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중랑천변 광진장미정원에서 ―
사진함은, 모델함은 테라피이며 힐링이다
오월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문턱 사이,
광진구 중랑천변의 광진장미정원은 마치 세상이 잠시 숨을 고르고 피워낸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장미는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지치고,
얼마나 오래 외로워지는지를.
그래서일까.
분홍빛 장미 아치 아래 서 있는 중년의 여인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문득 깨닫는다.
사진함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리고 모델함 또한 단순히 포즈를 취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상처 난 마음이 천천히 자기 자신을 껴안는 방식이며,
삶에게 다시 웃음을 배우는 조용한 테라피인지도 모른다.
장미정원의 햇살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바람은 장미 향기를 조금씩 흔들어 놓았고,
여인들의 원피스 자락은 그 바람 속에서 작은 꿈처럼 흔들렸다.
누군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푸른 풀밭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는 연분홍 옷자락을 입고
장미넝쿨 아래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또 누군가는 카메라를 무릎에 올려놓고
꽃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젊음의 특권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의 표정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중년이라는 시간은
세상이 말하듯 결코 저물어가는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눈물과 기다림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고 은은한 장미빛 계절이다.
젊은 날의 아름다움이 눈부심이었다면,
중년의 아름다움은
이해와 배려와 긍정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따뜻한 온도의 빛이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여인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어색한 웃음.
“제가 예쁘게 나올까요?”
“이 나이에 무슨 모델이에요…”
그 말 속에는
세월이 남긴 조심스러운 겸손과
조금은 잊고 지냈던 자신감의 흔적이 숨어 있다.
하지만 셔터가 몇 번 눌리고,
“좋습니다.”
“지금 아주 아름다우세요.”
“그 눈빛 그대로…”
그 짧은 말들이 오가다 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믿기 시작한다.
굳어 있던 어깨가 펴지고,
웃음이 자연스러워지고,
눈빛이 맑아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사진을 찍히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한
한 사람의 아름다운 인생 모델이 되어 있다.
나는 사진가로서 늘 믿는다.
좋은 사진은 기술로만 완성되지 않는다고.
빛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구도보다 중요한 것은 교감이며,
렌즈보다 더 선명한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착하디착한 시선이라고.
그래서 사진은 사람을 닮는다.
세상을 불평으로 바라보는 눈으로는
결코 따뜻한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아름다운 눈으로,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더 착하디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사진 속 인물도
자신이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광진장미정원의 장미들이 그러했다.
꽃들은 경쟁하지 않았다.
더 붉으려 애쓰지 않았고,
더 화려하려 다투지 않았다.
그저 자기만의 색으로 피어 있었다.
아마 인간의 삶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남보다 늦어도 괜찮고,
조금 서툴러도 괜찮고,
지금의 나로 피어나는 것.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아름다운 존재 방식인지도 모른다.
사진하는 사람들과 모델하는 사람들이
자꾸 자연 속으로 향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시는 우리에게 역할을 요구하지만,
꽃과 바람과 강물은
아무 역할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하라고 말해 준다.
웃고 싶으면 웃고,
조용히 있고 싶으면 조용히 있으라고.
그래서 사진 촬영이 끝난 뒤의 얼굴들은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인다.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다.
그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고,
모델함의 힘이며,
예술이 가진 작은 치유의 기적이다.
광진구 중랑천변 광진장미정원에서의 하루.
그날의 사진은 단순히 꽃과 여인을 담은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에게 지쳤던 사람들이
다시 웃음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중년의 여인들이
“나는 아직 아름답다.”라고 조용히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눈으로,
조금 더 착한 마음으로 바라보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연습장이었다.
나는 오늘도 믿는다.
사진함은 테라피이다.
모델함은 힐링이다.
그리고 사랑으로 바라본 한 장의 사진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 더 환하게 다시 피어나게 하는
또 하나의 장미정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광진장미정원의 장미들처럼.
세월을 지나도,
바람을 견뎌도,
끝내 자기만의 빛으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중년의 여인들처럼.
글,사진 더Rainbow.
함께해주신,
모델님들,
작가님들,
덥고 습한날에,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세리우 작성시간 26.05.25 분위기 좋네요
사진 감사합니다 ~~^^
-
작성자비카 작성시간 26.05.25 아 ㅡ
아름다운 곳이네요 ㅎㅎ
작은규모 이지만
여기 저기 있을건
다 있는곳이지요?
먼거리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나연 작성시간 26.05.25 무더운 날씨 먼길 오셔서
추억남겨주셔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
작성자제니 작성시간 26.05.25 곱게핀 장미가 예쁜곳이었어요.
덕분에 몇시간 힐링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뵈서 정말 반가웠구요!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이브 작성시간 26.05.26 new
사진함은 힐링시간이
맞습니다.
처음가 본 장미정원에서
즐건추억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