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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이야기

예덕선생과 그리스도인

작성자선한목자|작성시간26.06.20|조회수31 목록 댓글 0

예덕 선생과 그리스도인

 

    ‘해병이 머문 곳에는 흔적이 없다.’ 현역 시절 훈련받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전시 적진 깊숙이 침투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국가전략 기동부대로서의 위상이 이 한마디에 농축되어 있다. 사람이 머문 곳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대부분 쓰레기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 현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하루 쓰레기양은 40만 톤, 연간 1억 5천만 톤의 양이다.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豹死留皮),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人死留名)”라는 옛말이 무색해진다. 사람이 머무는 곳의 쓰레기는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공존할 순 없다. 진정 사람다운 삶이란 쓰레기가 없는 쾌적한 환경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국가 지도자의 제1 순위의 통치행위였다면 현대는 치오치재(治汚治滓) 즉 쓰레기와 오물 관리다.

    한글 창제라는 찬란한 업적을 남긴 조선(朝鮮)은 불행하게도 오물(汚)과 쓰레기(滓) 관리에 실패한 국가였다. 특히 선말(鮮末) 수도 한양은 오물로 가득하여 이게 사람 사는 도시인가 싶을 정도였다.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주민은 밤새도록 요강에 분뇨를 모았다가 개천에 버리기 일쑤였다. 길거리 곳곳에는 인분(人糞)에 마분(馬糞)까지 뒤섞여서 수도 서울은 사실상 거대한 인수(人獸) 공동화장실이자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했다. 위생에 매우 취약했고 무방비 상태였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무고한 생명은 대책 없이 쓰러졌다. 한양의 상수도인 청계천(淸溪川)은 하수 종말처리장이 되었고 건기에는 오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이 퇴적물 때문에 하천 깊이가 점점 낮아지자 영조는 대대적으로 준천(濬川)했다.

   1894년~1897년 4번이나 조선을 여행했던 영국의 탐험가 이사벨라 비솝(Isabella Bird Bishop)은 그의 여행기에 “한양(漢陽)은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 중 하나이고 좁은 골목마다 고체와 액체 오물이 가득하며 악취는 참기 힘들다”라고 기록했다. 초창기 외국 선교사도 본국에 이런 실상을 그대로 보고했다. 외국인의 눈에는 오물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미개 국가였던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오물 처리반이 전혀 없던 게 아니었다. 그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 ‘똥지게꾼’이다. 연암(燕巖) 박지원은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집필했는데 그것이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이다. 이는 비록 천한 일을 하지만 덕을 지키며 살았던 똥지게꾼 엄 행수(行首)의 이야기다. 예덕은 더러운 것(穢)을 다루지만 덕(德)이 높은 사람(先生)이라는 의미로 연암이 부친 이름이다. 이처럼 오물 처리반의 활동은 미미했어도 그나마 그 덕에 도시가 청결했을 것이다. 당시 천민이었던 똥지게꾼이 하는 일은 도시를 살리고 백성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주의 임무와 다를 바 없는 중책이었다. 진실로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고 은인이다.

   어느 날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양덕동 낙천대삼거리를 지나는데 이 예덕선생을 보았다. 밤새 집마다 거리에 내놓은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북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다. 만휘군상(萬彙群象)이 새벽잠에 빠져 있을 즈음 그들은 먼동이 트기 전부터 쓰레기를 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활보하는 대낮 시간에 쓰레기 처리가 혐오감을 줄 우려 때문인 듯 이들은 굳이 동터오기 전부터 분주하다. 지역 환경 미화를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누가 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마음 한편에는 숭고한 여운이 남는다. 그들의 수고가 깨끗한 지역, 쾌적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고 있어서 그 고마움은 말로만 표현하기 미안할 정도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하고 분리수거라도 잘해서 이들의 숭고한 노고에 일조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일등 시민이다.

   환경미화원과 새벽형 그리스도인은 아침 일찍 하루의 첫 번째 업무가 쓰레기 처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새날을 맞으면서 수북하게 쌓인 더러운 생각이나 감정을 처리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내 심령은 오물로 가득한 심령 상태로 그날이 불편, 불쾌하지 않을까? 그리스도인은 새벽에 이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한 걸음씩 성화의 길로 나가는 예덕선생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에게 새벽은 조용히 하나님을 만나고 거룩함으로 무장하는 기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새벽에 도와주신다”(시 46:5)는 말씀을 붙들고 매일 하나님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더 깊이 기도로 심령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이렇게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새벽 시간이 너무 귀한 이유다.

    사도 바울은 이런 쓰레기를 ‘육체의 일’이라고 규정했다. 음행, 더러운 것, 호색, 우상 숭배, 주술, 원수 맺음, 분쟁, 시기, 분냄, 당 짓기, 분열, 이단, 투기, 술 취함, 방탕함 등이다(갈 5:19~21). 어디 이뿐이랴? 사람마다는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더 있을 게다. 내 영적 환경을 더럽히는 찌꺼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도 깰 수 있는 암적 이물질이다. 그 대신 사도는 성령의 열매를 맺어 육체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단언(端言)했다. 즉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요소로 구성된 성령의 열매다(갈 5:22~24). 하나님 형상을 닮은 거룩함이란 곧 이런 쓰레기 처리가 잘되어 깨끗한 상태를 뜻한다. 깨끗함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이 오물 처리에 미숙하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제 영적, 육적 깨끗함의 시작은 쓰레기 처리에 있음을 명심하고 날마다 순간마다 주 앞에서 회개하며 하루를 시작하여 보자. 이른 아침 예덕선생인 환경미화원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의 영적 생활을 묵상한다.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에베소서 5:26).

연암 박지원(朴趾源) 朴趾源 朴趾源)

연암이 쓴 소설「穢德先生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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