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얼마전 아들이 외박을 신청했다고 말해서 놀랐습니다. 그냥 면회 정도만도 그리 썩 내키는 낌새가 아닌데 왠 외박? 내가 좀 팅기면서 ` 걍 면회나 하지 뭔 외박을?` 하고 말하자 너무 답답하니 밖 바람을 쏘이고 싶다는거지요. 그래서 두번째 면회대신에 첫외박을 했습니다. 어디서 하루를 묶느냐가 제일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대충 알아본 결과 그 주변에 그리 잘만한 데가 없다는 거로 나왔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 카페에 외박을 하신 분들의 경험담을 빌리려 했지만 별로 자료가 없드라고요. 위수지역이라 해서 부대 근처에서 머물러야하는 제약이 있어서 맘같아선 집으로 데리고오고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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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자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부대도 갑갑해서 밖바람을 쏘이고싶다는 아이에게 사방 막혀진 모텔건물은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호텔이 주변에 있을 리도 만무하고요. 도회적인 아들이 번잡스러운 곳을 원하여 혹시 숙소가마땅치 않아서 찜질방신세나 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구요. 그런 일박은 일단 휴식이 안되구 신경 거슬릴 듯해서 피하고 싶었지요. 그러려면 미리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분위기 좋은 민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주변에는 그런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주시청에 전화를 했지요.그리고 몇몇 곳을 추천받을 수 있었습니다. 맘에 드는 곳이 하나 있드라고요. 근데 문제는 아들이 군에서 일단 나오면 번잡한 도심을 활보하고 싶어할 터인데 그런 한적한 곳을 좋아할지 망설여져서 예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아들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예약을 못하면 그나마 생각해 놓은 곳이 날아갈 것 같았기에 초조하던 중였거든요. 근데 아들은 쾌히 예약하라고 하드라고요. 그 즉시 선금...하여 부대 근처에 조촐한 위락단지가 있는 그 곳에 황토방갈로 하나를 잡아 놨습니다. 그런데 6인실이어서 넓으니 친구나 조카가 오면 좋겠다 싶었지요. 사실 아들과 둘이 이틀 서로 쳐다본다는 것도 나야 좋은 일이지만 아들 편에선 단조로운 일일듯도 싶구 해서 조카를 불렀습니다. 조카는 아들보다 한살 위이지만 친구처럼 같이 뒹굴며 자라고 서로서로 챙겨줘 친형제 이상으로 정이 돈독한 사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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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일박을 하기 위해서 하루 전부터 여러 잡무가 엄청 많았다고 하드라고요. 뭘 했느냐고 물으니 그 중에는 초등학교에 나가 가르칠 교제에 대한 교육지도안도 작성했든 모양입니다. 아무튼 새로운 봉사에 대해 무척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더라고요. 난 아들이 면회 가능한 이른 시간에 가려고 날이 어두울 때 집을 나왔지만 면회소에서는 30분 이상 기다리게 한 후에 나타났습니다. 같이 온 선임과 간단히 인사나누고 예약한 숙소로 향했지요. 15분 정도 걸려서 간 그 곳은 생각보다 실제로 더 아기자기하드라고요.허브식물원도 있고 동물들도 우릴 맞았습니다. 원숭이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우릴 보자 손을 우리 밖으로 내밀며 뭘 달라고 하였지요. 귤을 주었는데 다 먹자 더 내놓으라고 우리를 뒤흔들며 성질을 내더라고요. 아무튼 토끼와 이쁜 강아지들도 많은 그 곳을 지나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고 우리 방가로로 안내되었지요. 황토로 사방을 만들어서 건강에 좋을 거 같은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독채라서 주위 신경을 안써도 될 것이 제일 맘에 들었습니다. 아들은 조카에게 전화를 했고 조카는 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들과 일정을 의논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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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못먹고 외박으로 나온 아들을 위해 삼겹살을 구우며 맥주 한캔을 나눴지요. 저녁은 책좀 사고 근처서 피자나 치킨이나 맘에 드는 거로 먹자고 했는데 그러나 조카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그런데 조카가 피자와 훈제치킨 그리고 스파케티까지 사들고 온거에요. 그러니 저녁 먹으러 나갈 일이 없어진 것이지요. 사온 거를 겨우겨우 다 먹고서는 같이 나가자고 해서 난 슬쩍 자리를 피해줬지요. `난 좀 쉴터이니 둘이 나갔다가 오라`고. 둘이 책을 좀 사갖고 오려니 했어요.그런데 약속한 10시가 지나고 시골밤은 더 깊어지는데 오지를 않는거에요. 몇번 전화로 재촉해서 겨우 택시를 타고 들어왔는데 12시 가까이였지요. 어이구.. 그 동네는 9시면 버스 끊어진다는데 혹여 택시 못잡으면 어케 들어오려고 12시가 다 되어 나타났는지... 번화해보이는 읍 인근에 책방 하나가 겨우 있다가 장사가 안되어 그마저 문 닫았다네요. 여기 사람들은 책을 어디서 사냐고 반문하드라고요.
다음날 아침은 준비해 간 불고기를 구웠구 미역국과 함께 먹었습니다. 나오면서 허브식물원 둘러보고 그네도 타고 동물들도 만나보고 주변 경치도 감상했지요. 그리고 정리해서 거길 떠났습니다. 택시를 타고 인근 도시 서점을 가달라고 했지요. 책 한 권 값을 택시비로 지불하는게 좀 아깝지만 즐겁게 서점에 도착했고요. 거기서 아들은 몇권의 책과 잡지들을 샀습니다. 영어단어집도 샀는데 30일 완성으로 걸 다 외우시겠다는데 과연 말처럼 하실런지::: 30일 후가 기대됩니다. 조카에겐 선물로 책을 고르라 했는데 책은 안고르고 메이커 있는 볼팬한자루를 선물해달라고 하드라고요. 아이구 나도 안 써본 비싼 볼팬 한자루 포장해달라해서 제대로 선물했지요. 나오면서 시간을 보니 점심을 해야할 듯해서 피자집에 들어갔어요. 거서 더블어쩌구하는 치즈...피자를 시키더라고요. 얇은 두개의 바삭한 판 사이에 치즈 넣고 거기 위에다가 토핑한 것인데 맛있었어요. 그리곤 서둘러 부대로 고고~
아들은 3시반에 들어가면 상점을 받는다고 열심히 들어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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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보통 일과 후에 달리기를 신청해서 그것도 상으로 점수화하나보드라고요. 1키로부터 3키로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3키로를 신청했다네요. 보통 신청 안한기도 하고 1키로는 그래도 하는데 3키로는 많지 않은가봐요. 전에 남자고교에서 직장생활 할 때 벌로 운동장 뛰게했던 추억이 있던 터라 `뭐 벌처럼 매일 운동장을 뛰니?` 했더니 기분 안좋아하면서 자기는 시간을 잘 쓰고파서 운동하는데 이해못하겠느냐고 투덜거리드라고요.군에선 일상 자체가 운동인 줄 아는데 거서도 따로 운동을 한다니 내가 뭘 잘 모르나 봅니다.
또 태권도 1단 심사를 본다고 하든데 신기햇습니다. 원래 태권도는 전혀 안하고 입영을 했거든요. 대신 검도는 몇년 했지요. 그런데 태권도 시범을 내게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그 동작을 따라서 같이 해 봤습니다. 다행히 방이 넓어서 발동작을 할 수 있었지 아니면 물품이라도 칠 기세였거든요. 아들이 내 동작을 잡아주고 가르치기도 하여서 즐거웠어요. 생각보단 어렵더라고요. 손과 발 움직임 이걸 절도있게 다하려면 머리 아프겠더라고요. 그러더니 책방에 가서도 태권도교본 책 하나 사더라고요. 2단까지 할 터이니 교보문고에 가서 한권 더 붙여달라고 하더라고요.
특급전사에 도전한다네요. 증말...걍 힘들지 않게 따라만 가줘도 고마운데 그렇게 어려운 걸 도전한다니 걱정도 됩니다. 지난번 특급전사심사에서 윗몸일으키기에서 불과 몇번 부족해서 못했다고 아쉬워하드라고요. 몇번 못했다는 거 것도 최선을 다했을 터인데 이번에 하면 더 나올 수 있는 거인지...거참 그렇게 해서 상점을 벌 모양인데. 나야 제발 무사히 제대하길,,,그게 꿈인데 아들은 너무 많은 걸 도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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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으면서 다른 아들들처럼 살가운 얘기는 못들은 거 같아요. 살가운 표현도 없었구 간혹은 예상한대로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난 왜 그런가 하고 나름 분석을 했지요. 그래서 비슷하게 해석을 해 봤는데...아들은 이제껏 반항이라든가 속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었어요.한마디로 사춘기 없이 지나갔나 했지요. 그런데 그럴리가요. 대학을 마치면서 나타났어요.대화 중에도 은근 거슬리면서 자기 주장을 하는거에요. 나와 같은 얘기를 해도 꼭 자기식 표현으로만 하려고하고 특히 자길 애처럼 말하는 거에 대해서 무척 싫어하드라고요. 근데 하루 아침에 그게 고쳐지는 게 아니거든요. 더구나 어미 맘에 다 애정이 겨워서 하는 표현인데 그걸 그리 쉽게 고칠 수 있나요? 그럴 때마다 면박을 하고 당하는 어미도 기분 안좋져. 이번에도 그런 갈등이 좀 있었구요. 난 속으로 `그래 잘 컸다는 얘기니 잘됐구나` 하면서 겉으로는 니말이 맞다 그렇게하마 그런 식으로 받아줬지요. 그렇지만 그게 그리 늘 맘편한 게 아니거든요. 나름 피곤한 구석이 있는거지요.
`제게 무심해지세요. 잘 있으려니 믿으시고요. 이제는 100일휴가 때까지 오지 마세요`
그게 아들이 군에 들어가면서 엄마에게 던진 말이랍니다. 그래도 흐믓해하기로 했어요. 최선을 다하여 생활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래 내게 뭐라 말해도 괜찮다. 좀 보고파도 참을 수 있다. 아프지 말고 생각대로 잘해내라 아들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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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윤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1.26 감사합니다
남은 군 생활 잘 해내길 기도하고 있어요
구슬님도 바라는대로 아들이 잘해내길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
작성자현수기 작성시간 10.01.26 에공 창욱이 얼굴은 연애인 아니여 짜식 얼굴값 한다고 엄니속을 떠보는기구먼 잘났구먼 진짜 잘났어 창욱이엄니 기술이 좋네여 사진도 잘찍는 작가가 있었남유 창욱이엄니 걱정하시는거이 아들이 더걱정 하걱는디여 이젠 걱정하시지 말아여 요록콩 잘하는디 무신걱정 임메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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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윤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1.26 잘지내시지요?
현수는 외박하진 않았나요?
면회는 있는데 외박은 그리 안하는 거 같아보여서...
다른 분들은 어찌 외박하는지 궁금합니다 -
작성자현수기 작성시간 10.01.26 외박했지여 근디 사실 군지침이라고 해도 정말 지한테는 낭비네여 숙박비 7만원에 밥사먹고 따신밥도 못해주고 위수지역이라고 집에못오는심정이 안스럽네여 40분거리에서 밖에서 고생하면서 경비도 장난이 아니고 맛있는거 재대로 해주지못하니 말이에여 부모입장에서는 정말 좀이해가 안갑니다 가까운거리에서 밖에서 외박을 하니까여 마음의 안정이 안되지여 바깥외박은 비슷하게 정겨움없이 고생시리 하는거지여뭐 밥도 집하고 비교가 되나여 아쉬운 외박이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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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윤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1.26 사실 현수엄니 말처럼 낭비로 볼 수 있지요.
집에 오면 뭐든 더 낫게 묵고 먹고 지낼 수 있는데...
하여 가족캠프를 하는 기분으로 이번에 스케줄 잡았는데
결과는 생각보단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