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과 포항의 그리스도인
흔히 6월은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6월을 대표하는 꽃은 작약이지만 이 말은 서양에서 6월의 신부(June Bride) 문화와 장미 사용관습이 한국에 전래되어 생긴 유행어다. 즉 결혼과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 ‘Juno’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6월(June)’에 결혼한 신부는 행복해진다는 신념 때문에 6월의 신부들은 당시 만개한 장미로 결혼식장을 장식했다. 이것이 6월과 장미가 연을 맺게 된 이유다. 꽃잎, 꽃받침, 암술과 수술, 가시와 잎으로 구성된 장미 과(科)에 속한 식물로는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딸기, 벚나무가 있다. 장미 과 식물은 꽃이 필 때 꽃잎이 5장이며 꽃받침과 수술이 정교하게 발달해 있고 대개 향기롭고 열매를 맺는 공통점이 있다.
포항시는 1983년 6월 15일 장미를 ‘포항의 꽃(浦項市花)’으로 선정하였다. 그래서 이 계절의 포항은 장미의 도시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시화선정위원회는 붉은색 꽃과 가시가 특징인 장미가 포항의 정체성을 담아내기에 ‘적격화(適格花)’로 꼽았다. 장미의 은은한 향기는 주변에 사랑을 베푸는 따뜻한 시민성을 나타내고 줄기의 가시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기개를 담았다. 또한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피어나는 개량종 장미는 쉬지 않고 발전하는 포항시의 미래를 알린다. 그 당시 포항은 경제부국으로의 꿈을 품고 첫발을 내디뎠던 포스코(POSCO)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산업화 신화의 제1 도시였다. 이처럼 순박한 어촌마을의 놀라운 변신은 한국 경제 성장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회색빛 도시, 공해 도시, 삭막한 공장지대’라는 차갑고 묵직한 철강 도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었다. 용광로에서 붉게 끓어오르는 쇳물은 대한민국 발전에 온몸을 바치는 포항 시민의 뜨거운 정열이고 개척정신으로 상징되어야 했다. 이를 한 번에 담아낼 수 있는 꽃으로는 정열의 붉은색 장미만 한 게 없었다. 게다가 장미는 포항의 역사적 뿌리인 신라 신문왕(680년대) 때 설총의 책 「화왕계(花王戒)」에 처음 등장하는 것을 보니까 장미는 우리 지역에서 긴 역사를 살아왔으니 포항의 상징 꽃이 되기에 더욱 손색이 없다.
포항시는 도시재생과 녹지확충을 위한 ‘그린웨이 프로젝트’(Green Way Project)를 가동하여 ‘천만송이 장미도시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형산강 둔치, 주요 대로변, 녹지대 등 도심 곳곳에 수십만 본(本)의 장미를 식재했다. 그중 해맞이 마을의 푸른 동해와 해상누각 영일대를 배경으로 4만여 송이의 장미가 펼쳐지는 포항의 대표명소 영일대 장미원, 강변 산책로에 조성된 봄, 여름의 산책 명소 형산강 장미원, 그 외 인덕산 장미원, 동빈마루, 형산제방, 9호 광장 등에는 장밋빛 물결이 바람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장미 오벨리스크, 장미 터널, 장미 아치가 조성되어 명실상부(名實相符) 포항은 장미 도시로 거듭났다. 철강 도시의 뜨거운 열정이 장미를 통해 잘 표현되면서 동시에 삭막한 공업 도시가 아름다운 해양정원 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의 야생 장미 속 식물에는 장미 외에 찔레나무, 해당화, 돌가시나무 등 전통 장미가 있으나 현재는 19세기에 들어온 서양 장미가 대세다. 재배가 편리하고 보기에 좋다는 이점 때문이다. 현재 원예종으로는 하이브리드 티(Hybrid Tea)가 대표적이다. 또한 한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무더기로 피는 플로리분다(Floribunda), 스스로 서지 못하여 벽이나 아치를 타고 자라나는 덩굴장미 클라이밍(Climbing), 아주 작게 개량된 미니어처(Miniature), 하이브리드 티와 플로디분다의 교배종 그랜디플로라(Grandiflora) 등이 있다. 장미는 기본적으로 붉은색, 흰색, 노란색, 분홍색, 주황색 등 단색화다. 그 외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복색 장미, 특수색 장미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와 색깔이 있어도 일반적으로 장미라고 하면 ‘붉은색 꽃과 가시’가 대표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미를 그저 한 계절을 장식하는 관상용 꽃으로만 봐야 할까? 그리스도인에게 장미는 그 이상의 신앙적인 의미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장미는 가시가 있고 붉은색 꽃이 화사하게 핀 목본(木本) 식물이다. 그 모습은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과 묘하게 겹친다. 먼저 인류 구원을 위하여 나무(십자가)에 달리신 모습 말이다.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벧전 2:24). 또 머리에 가시관을 쓰신 모습도 영락없다. “가시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마 27:9), 그리고 인간의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붉은색 피를 흘리신 모습은 판박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막 14:24). 이 땅에서 흩어져 있는 수많은 나무 중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한 몸으로 보여주는 꽃나무가 또 있을까?
하나님은 셋째 날 그 종류대로 화초(花草)와 화목(花木)을 창조하셨다(창 1:11~12). 아직 인간이 창조되기 훨씬 전인데 하나님은 앞으로 그 형상대로 창조될 인간이 죄짓고 멸망할 것을 아셨다. 이에 구원계획까지 세우시고 이를 기념하고자 장미를 그렇게 디자인하신 게 분명하다. 이 일은 성찬식을 제정하여 영원히 기념해야 할 만큼 매우 귀한 하나님의 구원 행동이기 때문이다. 천하 미물 장미는 창조주의 구원 행동을 몸으로 나타내는 직분을 받고 그 오랜 세월 묵묵히 가시와 붉게 물들인 꽃을 빚어냈다. 이 땅과 특히 장미의 도시 포항의 그리스도인은 이 꽃나무처럼 그렇게 살아야 마땅한 도리임을 깨닫는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이사야 53:5).
우리교회 담장을 장식하는 장미덩굴
여러 개의 꽃 송이로 창포로의 장미 아치를 장식한 플로리다분다
여러 개의 꽃 송이로 창포로의 장미 아치를 장식한 플로리분다
여러 개의 꽃 송이로 창포로의 장미 아치를 장식한 플로리다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