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가는 길 (행시)
한 줄기 바람 따라 구름도 길을 열고
양지녘 햇살 아래 나그네 꿈이 익어가네
가슴엔 뜻을 품고 먼 길을 재촉하니
는근한 산과 강도 벗이 되어 함께하고
길 끝에 닿는 곳엔 새 희망이 기다리네
조선의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듯, 뜻을 품고 걸어가는 모든 이의 길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漢詩散策]
한양가는 길 (赴京부경)/宋時烈(조선)
콸콸 흐르는 물 소리는 노여움이런가
푸른 산 말 없음은 짜증스러움인가
산과 물 그 뜻 헤아려보니
풍진 세상 찾아 나서는 내 모습이 싫은가 보다
● 원문
綠水喧如怒(녹수훤여노)
靑山默似嚬(청산묵사빈)
靜觀山水意(정관산수의)
嫌我向風塵(혐아향풍진)
● 해설
이 시는 조선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송시열이 한양으로 가는 길에 지은 작품입니다.
첫 구절의 **"녹수훤여노(綠水喧如怒)"**는 푸른 물이 요란하게 흐르는 모습을 마치 화를 내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둘째 구절의 **"청산묵사빈(靑山默似嚬)"**은 산이 말없이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원래 산과 물에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자연에 투영하여 자연이 자신을 꾸짖고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한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의인화(擬人化) 기법입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혐아향풍진(嫌我向風塵)"**이 이 시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풍진(風塵)**은 바람과 먼지가 아니라 벼슬길과 정치의 세계, 곧 번잡한 세속을 뜻합니다.
시인은 본래 자연 속에서 학문을 닦고 도를 추구하는 삶을 더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 부름을 받아 한양으로 가는 길에 오르면서, 산과 물이 마치 "왜 저 번다한 세상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하고 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입니다.
● 감상
이 시는 단순히 여행길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비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산은 침묵하고 물은 흐르지만, 시인의 눈에는 그것이 모두 말이 됩니다. 자연은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사람은 명예와 책임, 의무 때문에 끊임없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합니다.
"정말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가?"
"잃어버린 평온은 없는가?"
오늘날 우리도 쉼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럴 때 이 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산과 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때로는 그 침묵이 가장 깊은 가르침이 됩니다.
● 한 줄 묵상
"자연은 세상을 떠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 속에서도 마음의 고요함을 잃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시에는 푸른 산과 계곡물 사이를 걸으며 한양으로 향하는 선비의 뒷모습, 그리고 자연이 아쉬운 듯 바라보는 고즈넉한 풍경의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출처: 하루한수 한시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