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놀일(노는 일요일)'.
코로나 감염으로 어머니가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누이동생집에 계신다.
병실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격리되어 있으니 어머니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발 나를 퇴원시켜라"라고 하셨다.
규정을 지키노라 면회도 못했던 가족들은 감염의 원인이 병원측의 부주의에 있었으나 대놓고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었다.
아내를 집에서 쉬게하고, 또 어머니는 오후에 뵈러가기로 연락을 한 뒤 가까운 곳으로 혼자 나선 산행이다.
풍상산(風裳山)은 미음동(美音洞) 뒷산으로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노모의 전설이 서려있다.
고기잡이 나간 아들이 바람과 뇌성이 일어 집에 와 보니 노모는 없고 치맛자락만 나무에 걸려 펄럭이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풍악소리가 들려 하늘을 쳐다보니 노모가 승천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이름은 ‘미음(美音)’이 되고, 치마(상裳)가 펄럭였던 산은 ‘풍상산’이 되었다.
풍상산은 미음동 뒷산을 통칭하여 부르는 부르는 듯하다.
지형도에는 227.3m봉을 꼭 집어 풍상산이라 지칭하지만 북서쪽 약 200m봉(분성배씨가족묘)도 풍상산이라 부르고 있다.
품이 넓은 풍상산의 주봉은 누가 뭐래도 옥녀봉(玉女峰 362.5m).
부산과 경남의 시계(市界)를 따라 굴암산에서 금병산~조만포다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에서 겸남쪽으로 살짝 치우친 봉우리이다.
이 봉우리는 고만고만한 야산들 중에 제일 높게 솟아있다.
옥녀가 비단병풍을 치고 머리를 푼 뒤 마을 앞 우물을 거울삼아 건너 빗골의 빗으로 머리를 빗는 형상이라 옥녀봉이다.
금병산(錦屛山 242.6)도 산의 형상이 마치 비단병풍을 친 것 같아 생긴 이름이니 옥녀봉과 스토리텔링이 연결된다.
오늘 내가 오른 봉우리는 ‘작은 옥녀봉(332.3m)’.
‘작은 옥녀봉은 옥녀봉과 남북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봉우리 사이 안부에 태정고개(228.8)가 있어 미음과 장유로 오르내리는 길이 있다.
오래전 지사과학단지에서 곰티고개로 올라 조만포다리로 내려서는 ☞부산시계를 걷다 제 6코스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는 장유쪽 용곡에서 큰 옥녀봉과 금병산을 찍고 원점회귀하였고, 이번엔 미음쪽에서 작은 옥녀봉을 찍고 풍상산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
선택지가 좁아진 어느 실버산꾼의 궁색함쯤으로 보아달라.
빨간 실선이 동선.

<산길샘>

5km가 조금 넘게는 산길이었고, 나머지 1.5km는 원점회귀를 위하여 도로를 걸었다.

들머리인 와룡공원에서 작은 옥녀봉을 오르는 산길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트랙이 그어져 있었으나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없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참고 <부산일보>

네비 주소창에 '부산시 강서구 미음동 1603'을 입력하여 '와룡공원(분절공원)' 입구 한산한 도로변에 차를 댔다.
이 지역은 '미음지구일반산업단지'여서 일요일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차를 대놓고...

안내판을 보니 '주정차금지'를 하되 탄력적으로 08:00~19:00에는 허용을 한다는 내용.
낮에는 되고, 밤에는 안된다는 말이니 퍼뜩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지만 입구에는 어떠한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산불감시초소 천막을 지나니 정자와 쉼터가 있었고...

차량 차단시설 옆에...

분절공원 안내도가 있다.

우측으로 데크계단이 있어, 나중에 저 계단으로 오르면 능선으로 붙을 것.우선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운동기구와 간이농구장을 지나 데크를 오르니...

계단 아래에 데크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전망대에선 미음지구산업단지와 우측으로 경마장이 보이고, 그 뒤로 금병산 능선이 내려앉는 게 보인다.

파노라마로 잡아보니 멀리 백양산도 짐작된다.

데크계단은 다갈래로 길이 나있으나...

나는 데크가 아닌 산길로 들어가 보았다.

산길은 산사면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건 아니네"하며 돌아섰다.

아까 지나갔던 운동기구와 간이농구장으로 되돌아 와서...
능선으로 붙는 데크계단(아까 처음 본)으로 올랐다.
그런데 얼마안가 데크는 끝이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우선 낙엽사이로 고개를 내민 각시붓꽃부터 눈맞춤한 뒤...
산길샘(네이버지도)의 트랙을 따라 오르지만 이렇다할 등로는 나있지 않다.
쉬엄쉬엄 오르자...
달성서씨 묘는...

봉분에 자라는 나무로 보아 묵은 지 오래되었고...

석주는 넘어진 채 팽개쳐져 있다.

이제 진달래는 한물가고 있고...

숲속에 이름모를 예쁜 꽃도 보았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쇠물푸레나무'.

인적없는 숲속에서 흰철쭉과 눈맞춤하며 오르다보니...

봉분이 벗겨진 채 상석(床石)만 댕그런 김해김씨묘가 있다.

이 묘에선 조망이 훤히 트인다.우측 뻗어내린 산자락은 녹산 봉화산 자락으로 얼마전 저곳에서 노적봉 짧게 원점을 그린 적이 있다.

봉화산과 멀리 고개내민 가덕도 연대봉.

더 우측으로 보배산도 보인다.

이 봉우리가 286.1m봉이다.

흰철쭉은 제철을 만났고...

산길은 이제 반듯해졌다.

누군가 천막치고 힐링한 곳에서 보배산이 건너다 보인다.

주능선에는 반듯한 이정표가 섰다. 내가 올라온 방향은 미음산단.

'산지킴이'님의 표지판이 있는 '작은 옥녀봉'에...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그런 뒤 굴암산 방향의 조망을 즐기며 나혼자만의 세러머니. 정상주 한 빨이면 뿅~하며 천상의 낙원에 이른다.

녹산 봉화산의 봉수대가 맞는감하며 긴가민가 당겨 보았더니 "맞넹".

바로 저기 보이는 저 산이니까.

인제 풍상산으로 내려가는 길.작은옥녀봉 삼거리에서 미음산단 방향 한전시그널 옆에 '풍상산↑'표시를 한 부산한마음산악회 표지기를 걸었다.

무덤에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풍상산이 모습을 보이며...

낮지만 헌걸찬 능선이 자태를 드러낸다. 삼봉에서 중앙이 풍상산.

촘촘한 한전표지기는 송전탑이 지나는 표시.

전망대에서 지사산업단지 위로 보배산이 짐작되어...

파노라마로 잡아 보았더니 보배산 굴암산까지 잡힌다.

다시 풍상산 능선.

지사산단 너머 보배산과 굴암산까지...

무금티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잘 정비된 등산로.

계단이 끝나면 야자매트가 깔렸다.

생태터널이 건너는 길.

나는 한 마리의 산짐승이 되어 생태교를 건넌다.

생태교를 건너면...

우측으로 난 수로를 통해 비켜돌아...

남해대로에 '녹산톨게이트(TG)'가 내려다 보이면...

곧 임도에 이르게 된다.

공사가 금방 끝난 임도는 야자매트도 깔렸다.

반듯한 임도가 끝나면 비포장 임도급 산길.

뒤돌아보는 '녹산톨게이트'와...

작은옥녀봉. 그리고 송전탑으로 뻗어내리는 능선.

뻥 뚫린 고스락은...

잘 관리되는 무덤. 빨갛고 파란 안전모는 무슨 설치예술품? 아니면 멧돼지들이 싫어하는 물건인가?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멀리 승학산과 백양산, 그리고 쫘측으로 상계봉까지.

이 묘원은 '분성배씨 가족묘지. 건너에 풍상산이 보이고, 이 200m 봉우리도 풍상산으로 부르는 듯.

우측으로 조망이 열리며 지사산단 너머 보배산의 풍광이 펼쳐진다.

아까도 보았던 쇠물푸레나무꽃이 곱다.

가림없는 능선에서 펼쳐지는 조망.

개발 중인 지사산단너머 보배산과 굴암산까지.

발아래 도로건너 보배산 지능.

부산과 경남의 시계를 따라 굴암산이 보이고, 팔판산과 화산 뒤로 장유의 용지봉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옥녀봉 뒤로 큰옥녀봉은 모습을 감췄다.

풍상산 표지기를 건 뒤...그리곤 원점회귀의 편이성을 위하여 좌측으로 촉각을 곤두 세워보지만 흔적들은 모두 송전탑 가는 길.

풍상산 능선은 백마의 등을 닮은 매끈한 등줄기로, 야트막한 산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명품 능선이다.

뒤돌아보니 금방 지나왔던 풍상산이 뒤에 머물러 있고, 더 뒤론 작은옥녀봉이 저멀리 멀어져 있다.

산중 유희를 즐기다...

풍상산보다 더 높은 253.1m봉이 닿았다. 이 봉에선 지사산단 방향으로 로프를 묶어 산길을 유도하고 있었다.

산악회 표지기에다 높이를 적어 건 뒤...

파노라마로 잡아 봤다.

송전탑을 지나고 연이은 묘지를 지나면...

거창유씨와 파평윤씨 부부묘.

이제 산길은 끝이나고 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철망 울타리에 '산불조심', '입산통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입구엔 간이 산불초소가 있고...

산불감시 아저씨가 계셨으나 가만가만 내려오는 나를 보지 못했다.

이제 차량회수를 위하여 1.5km 남짓을 걸어야 하는 것. 휴일이라 사람은 물론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나는 '남해대로' 아래를 통과해...

'태광ENG' 좌측으로 꺾어 돌 것이다.

그렇게해서 원점회귀를 이루었다.
그때 걸려온 아내의 전화.
어머니를 뵈러 가겠다고 누이동생한테 연락을 했단다.
아내를 집앞에 나와있으라고 한 뒤 씻지도 않고 바로 출발했다.
내겐 누이가 4명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제대로 모시지 못한 회한을 덜기 위하여 서로 교대로 모실려고 한다.

30년 동안 수천 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가 쓴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남은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평안히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대로 맡겨 놓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