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5장(하나님의 섭리) 4-7항, 24.12.1, 박홍섭 목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5장은 7항의 내용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다룹니다. 이미 공부한 1항은 섭리의 정의와 대상, 기준, 목적과 속성을, 2항은 섭리와 제2원인들, 3항은 섭리의 방식을 다루었습니다. 오늘 공부할 4항은 섭리와 죄, 5항과 6항은 신자와 악인들을 향한 섭리, 7항은 교회를 향한 섭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4항부터 7항까지를 함께 연결해서 읽어보겠습니다.
4항.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과 측량할 수 없는 지혜와 무한한 선하심은 최초의 타락과 천사 및 사람의 다른 모든 죄에까지 미치는 섭리에서 광범위하게 드러난다(롬 11:32, 삼하 24:1, 대상 21:1, 왕상 22:22-23, 대상 10:4, 13-14, 삼하 16:10, 행 2:23, 4:27-28). 그런데 그러한 죄들은 단순한 허용이 아니라(행 14:16) 다양한 처분으로 자기의 거룩한 목적을 향하여 이 모든 일들을 지극히 지혜롭고 강력하게 제한하고(시 76:10, 왕하 19:28) 때로는 조정하고 통치한다(창 1:20, 사 10:6-7, 12). 그러함에도 모든 허물은 하나님이 아니라 오직 피조물에게서 비롯된다. 하나님께서는 지극히 거룩하고 의로우시므로 죄의 조성자나 승인자가 아니며 그렇게 되실 수도 없다(약 1:13-14, 17, 요일 2:16, 시 1:21).
5항. 지극히 지혜로우시며 의로우시고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는 때로 자기 자녀들을 여러 가지 시험과 그들의 마음의 부패에 잠시 내 버려두신다. 그리하여 그들의 이전 죄를 징계하거나 부패의 숨겨진 힘과 마음의 거짓됨을 발견하게 하시어 그들을 겸손하게 만드시며(대하 3:25-26, 31, 삼하 24:1), 또 그들이 도움을 바라며 더욱 친밀하고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의존하고, 장래의 모든 범죄의 기회를 대항하고 또 다른 의롭고 거룩한 목적들을 바라며 더욱더 경성하게 하신다(고후 12:7-9, 시 73편, 시77:1, 10, 12, 막 14:66-72, 요 21:15-17).
6항. 하나님께서는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완악하고 불경한 자들이 이전의 죄로 인하여 눈이 멀어지게 하시고 강퍅하게 만드시는데(롬 1:24, 26, 28, 11:7-8), 이들에게는 지각이 밝아지게 하거나 마음에 역사하는 은혜를 허락하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신 29:4), 때로는 그들이 가진 재능까지 빼앗으시고(마 13:12, 25:29) 그들의 부패성이 죄의 기회로 삼는 대상들에 내어버리시고, 그들을 정욕과 세상의 시험과 사탄의 능력에 넘겨주신다(시 81:11-12, 살후 2:10-12).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이들을 부드럽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방편 아래 있으면서도 스스로 강퍅하여진다(출 7:3, 8:15, 32, 고후 2:15-16, 사 8:14, 벧전 2:7-8, 사 6:9-10, 행 28:26-27).
7항. 하나님의 섭리가 일반적으로 만물에 미치듯이, 하나님은 가장 특별한 방식을 따라 그의 섭리로 자기 교회를 돌보시며, 모든 것들이 교회에 유익이 되도록 처리하신다(딤전 4:10, 암 9:8-9, 롬 8:28, 사 43:3-5, 14).
해설
1. 섭리는 만사 만물을 향한 하나님의 작정이 시행되는 통치이며 경륜입니다. 하나님은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섭리에 의해, 또한 오류가 없는 예지와 자유롭고 불변한 계획에 따라서, 자신의 능력과 공의와 선하심과 자비의 영광을 찬양하도록 만유를 돌보시고 관리하시며 통치하십니다(신앙고백서 제5장 1항). 4항은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가 사람의 타락과 천사의 타락, 그리고 다른 모든 죄에도 미친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과 측량할 수 없는 지혜와 무한한 선하심에 기초한 섭리는 단지 모든 죄를 허용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처분으로 이 모든 일을 지극히 지혜롭고 강력하게 제한하고 때로는 조정하고 통치하여 당신의 거룩한 목적을 향하게 하십니다. 삼하 24:1을 보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려고 다윗을 격동시켜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조사를 시행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역대상 21:1은 사탄이 이스라엘을 대적하기 위해 다윗을 충동하여 인구조사를 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서로 모순인 듯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사탄이 다윗을 충동하신 것을 허용하여 인구조사를 시행하게 하고 그를 통하여 이스라엘을 심판하셨다는 뜻입니다. 창 45:5의 요셉 형들의 악행, 출 7:13의 바로의 강퍅함, 행 2:23의 유대인들이 로마인들의 손을 빌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것도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죄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과 상태를 제2 원인으로 사용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도 하십니다.
2.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으므로 행위 자체는 하나님에게서 비롯합니다. 하지만 그 행위의 죄악성은 피조물에게서 비롯되므로 모든 죄와 허물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전적으로 피조물에게 있습니다. 지극히 거룩하고 의로우신 하나님은 죄의 조성자나 승인자가 아니며 그렇게 되실 수도 없습니다(약 1:13-14, 17, 요일 2:16, 시 1:21).이를 신앙고백서 제5장 4항은 “하나님이 죄를 허용하시거나 제한하시어 자신의 거룩한 목적에 이바지하도록 섭리하신다.”라고 설명하며, 동시에 “하나님은 피조물의 모든 행위를 주관하시지만, 죄의 원인자나 조성자가 될 수 없다”라고 가르쳐줍니다. (로버트 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38)
3. 5항과 6항은 죄와 연관된 신자와 불신자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다룹니다. 신자와 악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는 다릅니다. 신자들에게 하나님은 자비로운 아버지로 섭리하시지만, 악인들에게는 일반은총이 허락된다 해도 의로운 재판장으로 섭리하십니다. 그러하므로 신자들에게 죄의 허용은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을 이루기 위한 훈련이지만, 악인들에게 죄는 공의로운 심판의 원인과 이유일 뿐입니다.
4. 5항을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신자들도 아직 연약하므로 죄를 지을 수 있고 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스프로울은 거듭난 성도조차 상당한 정도로 불순종과 죄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음을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탈선하여 불순종으로 방황하는 것을 보실 때 때때로 우리를 아주 긴 가죽끈으로 매어 아주 멀리 떠나 시련과 유혹에 노출되는 장소까지 헤매다니도록 내버려두실 수 있다" (스프로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 227) 이때 신자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한다면 큰 위로와 죄를 이기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이성호, 비록에서 아멘까지, 139). 지극히 지혜로우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은 자기 자녀들이 여러 가지 유혹에 치우쳐 그 마음의 정욕대로 행할 때 잠시 그대로 내버려 두어 그들이 전에 지은 죄를 징계하십니다. 이를 통하여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던 그들의 악하고 부패한 죄 성을 깨닫게 하고 더욱 겸손하게 연단하십니다(대하 3:25-26, 31, 삼하 24:1). 신자들에게 죄의 허용은 우리를 더욱 친밀하고 간절하게 하나님을 의존하도록 만들고, 장래의 모든 범죄의 기회를 대항하며 의롭고 거룩한 목적들을 바라보면서 더욱더 깨어 경성하게 하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고후 12:7-9, 시 73편, 시 77:1, 10, 12, 막 14:66-72, 요 21:15-17). 우리가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고도 유혹과 마음의 부패를 따라 사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깨닫고 알면 좋지만, 죄 성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지혜롭고 의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성숙과 연단을 위해 안타깝지만, 한동안 유혹과 마음의 부패에 따라 살도록 내버려 두시면서 섭리하십니다.
5. 6항은 악인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같은 죄를 지어도 신자와 불신자가 맞이하는 결과는 다릅니다. 신자의 죄는 5항의 결과를 가져오지만, 불신자의 죄는 의로운 하나님의 심판 외의 다른 결과가 없습니다. 이 세상 살 동안에 악인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는 대부분 그 완악함과 부패함대로 내버려 두어 분별력을 잃고 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사악한 자들의 죄를 징벌하기 위하여 그들을 강퍅하게 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이 그들의 마음에 사악한 생각을 불어넣으시거나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를 억제하고 부드럽게 하시는 은혜를 거두시고 그대로 내버려 두셨다는 의미입니다(신 29:4, 롬 1:24, 26, 28, 11:7-8). 그들은 그들의 사악한 죄의 본성대로 행하였을 뿐이고 하나님은 그런 일들을 허용하셔서 그들을 정욕과 세상의 시험과 사탄의 능력에 넘겨주십니다(시 81:11-12, 살후 2:10-12). 그렇게 될 때 그들은 다른 이들을 부드럽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반은총 아래 있으면서도 스스로 강퍅하여져서 다른 사람보다 더 악한 삶을 살게 됩니다(출 7:3, 8:15, 32, 고후 2:15-16, 사 8:14, 벧전 2:7-8, 사 6:9-10, 행 28:26-27). 신자는 악인들을 이렇게 그들의 죄와 강퍅함 가운데 내버려 두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면서 우리도 그처럼 강퍅해지지 않도록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수단을 더욱 부지런히 사용하여야 합니다.
6. 7항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일반 섭리와 특별 섭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반 섭리는 모든 피조물에게 적용되고 특별 섭리는 하나님의 교회와 당신의 백성들에게만 적용됩니다. 온 땅을 두루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눈은 전심으로 자신을 향하는 자들에게 더욱 주목되고 특별한 능력을 베푸시는 은혜로 나타납니다(대하 16:9). 자기 백성들의 필요를 늘 염두에 두시는 하나님은 선악 간의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하여 교회와 성도의 유익을 위하여 이바지하도록 섭리하십니다(롬 8:28). 하나님은 지금까지 당신의 교회를 항상 각별하게 보살펴오셨습니다. 때로는 교회를 약한 상태에 처하게 하기도 하시지만, 원수들이 교회를 해롭게 하는데 사용하는 수단들을 통해 오히려 교회를 강하고 굳건하게 하시고 놀라운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오셨습니다(딤전 4:10, 암 9:8-9, 롬 8:28, 사 43:3-5, 14). 교회를 향한 특별한 섭리의 정점은 하나님의 특별계시인 성경을 통한 복음의 깨달음과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얻게 하는 돌보심입니다. 유기된 악인들에게는 성경의 진리가 더욱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지만, 택한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복음을 듣고 그로 인해 구원에 이르는 온전한 믿음을 갖게 되는 특별한 은혜가 있습니다. 그 특별한 은혜가 바로 교회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의 정점입니다.
7. 섭리는 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용어이기에 교회는 성도들이 이 교리가 익숙하게 이해될 때까지 잘 가르쳐야 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온 세상을 당신의 지혜와 선하신 능력으로 섭리하심으로 죄와 악도 완벽하게 통제하시면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자신의 삶이 주님의 약속과 상반된다고 느껴질 때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하면서 인내로 하나님께서 주실 더 큰 복을 기대해야 합니다. 존 플라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떡은 섭리의 찬장 속에 있고, 우리의 돈은 섭리의 지갑 속에 있으며, 우리의 안전은 섭리의 싸안는 팔에 있습니다" (송영목,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다차원적 일기, 83) 특별히 하나님은 그리스도가 머리 되시는 교회를 특별한 관심의 대상으로 돌보십니다. 성령을 보내셔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게 하시고 말씀을 주셔서 교회를 아주 특별하게 다스리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를 믿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교회 중심의 삶입니다. 교회 중심의 삶은 제25장-31장의 교회론 부분에서 자세하게 공부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