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바람은 차갑지만 날카롭지 않았고, 하늘은 한 해의 끝자락답게 담담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포스트님공지 가기전에) # 3
작성자더레인보우작성시간25.12.30조회수299 목록 댓글 2김포의 겨울은 유난히 고요했다.
바람은 차갑지만 날카롭지 않았고,
하늘은 한 해의 끝자락답게 담담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첼시카페 앞마당에 들어선 순간,
시간은 조금 느려졌다.
마치 25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서두르지 말라고,
이 순간을 천천히 안아 보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녀는 커다란 빛의 구(球)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멀리서 조용히 반짝이고,
잎을 떨군 가지들 사이로 작은 불빛들이 숨을 쉬듯 깜박인다.
그녀의 표정에는 들뜸보다 사색이 먼저 깃들어 있다.
한 해를 지나오며 놓쳤던 말들,
미처 안아 주지 못한 마음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걸어온 자신에 대한 다정한 인정.
희망은 이렇게 소란스럽지 않다.
희망은 오히려 조용히 기대어 쉬는 마음에서 태어난다.
빛은 그녀를 비추지만 눈부시지 않다.
차분한 온기로 다가와,
“잘 왔다”고 말해 준다.
25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축제보다 따뜻한 위로에 가깝다.
우리는 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재촉하지만,
이 밤만큼은 오늘을 충분히 살아도 괜찮다고 허락받는다.
그녀는 그 허락을 받아들이듯,
고요한 미소로 시간을 바라본다.
청록색 문 앞에 선 그녀는 마치 한 해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문은 닫혀 있지만 두려움은 없다.
양옆을 지키는 붉은 근위병 인형들은 시간의 수문장처럼 묵묵하다.
지나간 날들을 쉽게 들여보내지도,
다가올 날들을 성급히 끌어당기지도 않는다.
그 사이에 선 그녀는 균형을 안다.
후회와 기대 사이에서,
놓아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을 가만히 구분하는 눈빛이다.
하얀 코트는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온기를 닮았다.
손에 쥔 가방에는 아마도 25년의 작은 기억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웃음과 눈물,
기다림과 배려,
그리고 결국 서로를 살게 한 사랑들.
크리스마스는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날이다.
더 많이 가지기보다,
더 가볍게 내일로 가기 위해 마음을 다듬는 날.
첼시카페의 크리스마스는 요란하지 않다.
대신 공간 곳곳에 희망의 흔적을 남긴다.
불빛은 길을 만들고,
나무는 시간을 기억하며,
문은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 서서,
자신에게 말한다.
“올해도 잘 살아냈다.”
그 말 한마디가,
내년을 시작하는 가장 확실한 용기다.
사랑은 여기에서 다시 정의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사랑도,
혼자서 자신을 돌보는 사랑도 모두 소중하다.
배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다.
25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 준다.
우리는 충분히 애썼고,
충분히 기다렸으며,
충분히 희망할 자격이 있다고.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은 더 선명해진다.
그 빛은 말한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의 다른 이름이라고.
김포 첼시카페에서 보낸 이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라,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의 숨 고르기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희망은 그렇게 남는다.
크게 외치지 않아도,
눈부시게 드러내지 않아도,
사랑과 온기를 품은 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25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그녀의 겨울에 내려앉아,
내일을 향한 가장 따뜻한 불빛이 된다.
어쩌면 25년의 마지막출사,
한햇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글,사진 더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