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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기술의 사춘기

작성자가기|작성시간26.06.06|조회수1,273 목록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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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FLSCBExoNU?si=HK-bbuL6LSesn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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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히 말해왔지만,
 
표현의 방법론에 있어 나는 꽤나 진보적인 편이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취해서 쓰면 그만이라는 주의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이 손을 대지 않은 영역을 찾는 것이 더 정교한 숨바꼭질이 되어버린 현상을 목도하면서,
그 단순했던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조디포스터가 열연한 영화 콘텍트에는 기술의 사춘기에 관한 짧은 대화가 나온다.
외계 존재를 마주했을 때 단 하나의 질문만 허용된다면 무엇을 묻겠느냐는 말에,
주인공은 그들이 어떻게 기술의 사춘기를 극복했는지를 묻겠다고 답한다.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파멸시키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풍경이 딱 그 사춘기의 정점처럼 보인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창작과 사고는 결국 인간이라는 한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이게끔 만드는 본질은 무엇인가.
매끄럽게 가공된 AI의 결과물들을 보며 내린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오류와 부족함, 즉 불완전성이다.
 
인간의 변덕, 사소한 치졸함, 대책 없는 연민, 실수 같은 것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제거되어야 마땅한 이 감정의 찌꺼기들이야말로 기계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다자이 오사무가 백 년 전에 써 내려간 그 찌질하고 부끄러운 고백들이 여전히 소비되는 이유는,
그 글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불완전해서다.
알고리즘은 파멸의 공포를 학습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새벽녘에 찾아오는 존재론적 불안에 손을 떨지는 못한다.
 
질문은 남는다. 도처에 널린 이 인공적인 완벽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고유함을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AI는 창작의 고통을 거세하고 결과물만을 신속하게 배달한다.
그 속도와 효율성 앞에서 인간의 예술은 확실히 그 효용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예술의 종말일까.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예술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고작 ‘매끄러운 결과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들킨 것뿐일지도 모른다.
 
기계가 지치지도 않고 완벽을 찍어내는 시대에,
인간의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오직 하나다.
 
실패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자주 실패한다는 것. 이 시니컬한 결론 끝에 겨우 인간의 자리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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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현실을 정확히, 그리고 적절하게 표현하신 말씀이십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건강한 날들 보내셔요.
  • 작성자그래서 | 작성시간 26.06.06 유명 작가들 작품들 증에도 흔들림 노이즈 등등 실수나 부족한 듯한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처럼
    인간만이 표현할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은데 가능할련지 ㅎ
    ai을 사용해 사람 흉내만 내는게 아닌 확실하게 다른 장르로 정착하길 바래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마지막줄의 바램...저 역시 바래봅니다.
    주말 저녁 행복한 시간 보내셔요^^
  • 작성자오리 | 작성시간 26.06.06 실패할 수 있어서 인간의 자리가 남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아요
    글도 흑백 사진도 깊은 여운을 주네요
    🙂‍↕️
  • 답댓글 작성자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일전에도 오리님과 나눴던 말들같습니다. 머릿속에서 부유하다 사라지기전에 글로 정리해봤구요.
    행복한 주말 저녁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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