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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일지

<박종철 합창단> 창립총회, 그날의 첫 연습과 ‘제반 활동’ 이야기

작성자윤지형|작성시간16.08.21|조회수145 목록 댓글 0

<박종철 합창단> 창립총회, 그날의 첫 연습과 ‘제반 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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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6일 화요일 오후 7시 반.

부산 하고도 개금의 새날 교회 (이 교회의 안하원 담임목사님은 우리 합창단의 멤버다)에 16명이 모였다.

지난 6월 21일 1차 발기인 모임(13명 참석)을 갖고 한 달여 후인 7월 19일에 두 번째 모임(11명 참석)을 한 지 근 두 달 만.

새날 교회. 개금 대로변 3층의 아담한 교회, 예수 그리스도. 내가 18세 소년이던 때부터 청년 붓다와 함께 나를 사로잡았던 진리의 구현자. 늘 ‘새날’을 살라고 예수께선 가르치셨다. 생각건대 365일 어느 한 날 새날이 아닌 날이 있을까? 우리의 망상이 자꾸만 헌 날을 고집할 뿐. ‘새날’ 교회에서 박종철 합창단 창립의 날을 갖고 첫 연습을 하게 된 것, 내겐 새삼 새롭고도 새롭다.

 

“우리에게 노래란 무엇입니까?”


총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백영제 단장님의 첫 철학적 물음. 미학 전공자의 면모가 절로 드러났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노래를 하는가? 질문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우리는 왜 박종철 합창단으로 모여 노래를 하는가……? 내가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최초의 언어는 시적 언어라지요.”


백단장님의 말씀. 그렇지. 서양의 누군가도 말했다. ‘말(言)이란 시(詩)가 되지 않으면 거짓말이 되는 요상한 물건’이라고. 그러니까 시보다 더 진실한 것은 노래라는 거지. 그건 그렇고 단장님이 꼭 하고 싶은 말의 하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고 -몇 가지 예외 이위엔, 가능한 한 결석하지 말자!’ 였는데, 이를 받아 지휘자이자 우리 합창단의 리더, 이민환 전직 음대 교수님은 이렇게도 말씀했다.


 “그보다도 아무튼 재미있게 함께 노래 해 봅시다~~.”

 

지휘자께서 첫 연습 노래로 가져오신 것은 ‘고향의 봄’과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둘 다 노래를 하는 자세와 관련된 ‘발성 연습’을 위한 것이었지만 ‘님을 위한 행진’의 끝은 말의 참된 의미로서 ‘고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입을 제대로 열고, 그러니까 턱이 걸린 것처럼 열고 목에서가 아니라 배에서부터 소리를 내야 한다, 구호하듯 하지 말고 부드럽게 넘어가듯이 해야 한다, 힘을 빼라, 튀려 하지 마라, 소리 지르는 것처럼 하지 마라, 얼굴 앞면으로 구멍이 여러 개 나있는데 음악에선 그걸 공명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놈을 의식해 보라~~~!


바짝 긴장했다, 나는. 멤버들 중에는 합창단 경력이 있는 사람, 노래 기질이 있는 사람도 많아 보이는데 나는 소주 두 병짜리에 제 흥에 겨워하는 노래밖에 못해 봤으니! 하지만 배우자! 하는 마음으로 요리조리 눈치도 봐가며 성심껏 노래코자 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집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가 부르듯 불렀던 노래를 지휘자의 조언대로 정말이지 ‘노래처럼’ 노래해 보니 느낌이 달랐다. 당연한 일. 전교조 교사로서 가끔 참석하게 되는 교육청 앞 집회에서도 거듭 생각해 본 것이지만 아무리 대중을 선동할 필요가 있는 집회라 하더라도 노래를 꼭 ‘힘차게’, ‘가열차게’, 톤도 무시해가며 불러야 하나, 그래야 힘찬 걸까 의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나이기도 하다. 조용한 한 마디, 아름다운 한 선율이 더 강할 수도 더 진정성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다들 모르는 바는 아닐 텐데, 집회에선 그게 종종 깡그리 무시되는 것이다.


“9시 반에는 무조건 마치겠소. 내가 저도 모르게 계속하면 나를 제어하시오.”

지휘자님의 언명. 하여, 없을 수 없는 뒤풀이 (이를 규약에서는 ‘제반활동’에 포괄해 두었는데!) 장소인 선술집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밤 10시 경.

 

참석자

고호석, 김광돈, 김세규, 김정곤, 김종세, 박신열, 박철, 백영제, 신수현, 안하원, 윤지형, 이광호, 이민환, 이재안, 이창우, 하재훈에 더해 참관 차 왔다는(!) 황용주, 어쩔 수 없이 늦었다는 배종만. (이 날의 한 가지 사건은 우리 모임의 ‘불가능한’ 홍일점으로 총무를 자처한, ‘민들레’꽃 김미경님이 총회와 연습 때부터 불참했다는 사실임을 명기해 두자. 다들 너무 보고 싶었다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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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기록에 더 쓰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만, 막 바쁜 일이 생겨 내일이나 모레 쯤 써 불까 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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