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인연,
그리고 사람들,
강서구 마곡동에서,
우리들의 사진함은 축제이다
강서구 마곡동의 여름은 조금 특별하다.
유리벽에 비친 햇살과 물 위에 내려앉은 빛의 조각들,
그리고 현대적인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직선의 아름다움 속에는 묘한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때로는 사랑하게 만든다.
그날도 그랬다.
계단 위에 선 모델과 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
누군가는 셔터를 누르고,
누군가는 포즈를 취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같은 풍경 안에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사진이 되는 사람도,
결국은 서로의 인연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왜 우리는 사진을 하는가.
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먼 길을 찾아오는가.
왜 뜨거운 여름에도,
차가운 겨울에도,
우리는 다시 만남을 약속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사진보다 사람 때문일 것이다.
사진은 결과물이지만,
인연은 과정이다.
그리고 인생은 언제나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답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사랑하고,
추억을 사랑하고,
꿈을 사랑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다.
그리움이 있고,
슬픔이 있고,
미안함이 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떠나보낸다.
사람을 떠나보내고,
청춘을 떠나보내고,
계절을 떠나보내고,
어제의 나를 떠나보낸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잠들기 전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왜 우리는 만나고,
왜 헤어지며,
왜 사랑하고,
왜 그리워하는가.
그 오래된 질문은 철학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다.
사진도 그렇다.
한 장의 사진은 설명보다 질문이 많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무엇 때문에 설레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 때문에 슬퍼했을까.
우리는 사진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사실 이해란 쉽지 않다.
우리는 종종 편견 속에서 사람을 바라본다.
오만한 판단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고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눈물이 있었고,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두려움이 있었으며,
밝게 웃는 사람에게도 말 못 할 상처가 있었다.
그래서 이해란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런 기다림을 배우는 사람들이다.
빛을 기다리고,
표정을 기다리고,
계절을 기다리고,
인연을 기다린다.
인내한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배려 또한 그렇다.
좋은 사진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모델은 사진가를 믿고,
사진가는 모델을 존중하며,
함께 온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다.
"괜찮아요."
"조금 쉬었다 가요."
"천천히 해도 됩니다."
그 짧은 말들 속에 사람 냄새가 있다.
그리고 그 온기가 축제를 만든다.
나는 늘 생각한다.
우리들의 사진함은 축제라고.
축제란 거창한 불꽃놀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께 웃는 것.
함께 걷는 것.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축제다.
마곡동의 물 위에 비친 건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꿈같은 인생을 닮아 있었다.
실체와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행복과 슬픔도 그렇다.
희망과 절망도 그렇다.
불행과 행운도 그렇다.
인생은 어느 한쪽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성장한다.
상처를 통해 배려를 배우고,
실패를 통해 겸손을 배우며,
그리움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어떤 사람은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말한다.
죽음은 존재양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사라짐이 아니라 변화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사진도 비슷하다.
오늘의 순간은 사라진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다른 형태로 살아남는다.
젊음은 지나가지만 추억은 남는다.
계절은 떠나가지만 기억은 남는다.
사람은 멀어지지만 인연은 남는다.
그래서 사진은 시간을 이기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날 마곡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걸어온 길도 달랐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모였다.
참 신기한 일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지만,
어떤 만남은 그냥 스쳐 지나가고,
어떤 만남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 차이는 아마도 마음의 깊이일 것이다.
서로를 신경 쓰고,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서로를 존중하려 할 때
인연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인연은 결국 행복으로 이어진다.
행복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싼 것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
서로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마음.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배려.
고마웁다는 한마디.
미안하다는 한마디.
그 소박한 말들 속에 행복은 숨어 있다.
그날의 마곡동은 아름다웠다.
건축물도 아름다웠고,
빛도 아름다웠고,
모델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긍정과 여유로움,
배려와 인내,
설렘과 희망,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 되었고,
하나의 추억이 되었으며,
하나의 축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는다.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고.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고.
사랑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우리 모두가 또 다른 길 위에 서 있게 되더라도,
마곡동의 그 여름날은 사진 속에서 여전히 웃고 있을 것이라고.
그곳에는 아름다움이 있었고,
행복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사진함은 충분히 아름다운 축제였다.
글,사진 더Rainbow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엠버 작성시간 26.06.16 시인작가님레인보우님.
글다읽느라시간걸림.ㅎ
우리동네마곡동이라
더친근감있던곳에서의
아름다운추억을
멎지게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서서로배려.사랑.아름다운마음가진사람들
공감합니다.
제가사진을오랫만에찍어보니많은감을잃은게보입니다
어설픈모델에게예쁘게담아주셔서고감사해요
그다음에좋은길에서봐~~욤
그나마제모습이게원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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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몰리 작성시간 26.06.17 작가님의 글을 차분하게 읽으며 여러가지를 공감하게 됩니다.
사라지는 순간순간들이 사진 속에 살아남아 영원으로 기억되지요.
어느여름 마곡동에서 환한 웃음~
이 사진들을 남겨준 작가님들을 생각하며 그 날은 포토축제 같았지 라고 회상하겠지요..
넘나 이쁘게 담아주신 사진 감사드립니다.
훗날 ~~
믿어지지않겠지만 나 60때의 모습이라고 뻔뻔하게 우겨볼 생각입니다 ㅎ -
작성자찰나 작성시간 26.06.18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