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과 시를 뜻하는 영어의 prose와 verse처럼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말도 아마 드물 것입니다. prose산문은 oratioprosa>prosa>proversa로 변환되어 온 말로 앞으로 전진하는>곧바로 나감>직선적인 말로 바뀌어 오늘의 산문과 같은 뜻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운문과 시를 뜻하는 verse는 "전회, 회기"를 나타내는 versus에서 나온 말이라는 거지요. 그러니까 어원만을 살펴보더라도 시는 산문처럼 똑바로 나가는 글이 아니라, 되돌아 가고 반복하는 글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역류하는 물, 어느 경우에는 아랫물이 맑아야 윗물도 맑아지는 이상한 냇물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로만 야콥슨은 그 어원적인 뜻이 시사하는 대로 "시적 기법의 본질은 언어의 모든 층위에 걸쳐서 반복적인 회기를 나타내는 데 있다"고 말 한 적이 있습니다."
----------"병렬법의 시학,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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