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4월의 빛은 언제나 조금 특별하다.
겨울이 남기고 간 차가운 기억을 천천히 녹이며,
세상 위에 얇고 부드러운 숨결을 덧입힌다.
그날,
의정부의 옛찻집 뜨락에도 그런 봄이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
나무문이 삐걱이며 열리고,
오래된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 따뜻하고 느릿했다.
그 뜨락 한가운데,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한복의 고운 자락이 바람을 따라 살짝 흔들리고,
머리에 얹은 장식은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의 눈빛은 어디론가 멀리 닿아 있었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있었다.
봄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다.
지나간 계절을 돌아보게 하면서도,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조용히 건네준다.
그녀의 미모에는 분명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것은 단순히 얼굴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계절을 통과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부드러움,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여유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봄꽃이 피는 것은 나무의 힘이지만,
그 꽃이 아름다운 것은 긴 겨울을 견뎌낸 기억 덕분이듯,
그녀 역시 그 모든 시간을 품고 있었다.
뜰 주변에는 막 피어난 꽃들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앞쪽으로 흐드러진 붉은 꽃가지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담채화처럼 은은하고도 깊었다.
선명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 것들,
다 드러나지 않아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들.
그날의 봄은 그런 방식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나무문을 넘으며 살짝 몸을 숙이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한복 자락을 고이 잡아 올렸다.
그 작은 동작 하나에도 품격이 깃들어 있었다.
급하지 않고,
과하지 않으며,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는 움직임.
그것은 마치 봄이 꽃을 피우는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때가 되어 피어나는 것.
찻집의 뜨락은 조용했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았다.
햇살과 바람,
꽃과 나무,
그리고 한 사람의 존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충분히 풍성했다.
그녀는 그 안에서,
봄을 ‘즐기고’ 있었다기보다,
봄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치맛자락이 스치며 작은 바람을 만들고,
그 바람이 꽃잎을 흔들어 또 다른 봄을 불러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아주 크지도,
과하지도 않은,
그저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번져 나온 미소였다.
아마도 그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런 순간들이 쌓여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지.
그래서 더 욕심내지 않고,
그저 이 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푸른 4월,
봄은 결국 사람을 닮는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이고,
누군가에게는 위로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다.
그날의 그녀에게 봄은,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그녀의 미모는,
단순한 외면의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깊이를 머금은 빛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의정부의 옛찻집 뜨락,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한 여인은 그렇게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봄이 그녀를 만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사진 더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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