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을 즐기는 여인,
강서 마곡동에서,
햇살과 인생 사이를 걷다
여름은 언제나 순식간에 찾아온다.
길고 추웠던 계절을 지나 어느 날 문득 하늘이 높아지고,
건물 유리창에 비친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순간,
우리는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강서구 마곡동의 여름은 유난히 맑고 투명하다.
도시의 직선적인 건축물과 넓은 광장,
물 위에 비친 하늘과 유리벽은 마치 현대적인 미술관 같다.
그곳에서 한 여인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햇살이 만들어낸 그림자 사이를 걷기도 하며,
조용히 물결 같은 반영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음악처럼 흘러간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생각했다.
인생도 결국 하나의 산책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위치에서 인생을 걷는다.
어떤 날은 빠르게 달리고,
어떤 날은 잠시 기대어 쉬고,
어떤 날은 고민하며 멈춰 서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사히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니다.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내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
친구처럼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 여인을 바라보며 문득 "아내처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곁을 오래 지켜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처음의 설레임보다 인내가 더 필요하고,
화려한 말보다 배려가 더 필요하다.
사랑은 결국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하루를 함께 견디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
지친 어깨를 잠시 기대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따뜻한 쉼터일 것이다.
마곡동의 햇살 아래 선 여인은 그런 평온함을 닮아 있었다.
무언가를 보여주려 애쓰기보다
그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사실 아름다움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부족함이 없음이 아니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예뻐 보였다.
햇살 때문도 아니고,
옷 때문도 아니고,
사진 기술 때문도 아니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사진가도 그렇다.
모델도 그렇다.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다.
카메라를 들고도 어색하고,
포즈를 취해도 부끄럽고,
표정을 지어도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자주하다 보면 달라진다.
꾸준함은 녹슬지 않는다.
반복된 노력은 결국 자신만의 색깔이 된다.
전문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진도 인생도 결국 비슷하다.
잘하려고만 하면 힘들지만,
즐기기 시작하면 행복해진다.
그날의 촬영은 여름의 막바지처럼 느껴졌다.
아직 뜨거운 햇살은 남아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계절은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은 언제나 작별을 준비하며 깊어진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그래서 더욱 그리워진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청춘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사랑했던 시간들도 어느새 추억이 된다.
하지만 떠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 속 둥지에 남아
오랫동안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나는 사진을 하며 그것을 배웠다.
좋은 사진은 풍경보다 마음을 담는다.
좋은 사진은 얼굴보다 이야기를 담는다.
좋은 사진은 오늘을 내일의 추억으로 바꾸어 준다.
그래서 사진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사진 속에는 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약속.
오랫만에 꺼내 보아도 웃을 수 있는 기억.
그것들이 모두 사진 안에 담겨 있다.
촬영이 끝날 무렵 여인은 물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블루투스로 전송되는 음악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천천히 퍼져 나갔다.
한 사람의 기분 좋은 웃음이
다른 사람의 행복이 되고,
한 사람의 따뜻한 배려가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살아가고,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인연이 되며,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마곡동의 여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분주한 도시 속에서도
조용한 여유가 있었고,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편안한 쉼이 있었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여름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풍경이 되었고,
이야기가 되었고,
한 편의 시가 되었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인생은 결국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름답게 웃었느냐의 문제라고.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하게 사랑했느냐의 문제라고.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설레임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움을 남기기 위해.
희망을 품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꺼내 보았을 때,
"참 행복했구나."
하고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 여름의 마곡동은 아름다웠다.
아니,
그 여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글,사진 더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