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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출사 앨범

좋은 사진은 카메라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공기에서 태어난다.(찰나님공지) # 2 臥牛精舍

작성자더레인보우|작성시간26.05.13|조회수73 목록 댓글 3

 

봄은 사람을 조금 들뜨게 만든다.
겨우내 조용히 숨어 있던 마음들이 햇살을 따라 밖으로 걸어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계절을 만난다.

 

누군가는 꽃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러 간다.

 

용인 와우정사.


산자락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그곳은 봄이 오면 더욱 특별해진다.
풍경은 조용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고,
바람은 느리지만 마음까지 흔들 만큼 부드럽다.


형형색색의 연등은 마치 하늘에 걸린 소망 같고,
오래된 기와지붕과 석탑들은 시간의 숨결을 품은 채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날,
와우정사에는 봄을 닮은 여인들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웃었고,
누군가는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채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걸었다.
또 누군가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며
“오늘은 제대로 모델놀이 해보자구요!”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이상하게도 봄꽃보다 더 환했다.

사진가는 그런 순간들을 사랑한다.
완벽하게 꾸며진 장면보다,
웃다가 흐트러진 머리카락 하나,
햇살 때문에 가늘게 감기는 눈빛 하나,
서로를 바라보며 터지는 자연스러운 미소 하나에 더 오래 마음이 머문다.

 

좋은 사진은 카메라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공기에서 태어난다.

 

와우정사의 봄날도 그랬다.

“언니, 거기 조금만 돌아봐요.”
“와, 지금 너무 예뻐요!”
“잠깐만요, 햇살이 딱 좋다.”

셔터 소리 사이로 웃음이 흐르고,
누군가는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정하게 정리해준다.
또 누군가는 어색해하는 친구에게 일부러 장난을 걸어 긴장을 풀어준다.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닫게 된다.

사진놀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주는 놀이라는 것을.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웃을 때 훨씬 더 빛난다.
그래서 단체 출사는 늘 작은 축제 같다.


봄이라는 계절 위에
우정과 배려와 설렘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검은 수트를 입고 담장 위에 앉아 있던 여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도시의 세련됨과 산사의 고요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영화 포스터 같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운 듯 보였지만,
사진을 찍고 난 뒤 터뜨리는 웃음은 소녀처럼 맑았다.

 

또 다른 여인은 연등 아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그녀의 모자 끝에 머물고,
봄바람이 치맛자락을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사진가는 알았다.

아, 지금이구나.

사진은 바로 그런 찰나를 붙잡는 일이다.

 

아름다움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햇살도 변하고,

꽃도 지고,

사람의 감정도 흐른다.


그래서 사진가는 늘 조급하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속에 담긴 순간은 영원이 된다.

 

몇 년 후 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될 때,
사람들은 단순히 “그때 예뻤네” 하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 참 즐거웠지.”
“우리 많이 웃었네.”
“봄바람 냄새까지 기억나는 것 같아.”

아마 그렇게 추억하게 될 것이다.

 

사진은 풍경을 기록하지만,
사실은 감정을 저장하는 예술이니까.

 

와우정사의 봄은 유난히 따뜻했다.
연등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오래된 걱정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여인들은 점점 더 사진놀이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서 있던 사람도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포즈를 취하고,

서로를 찍어주고,
사진 결과물을 함께 들여다보며 깔깔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소풍 나온 아이들 같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늘 바쁘고,

사람들은 점점 표정을 숨긴다.


하지만 사진 앞에서는 이상하게 다시 순수해진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기억되고 싶은 마음,
오늘 하루만큼은 행복하고 싶은 마음.

그 솔직한 감정들이 카메라 앞에서 피어난다.

 

그래서 사진가는 안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무리 힘든 날이 있어도

꽃을 보며 웃을 줄 알고,
햇살 좋은 날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겨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늙지 않는다.

와우정사의 오후는 천천히 저물어갔다.
햇살은 조금씩 붉어졌고,
연등은 더 선명한 색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마지막 셔터가 눌리던 순간,
사진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오늘도 참 아름다운 하루였다고.

 

아니,
정확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하루가 더 찬란했다고.

 

글,사진 더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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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칼리 | 작성시간 26.05.13 그날의 사진 놀이~
    하늘이...
    구름이
    무척이나
    몽실몽실했던...ㅎ
    감사합니다 ~~
  • 작성자이브 | 작성시간 26.05.13 불교인은 아니지만
    정갈하게 가꾸어진
    와우정사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저장하고 옴에
    감사드립니다~^^
    바쁘신데 보정과 멋진글로
    감동 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
  • 작성자예향 | 작성시간 26.05.13 멋진길속의 여정이 참 아름다워보여요 ♡
    작가님의 정서적인 글이 참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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