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6월,
벽제천과 공릉천에서 그녀는 꽃이 되었다
6월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다.
봄이 남기고 간 연둣빛 추억 위로 초여름의 햇살이 내려앉고,
고양시 벽제천과 공릉천은 어느새 싱그러운 생명의 색으로 가득 차 있다.
강물은 느리게 흐르며 계절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바람은 풀잎 사이를 지나며 작은 음악회를 연다.
그날의 그녀는 그런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한 편의 동화 속 주인공처럼.
하얀 모자와 하얀 부츠,
그리고 여름의 햇살을 품은 미소를 안고,
벽제천의 징검다리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강물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손님 같았다.
물은 그녀의 발끝 가까이에서 반짝였고,
햇살은 수면 위에 은빛 비단을 펼쳐 놓았다.
사진가인 나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시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진은 결국 빛을 담는 일이지만,
더 깊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일이다.
그날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명 희망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진 속 그녀의 눈빛은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자의 설렘을 닮아 있었다.
삶은 늘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처가 있고,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으며,
견뎌야 할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신기하게도 자연 앞에 서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푸른 강물은 "괜찮아"라고 말하고,
흔들리는 나무들은 "조금 더 걸어가 보자"고 말하며,
초록빛 들판은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공릉천의 넓은 초원에서.
들꽃들이 수줍게 피어난 언덕에서.
나무 곁에 기대어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란 들꽃 사이에 앉아 꽃 한 송이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다시 찾아낸 소녀 같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코 꿈을 잃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게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며,
더 넓게 품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년의 아름다움은 꽃보다 깊다.
꽃은 한 계절을 피어나지만,
사람은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그녀의 미소에는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사진가는 그런 순간을 만났을 때 행복해진다.
세상은 늘 뉴스 속 사건들처럼 시끄럽고 복잡하지만,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서는 아주 단순한 진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삶은 여전히 사랑할 만하다는 것.
벽제천의 물길을 따라 걷던 그녀는 바람과 함께 웃었고,
공릉천의 초록 들판에서는 꽃들과 함께 노래했다.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구름은 천천히 흘러가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은 여름의 편지를 전해 주었다.
"오늘을 사랑하라."
"지금을 즐겨라."
"당신은 아직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지나고 있다."
그 말처럼 그녀는 6월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강가의 징검다리에 잠시 앉아 보는 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들꽃 한 송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일.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은 계절을 살아가는 일.
그것이 행복이다.
그날 벽제천과 공릉천은 그녀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초록빛 옷을 입고 있었고,
그녀는 그 풍경 속에서 한 송이 꽃이 되어 있었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생각했다.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예술이 아니라,
행복했던 순간이 정말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기록이라고.
언젠가 6월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더라도,
이 사진들은 말해 줄 것이다.
푸르른 벽제천에서,
싱그러운 공릉천에서,
한 여인이 자연과 사랑에 빠졌던 날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날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누구보다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도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고.
마치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피어난 한 송이 들꽃처럼.
글,사진 더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