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한때에 관한 김성탄의 33절 김성탄(金聖嘆)은, 17세기에 살았던 중국 명말 청초의 문예비평가이다 장쑤 성 쑤저우 우 셴(吳縣) 출생의. 평론가로서,(서상기)라는 희곡을 논평한 가운데 33절에 이르는 “유쾌한 한때”라는 것을 차례차례 예를 들고 있다. 그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몇절을 소개 하려한다.
1. 봄날 저녁 로맨틱한 몇 명의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어 어지간히 취기가 들었다. 술잔을 놓기도 싫고 그렇다고 더 이상 마시기도 괴로운 일이다. 그러자, 내 기분을 알아 차린 곁의 동자가 열 두서너 개의 커다란 폭죽을 넣은 광주리를 냉큼 가져다 준다. 나는 술상을 떠나 마당으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를 자극하여 온몸이 매우 기분 좋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때는 6월의 어느 더운 날, 태양은 아직도 중천에 걸려 있고, 산들바람도 한점 없고 하늘에는 한조각의 구름도 보이지 않는다. 앞뜰도 후원도 마치 가마 속같이찐다. 하늘을 나는 새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땀은 온 몸을 폭포처럼 흘러 내린다. 점심상을 받았으나 무더위 때문에 숟가락을 들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돗자리를 한 장 가져 오게 해서 땅바닥에 깔고 그 위에 벌렁 누워 본다. 그러나 돗자리는 축축하고 파리떼가 코 언저리를 날아 다니며 아무리 쫓아도 영 달아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나는 완전히 맥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때 갑자기 우뢰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검은 구름이 첩첩이 하늘을 덮고 싸움터로 향하는 대군처럼 당당한 기세로 몰려 온다. 이윽고 처마에서 비가 폭포처럼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땀은 걷히고 땅이 축축하던 것도 없어지고 파리떼들은 모두 어디론지 숨어버려 겨우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물항아리에서 물이 흘러나오듯이 나의 아이들이 옛글을 줄줄 따로 외고 있다. 그것을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어느 여름날, 맨머리 맨발로 문 밖에 나가 젊은이들이 수차를 밟으면서 소주의 민요를 노래하는 것을 양산을 받고 서서 정신 없이 듣는다. 밭의 물은 녹은 백은이나 녹은 백설처럼 흰 거품을 내면서 수차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여름 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 새파란 수박을 올려 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길을 떠났던 나그네가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리운 성문이 보이고, 강 양쪽 기슭에서는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고향의 사투리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1. 누군가가 날리고 있던 연줄이 끊어져서 연이 날아간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