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 기대어

작성자조주성|작성시간26.06.23|조회수8 목록 댓글 0

선생님에 기대어


칠판 모서리에 남겨진 흰 먼지
저녁 햇살 속을 떠도는
작은 별들의 잔해였다
내 문장은 자주 길을 잃고
종이 위에서 발목을 접질렀다
선생님은 붉은 펜보다 먼저
침묵의 난간을 내어주었다
틀린 답안 속에서도
한 줄기 숨은 강물을 찾아내어
마른 생각의 둑을 허물고
새 물길을 열어 주었다
운동장 느티나무 그림자 아래
바람이 지나가는 법보다
견디는 법을 먼저 배웠다
세월이 여러 번 계절을 갈아입는 동안
당신이 건네준 한 문장은
주머니 속 조약돌처럼 닳아갔으나
더 깊은 빛을 품게 되었다
길을 잃은 저녁이면
나는 아직도 그 문장을 만져본다
어둠의 결이 조금씩 풀리고
가슴속에 새순 하나 돋아난다
선생님,
당신은 떠난 적 없었다
내 안에서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며
나를 숲 쪽으로 자라게 한
한 권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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