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즈음에 처음 구입해 읽었던 것이다.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던 프로테스탄트니 하는 종교적 대립과, 자끄와 다니엘의 미묘한 (지금 다시 보면 상당히 닭살스러운) 우정 이야기 등은 조금 머리가 커졌다는, 고등학생인 내가 읽어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긴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일 만큼 어려운 것도 없겠지만.
나의 동기는 참으로 단순했다. 지금은 기억할 수 없는 어떤 글에 이 회색 노트를 모방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두 소녀가 회색의 노트에 교환 일기를 쓴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할 수 있었고, 말 그대로 충동 구매를 해 버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다른 게 아니라,다니엘이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자끄를 만나 죄책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어째서 다니엘은 '이제 다시는 자끄와 진정한 친구가 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단순히 성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러면 과연 그것만으로도 인격적인 성숙이 완성되는 것일까. 어렸던 나에겐 그런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풀어 올랐었다.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사건은 다니엘에게 있어선 최초로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었을 것이며, 자신에게 그런 책임감과 짐이 생긴 것에 비해 자끄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는 그와 진정한 친구로서 마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다. - 그는 참 착한 것 같다. -
그렇지만 그 어떤 구절보다도 감동깊었던 자끄의 마지막 글귀는 다니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소년을 가로 막았던 종교의 힘과 감정의 휩쓸림 사이에서도 꿋꿋했던 둘의 우정을 난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왜냐하면, 평생토록 그런 불꽃같은, 강물같은 고백을 해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사람들도 아직 세상엔 너무다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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