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밀려들면
조평진
가슴이 보듬어 둔 추억의 뒤안길에
수많은 사연들이 뜬금없이 궁금하다
못 다한 남은 얘기들 짝사랑이 아니기를
시인의 길
어둔 밤 지샌 뒤에 새날은 더욱 밝고
긴 삼동 몸살 앓던 봄볕 더 따사롭듯
겨우내 달래던 꿈들 향기 내어 흐르리
그리움 쌓인 만큼 현 울림 깊어가듯
먼 세월 건너와서 깨어난 새순들이
속 깊은 바다 품 닮아 향기 내어 품으리
첫사랑 여물 때에 그 숨결 잊지 않고
겹겹이 쌓인 은총 하나 둘 눈을 뜨면
가슴에 꽃길 만들어 향기 내어 푸르리
바다
수평선 위 갈매기들 너울너울 춤추는데
파도 따라 일렁이는 아련한 옛 그림자
외로이 두고 가려니 가슴이 아려온다
그리움에 발 담그니 하얀 미소 보고파라
이름 모를 물떼새는 예같이 정겨운데
서편에 지고 있는 달 나같이 서러울까
해무에 잠겨 우는 살아있는 갯벌아
언제나 멈춰 쉴까 밀려드는 그리움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아쉬움만 외롭구나
*친구의 기일 날에*
겨울나무
한때는 싱싱하게 푸른 꿈 가꾸더니
묵은 정을 훌훌 털고 고적을 노래하는
아, 너는 목마른 영혼 세한도를 그리누나
긴 삼동 아픈 철을 말없이 받아 드려
가슴에 꿈을 묻고 기다리는 저녁나절
저, 삭풍 맨살 위에다 설화 한 폭 그린다
묵은 옷 훌훌 벗어 던질 수 있는 자만
비로소 새 옷으로 갈아입는 그 영광을
아, 너는 자연의 섭리 가르치는 스승이다
겨울 갈대 숲
눈길이 머문 곳에 내 가슴도 열어두고
좌우로 기다랗게 놋다리 밟아가도
그 끝은 아득하여라 잡을 수가 없어라
바람 따라 사방으로 신들리듯 춤추면서
꽃눈개비 휘날리듯 온 몸을 내 맡기고
은사시 나뭇잎처럼 반짝이며 속삭인다
바닷바람 뭍바람이 살비비고 어르면서
정겹게 밀고 당겨 줄다리기 하더니만
순천만 아득한 품속 사랑놀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