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새벽
1. 하늘 (비갠 가을 오후 물보다 맑은 하늘 아득한 부활의 영역 쏟아지는 투명한 음계
2. 봄비 (새침하게 흐린 하늘 무수한 은비늘 내려 다헤진 옷자락들 한 땀 한 땀 깁고 있다
3. 새벽 (천 길 심해처럼 무거운 고요 속에 또렷한 상념 하나 말갛게 침전되다
4. 고향 생각 1 (조용히 눈감으면 아직도 쉰 목소리 또렷한 거울 속에 내 유년이 다가서고
5. 고향 생각 2 (동남 하늘 바라보면 천리가 바로 지척 어머니 불러보면 어린 날도 눈앞이네
6. 어머니 생각 (아스라이 뻗어 나간 사념의 마디마다 애틋한 그 날의 사랑 메아리로 쟁쟁 울려
7. 성묘 (솔바람 향 피우는 자욱한 골짜구니 말 없는 봉분 앞에 도래솔로 둘러서서
8. 부정 (있을 땐 그냥 그저 아들로만 여겼더니 떠나두고 그려보매 속살보다 아픈 가지
9. 추야 소곡 (오동잎 서릿바람 낙엽 지는 틈서리로 귀뚜라미 고향 새악 밤새도록 푸는구나.
10. 감 (무너진 흙 담 너머 쑥 대궁 숲진 텃밭 서릿빛 물든 자람 후둑후둑 스쳐가면
11. 돌 (무심히 굴러 앉은 길섶의 돌 하나도 해맑은 고운 뜻을 가슴 깊이 새겼다가
12. 산정에 올라 (솔바람 향 피운 고개 구름도 숨이 차다. 하늘 끝 찰랑찰랑 손끝으로 만지다가
13. 지례창작촌에서 (푸른 숲 머리 위로 흰 구름 흘러가고 솔바람 맑은 향기 골 안 가득 피어나면
14. 주왕산 (우뚝우뚝 솟은 바위 맑은 물 풀어놓아 눈 감아도 보이는 바위 귀 막아도 흐르는 물소리
*1 가을에서 (비에 씻긴 산색이 부시게 산뜻하고 다홍빛 물이 드는 플라타너스 앞에서
*2. 연등 덮인 해인사 (대장경 그늘에 가려 서운하던 법전 오늘은 과분한 꽃비가 내려
*4. 금오지의 봄 (바람이 가지에 걸려 하늘하늘 몸을 풀고 물 젖은 화선지에 물감이 번져가듯
*6. 봄의 얼굴 (무슨 사연 그리 많아 자고 나면 다른 얼굴 어디 갔다 방금 온 듯 곳곳에 파란 잎이
*12. 가을 산 (유리 같은 하늘에 혹여나 흠 될까 봐 바람도 숨죽이는 10월의 이른 아침
*13. 고향의 봄 산 (티 없이 속살대는 개울물 합창 소리 우렁우렁 메아리치는 먼 산의 화답 물결
*17, 자연의 깊이 (자연이 돌아가는 이치엔 어림없고 날렵한 혀끝으로 잎 하나 못 피우면서
*21. 무제 (허우적거리며 달려가는 세상 누굴 만나겠다고 저리 바삐 오는 것인지
22. 겨울나무 2 (무심한 바람에도 나무는 숙연하다. 수많은 아픔들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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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채미정 기침 소리
1. 봄소식 (하마트면 나폴나폴 나비라도 날 것 같다 시샘하는 꽃샘바람 그 성긴 틈서리로
2. 두메 (바람이 밤새도록 그리도 드세더니 산마루 넘어가던 구름이 머문 그 곳
3. 명창 박녹주 (은쟁반 옥구슬로 청아한 가락 빚어 장송 우거진 속 학으로나 사시더니
4. 자주달개비 (풀빛 줄기 마디마디 앙증스런 꽃 주머니 자줏빛 고운 꽃잎 수정처럼 맑은 눈빛
5. 중추 야우 (오늘같이 둥그런 날 흐느끼듯 비가 내려 달빛도 발이 젖어 내려앉은 세 평 뜨락
6. 한가위 귀경 (가을비 적시는 한가위 귀경 행렬 손 모아 기다리던 꿈속에도 그려보던
7. 가을은 (씻은 듯 고운 하늘 눈이 부신 맑은 하늘 연홍빛 잎새마다 구슬인 양 부서지고
8. 꽃소식 (눈 감으면 살포시 나비라도 날 것 같다. 시샘하는 꽃샘바람 그 성긴 틈서리로
9. 고향 (산 높고 물 맑으면 어디나 고향 같다 흙 묻은 얼굴들이 아련히 떠오르고
10. 회한 (땅은 날로 더워지고 머릿속은 차갑게 얼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 너무도 또렷한 회한이
11. 연악산 (연악산 맑은 계곡 청태 낀 바위 서리 산다이 우는 산새
12. 금오산 (수런대는 명금폭포 눈을 뜨는 햇고사리 채미정 기침 소리 그 울울한 묵시에
13. 가을 하늘 (장마 갠 가을 오후 물빛보다 맑은 하늘 맑은 하늘 햇살 입고 반짝이는 산 빛 들 빛
14. 코스모스 (며칠째 가을비에 몸살을 앓더니만 선선한 바람들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8. 겨울비 (천지가 제 길 잃고 헤매고 있더니만 우주의 섭리마져 역주행을 하는 건지
*9. 겨울 장마 2 (흰 눈이 포슬포슬 내려야 할 겨울에 한여름 장마처럼 푸진 비가 내린다
*19. 길 (봄 이긴 겨울 없듯 민심 이긴 권력 없는데 이 봄에 온 나라가 정쟁으로 어지럽다
*22. 실상사에서 (역사를 미리 모고 산 아래 앉은 고찰 몇 번을 오고 간 지리산 몸살에도
*26. 수덕사에서 (덕숭산 앞자락에 긴 사연으로 앉은 고찰 높다란 층계마다 범어가 타는 오후
*29. 요즘 세상 (사람이 너무 밝아 어지러운 요즘 세상 조용히 숲에 들어 낙엽을 밟아보니
*30. 조용해진 성탄절 (밝아진 세상에 가려 조용해진 성탄절 달빛도 조는 새벽 아득한 종소리가
*32. 가을 풍정 (온 산에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가면 습관처럼 찾아오는 오래된 그리움이 <*3-20 가을연악산>
*36. 어느 여름밤 (밤을 세워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 이따금 스쳐가는 자동차의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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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나무 앞에서
1. 여름날 (산 여울 물소리에 절로 푸른 느티나무 서늘한 정자 아래 외손자가 잠이 들고
2. 까치 소리 (안개 속의 저 소리 믿어도 될까 무연히 가슴 설레어 문밖을 내다 보니
3. 가을 3 (산비알 남새 밭둑 말라버린 풀숲더미 물 먹은 서릿바람 황망히 불고 간 자리
4. 눈을 뜨다 (몽롱한 의식으로 한 가닥 빛이 든다. 몇 굽이를 돌고 돌아 끝이 없는 회한 끝에
5. 무심 (솔바람 맑은소리 귀도 맘도 열어놓고 풋풋한 산새들의 재롱 속에 젖어 들면
6. 봄 (모르는 새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었구나. 연푸른 이내 속에 연분홍 진달래가
7. 요즘 세상 (어디를 둘러 봐도 안 바쁜 게 하나 없다. 설레발을 치는 연기 가팔라져 가는 언덕
8. 겨울나무 (아득히 물이 눕는 넉넉한 계곡 따라 쓸쓸히 다 지우고 물소리도 멎은 하오
9. 아침 산길 (서리가 하얗게 내린 늦가을 이른 아침 호젓한 산 등을 넘어 꼬불꼬불 길 따라가면
10. 계절을 잊고 사신 어머니 (등 너머 골짝에서 뻐꾹새가 저리 울고 술 익는 강마을에 송홧가루 번져가면
11. 나무 앞에서 (아침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너를 보면 밤새껏 못 푼 매듭 안개처럼 풀어지고
12. 소망 (삽겹살이 먹고 싶을 땐 삽겹살이 진리라는 메마른 이 땅에 뿌리 하나 내리고 싶다
13. 그리움 (이곳에 올 때마다 눈 뜬 게 부끄럽다. 너무 높아 그 너머는 보이지 않는 얼굴
14. 순국지사 장재성 님을기리며 (광풍 부는 세상에도 청죽으로 살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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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비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는 손님처럼 실비가 느실느실 소리 없이 내리더니
*10. 가을 소묘 (서릿빛 바람 속에 물 같이 맑은 하늘 마지막 정열 뿜는 잡목들의 향연에
*18. 진정한 봄 (해마다 돌아오는 꽃 피는 봄이지만 맑은 산 봄기운이 온 세상을 밝히고
*20. 가을 연악산 (하늘 빛 그리움이 단풍으로 물들고 습관처럼 찾아오는 서릿바람 발걸음에 <*2-32 가을풍정>
*21. 두꺼비 (빨라야 살아남는 어지러운 요즘 세상 마른 날 타는 가슴을 숨어 살던 두꺼비들
*40. 가을 유정 (온산과 들판에 가을이 깊어가면 습관처럼 찾아 드는 오래된 그리움이
*43, 봄날 서정 (연초록 잎새로 불어오는 따순 바람 청전의 춘경에서 피어나던 아지랑이
*44. 가을 풍경 (서릿바람 불어오니 가을이 한창이다. 벌겋게 익어가는 달콤한 홍시 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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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청솔로 푸르소서
월탄선생 서거 (달무리 흐리더니 임을 데려가셨구려 임의 숨결 임의 노래 이 강산을 저겼는데
청솔로 푸르소서 (솔이라 하오리까 학이라 하오리까 청정하신 그 인품을 어디다 비기리까
봄 (이리처럼 사납던 날씨가 양처럼 순해졌다. 겨울이 되돌아온 듯 눈까지 내리더니
구절초 (바람 결기 매서운 시월의 끝자락에 천변 야산 수놓는 은빛 머리 수비대
도리사에서 (삼동에 도리화가 꽃을 피운 인연 성지 드높은 맑은 향기 골골이 스며 있어
박꽃 (오동나무 잎 사이로 귀뚜라미가 우는 달밤 할아버지 코고시는 초가지붕 타고 앉아
학 (천년을 응시한 망울 침묵도 삼킨 기도 창공을 연모한 지조 피로만 여문 사치
평안 (목마른 그리움과 수다스런 골을 지나 솔 향기 그윽한 평원에 맘을 푸니
모정 (알알이 부서지는 빛바랜 기약을 붙들고 구겨진 매듭 풀어 아린 가슴 감싸 쥐면
물고기 핫이불 (개울도 겨울에는 핫이불 꺼내어서 얼음 밑 물고기들을 포근히 덮어 주네
키 큰 죄 (이 겨울에 가로수가 생목이 잘려 있다. 하늘 향해 고개 든 게 무슨 큰 죄 된다고
안경 (안경을 벗으면 눈앞이 흐리지만 요즘 세상 바라보니 안경을 벗고 싶다
시골길이 나는 좋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시골길이 나는 좋다. 아무도 간섭 없는 오솔길 걸어가면
낙강 나루 (물안개 피어나는 시월의 낙강나루 여백을 수놓는 억새꽃 은빛 몸짓
*7. 비봉산 (서릿바람 불어오면 울긋불긋 물드는 여름내 숨겨온 자랑 맘껏 펼쳐 보이는
*15, 산 (아무리 바람 불어도 제 이름 지켜가고 메마른 땅에서도 뿌리내려 꽃 피우고
*24. 산촌 서정 1 (골골이 피어나는 춘양목 그윽한 냄새 향내 따라 흐르는 수수한 흰 구름
*25, 산촌 서정 2 (물 젖은 바짓가랑이 이만큼 걷어 올리고 돌바닥 도랑물길 첨벙첨벙 건너가면
*31. 아버지 생각 (애오라지 자식 위해 헌신해온 아버지 고단했던 당신 삶을 되돌아 새겨보면
*34. 꽃 그림 (꽃 그림 그리려고 화필을 잡아보니 순연한 깊이가 볼수록 아득하다.
*38. 처세법 (세상이 시끄러울 땐 침묵하고 있거라 손길을 내밀어도 눈을 감고 있거라
*39. 답답하다 (인간은 밥보다는 꿈으로 사는 건데 개 한 마리 없어지면 온 가족이 나서면서
*44. 가을 풍경 (서릿바람 불어오니 가을이 한창이다 ᅟᅥᆯ겋게 익어가는 달콤한 홍시 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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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여생
1.산촌 서정 (흰 구름 쉬어가는 정겨운 산간마을 골마다 저녁연기 묵향처럼 번져가면
2.화엄사의 아침 (지리산을 키우며 바위로 앉은 고찰 독경 듣고 자란 새가 풀숲을 깨우는 아침
3.파적 (그림같이 고운 하늘 혹여나 흠 될까 봐 시월의 고향 언덕 저녁노을 드리워진 보랏빛 덤불 속에
4.비 오시는 날 (비 한 번 내리니 이리 다 젖는 걸 빈껍데기 움켜쥐고 속 젖는 줄 몰랐었네
5.아침 산길 (하얗게 서리 내린 늦가을 이른 아침 호젓한 산 등 넘어 꼬불꼬불 길 따라가면
6.여생 (고희 고개 넘어서니 맘이 외려 평온하다 안 보이는 걸 보겠다고 기를 쓰고 다려온 길
7.가을 산 (가을엔 바람도 가을 물이 들어 있나. 바람이 스치고 간 골 깊은 자락마다
8.자연의 비밀 (무수히 부서지는 저 햇살의 비밀이며 어둠 속 반짝이는 저 별들의 수수께끼
9.꿀벌에게 미안하다 (꽃 피는 계절 되면 꿀벌에게 미안하다 고 작은 몸으로 벌통을 채워 놓으면
10.요즘 시골 (눈 밝은 사람들은 바람 따라 다 떠나고 남은 것은 나뒹구는 낙엽뿐인 텅 빈 마을
11.강정 나루 (나른한 햇살 아래 희 구름 흘러가고 하늘에 닿아 있는 근심 없는 미루나무
13.막차 (코로나 광풍으로 어지러운 저녁나절 슬며시 다 떠나고 취한 사람 몇이 남아
13.변신의 계절 (세상이 변해가니 나무도 닮아 가는지 솔가지 구석구석 덩달아 잎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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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길 (가면 될 거라는 꿈같은 귀엣말에 왜 가는지 모른 채 가는 데만 목매다가
*11. 겨울 산책 (결실을 거두어간 황량한 수수밭둑 까투리 날아오르는 빛바랜 풀잎더미
*14. 무제 (나무는 둥치가 크면 움직임이 점잖다. 강은 깊어지면 물흐름이 점잖다
*16. 비 맞는 세상 (낯선 구름 느닷없이 누떼처럼 몰려와 답답한 세상에 물벼락을 쏟고 있다
*23. 금오산 높은 줄만 알다가 (오늘 아침 냉산에 올라 새롭게 산을 보았다. 높이 보던 금오산이 눈 아래로 보이고
*28. 낮달 (지난밤 밝히느라 잠 한숨 못 자고 밝은 날에 희미하게 졸고 있는 달
*33. 그 하나가 아니다 (박형님 별세 소식 오늘에야 들었다. 차가운 세상에 온돌 같은 분이었는데
*37. 회상 (종심 언덕 넘어서니 맘이 외려 심상하다 바쁘게 달려오느라 무심했던 일들이
*41. 무상 (우연히 길에서 만나 허리 굽혀 걷는 노인 쓸쓸한 그 모습이 다가올 내 일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