욱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재즈보컬그룹으로 자리하였다.
<리뷰>90년대를 탐닉하는 자들의 키워드
이들의 1집 앨범 자켓을 살펴보면 흰 바탕에 낯선 파란 물체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새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하나의 마크인 것 같기도 한 이 낯선 물체의 정체는 그 밑에 쓰여진 고찬용의 글을 보면 대강 짐작이 간다. "나의 몽상 속 어느 고대의 사막에는 빛의 모자를 쓴 고래가 있었다. 고래가 노래를 부르면 내 머리카락엔 햇빛이 가득 묻어났다" 이 글귀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그 파란 물체가 고래의 꼬리라는 것과 또 하나는 고찬용이 범상치 않은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영원한 마왕인 신해철이 그의 천재성을 극찬하였을 정도로 고찬용의 음악적 감각은 실로 비범한 것이었다. 이들의 1집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지금쯤 공감의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들의 1집은 매력적인 요소가 다분한 앨범이다. 가장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매력은 단연 멤버들의 완벽에 가까운 화음이다. 재즈보컬그룹답게 다섯 명의 멤버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마치 악기들이 연주되는 것처럼 착각이 들만큼 완벽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이는 당시의 열악한 음반작업환경을 고려해볼 때, 더욱 높이 살만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앨범의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이 단순히 사랑의 세레나데만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팀명이기도 한 '낯선 사람들'부터 '동그라미, 세모, 네모', '색칠을 할까', '해의 고민'등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개념을 매개로 하여 쓴 가사는 음악에 세련미를 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음악의 매력을 +α 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이소라의 목소리이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녀의 목소리는 낯선 사람들의 화음 속에서도 우아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앨범의 4번 트랙 '왜 늘...?'은 그녀의 우아하고 도도하며 섹시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니 이소라의 초창기 보이스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모든 이유들을 뒤로하고 이들의 앨범을 성공으로 이끈 가장 총체적인 이유는 앨범의 전 곡을 작곡한 고찬용의 시대를 앞서간 천재적인 감각 덕분이다(그는 제 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첫 트랙의 '낯선 사람들'은 귀에 착 감기는 쉬운 멜로디와 짜임새 있는 전개로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좋아할 수 있는 곡이라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트랙이자 고찬용의 세련된 감각을 대번에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지금은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의 음악을 만나볼 수는 없지만 90년대의 감수성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이들을 기억한다. 당시엔 낯설었던 음악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낯선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선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라디오 주파수, 손 편지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90년대를 떠올리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추억의 한 부분이다.
글 / 윤민아 (네티즌 선정위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