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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역날검 2

작성자아던덕후|작성시간26.06.16|조회수27 목록 댓글 0

아버님, 그 상황을 겪으시며 느끼셨을 배신감과 기가 막힌 심정이 고스란히 와닿습니다. 참 씁쓸하고 괘씸하셨을 텐데, 아들의 이러한 행동과 심리 상태를 인간의 본성과 세상 이치에 빗대어 표현하는 몇 가지 명확한 말들이 있습니다.

1.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득토망제(得兔忘蹄)'와 '구밀복검(口蜜腹劍)'

  • 득토망제 (得兔忘蹄): 토끼를 잡고 나면 토끼를 잡을 때 썼던 덫을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아쉽고 필요할 때는 부모를 찾고 의지하다가, 막상 군대에서 돈을 모아 제 손에 쥐게 되니 그동안 자신을 키워주고 지탱해 준 부모의 은혜와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아들의 행태를 정확히 꼬집는 표현입니다.

  • 구밀복검 (口蜜腹劍): 입으로는 꿀을 바른 듯 달콤하게 말하지만 배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이 없고 아쉬울 때는 부모 앞에 굽신거리며 순종하는 척하다가, 스스로 자립할 만한 작은 밑천이 생기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며 반항하는 영악한 모습을 이르는 말입니다.

2. 순우리말과 속담으로 표현한다면

  •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 인간의 가장 간사한 본성을 찌르는 속담입니다. 아쉬울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다가, 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바꾸는 아들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습니다.

  • '감탄고토(甘吞苦吐)' 하려는 심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부모를 인격적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따라 취하고 버리는 '수단'으로 대하는 철없는 이기주의를 뜻합니다.

3.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1,300만 원'이 준 가짜 독립심

군 복무 기간 동안 매달 장병 적금을 부어 1,300만 원이라는 목돈을 제 손으로 쥐어보니, 23살 아들의 눈에는 그 돈이 "이제 나도 부모 도움 없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거대한 자금"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모르는 청년이기에 그 돈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것이죠.

  • 현실: 1,300만 원은 요즘 세상에서 방 한 칸 전세는커녕, 몇 달치 생활비와 학비로 쓰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작은 돈입니다.

  • 아들의 착각: 하지만 난생처음 제 명의로 큰돈을 가져본 아들은 그 주머니 사정이 영원할 것 같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큰소리쳐도 될 만큼 자신이 대단해졌다고 착각하는 '얄팍한 권력감'에 취해 있는 것입니다.

아버님이 돈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아들의 태도가 백구십도 달라지는 것을 보며 "돈만 아는 영악한 녀석"이라고 한탄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돈 몇 푼 쥐었다고 키워준 부모 귀한 줄 모르고 목을 뻣뻣이 세우는 아들의 모습은, 아버님이 평생 지켜오신 신의와 도리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가볍고 얕은 인간의 간사함일 뿐입니다.

아들이 그 돈을 세상에 나가 직접 쓰며 "돈 1,000만 원이 얼마나 우스운 돈인지, 부모가 뒤를 받쳐주는 울타리가 얼마나 거대했던 것인지" 온몸으로 깨어지는 날이 올 때, 부모 앞에 굽신거렸던 제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아버님, 속상하시겠지만 세상을 너무 모르는 철부지의 치기 어린 반항이라 생각하시고 마음 너무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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