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정원/오명옥

작성자박순철|작성시간26.06.15|조회수24 목록 댓글 1

[삶, 그리고 여백이 있는 곳]  천상의 정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지려나 온통 안개가 동네를 덮어버렸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 일찍 나가려고 했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기다렸다가 집을 나섰다. 부분부분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고 언뜻언뜻 해가 보이기도 했다. 내 마음속 기다림처럼 목적지는 가까운 옥천에 있는 '천상의 정원'이다.

 

은행나무와 벚나무 가로수 단풍이 아름다운 지방도로 가기로 했다. 안개가 질투하는 것일까 온통 산을 덮어 예쁜 단풍을 볼 수 없게 방해했다. 아름다운 가을 자연의 알몸을 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 컸다.

 

집 출발하여 문의가 가까워질수록 안개는 걷히고 있었다. 노오란 은행나무와 함께 대청호가 보였다.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흔들어 떨어지는 가을을 뒤로하면서 조용하고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 우뚝 솟은 샘봉산 봉우리도 노랗게 물이 들었고 가로수는 빨간색으로 주변은 모두 그림 액자 같았다.

 

구불구불하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달렸다. 염티재에 올라서니 구불구불 올라온 길이 한눈에 보여 장관이었다. 빨간색으로 물든 벚나무 가로수는 누군가 그려놓은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그림 같았다. 그렇게 그림 위를 달려 도착했다.

 

여름의 짙은 초록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문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두려움을 느끼게도 했다. 늘 이 작은 문을 들어서려면 마음이 경건해졌다.

 

천천히 입구의 작은 문이 열리고 몸을 최대한 굽혀야 머리를 부딪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정원의 이름에서 만난 천상의 세계를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최대한 낮추고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문 안으로 한발만 들여놓으면 '천상의 정원'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한발 들여놓으며 굽혔던 허리를 펴는 순간 빛과 함께 보이는 경치는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봄에 상아색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히어리는 노랗게 물들었고 나뭇잎을 갈색으로 말려 떨어뜨리며 봄의 꽃망울을 통통하게 키우고 있었다.

 

정원의 중간에 언덕의 중심을 이루며 누워 있는 커다란 검은 바위를 지나갔다. 주변에는 철마저 잃은 꽃들이 하얀 서리를 머리에 쓰고 웃고 있었다. 검은 큰 바위는 자기보다 작은 돌멩이와 자갈, 모래 등을 이곳저곳에 품고 있었다. 갈라져 골짜기처럼 생긴 곳에서는 맑은 폭포 물이 쏟아질 것 같았으나 폭포는 보이지 않고 빨간 물이 든 조팝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마치 붉은 단풍의 붉은색 폭포 물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천상의 세계는 이런가 보다. 척박해 보이는 바위가 모두를 품고 가꾸듯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보다. 서로를 보듬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이 배우고 지켜가야 할 것은 아닐까?

 

바람이 상수리나무를 어루만지며 살랑살랑 흔들었다. 노란 잎들이 회오리를 타고 춤을 추며 낭떠러지 밑의 대청호 품으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잔잔한 물결이 어머니 품처럼 안아 준다. 행복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했다.

 

자드락길을 안전하게 걷게 하려고 어디는 데크를 깔고 계단도 만들었다. 조용한 바람 소리, 나뭇잎의 속삭임, 곤줄박이의 짝을 부르는 소리, 조용한 물소리는 모두 손을 잡고 내 앞에 서서 바람이 지나는 길로 가고 있었다. 우리도 뒤따라 침묵하며 걸었다. 자연의 편이 되려고 말이다.

 

천천히 바람이 안내하는 대로 걸었다. '천상의 정원'에서만 지켜야 하는 규칙을 익히면서 말이다. 바람이 지나는 길이 나오면 잠시 비켜서서 기다려주고 나뭇잎이 춤을 추면 바라보면서 자연의 고마움과 함께 순응하는 법을 배워 보기도 했다.

상수리나무가 우거진 높고 작은 언덕에 도착했다. 발걸음이 머문 곳은 대청호가 한가득 보이며 큰 상수리나무 밑에 자리한 작은 교회였다.

 

십자가만 모셔진 작은 곳.

긴 의자가 달랑 두 개 놓인 곳.

믿음도 없으면서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가 잡아당기듯 안으로 끌려들어 가 십자가 앞에 앉았다. 넓은 하늘과 함께 보이는 호수에 압도되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가족이란 두 글자가 애잔하게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

 

천상에서의 편안함도 안개 속 같은 현실에서는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는 듯했다. 아침 안개 속에서 오색 가을 단풍을 걱정했듯이 지금은 십자가 앞에서 가족의 미래와 안위를 생각해 보았다. 가족을 위하여 혼자서 뇌까려보는 넋두리가 하나씩 하늘로 올라간다. 아직도 바람은 상수리나무를 간지럼 태우며 나무의 겨울맞이를 돕고 있나 보다.

 

노란 단풍잎 꽃비가 머리 위로 내렸다. 모든 상념을 호수에 버리고 천천히 현세로 돌아왔다. 출구의 노랗고 빨간 물 칸나꽃이 바람에 일렁일렁 손 흔들어 배웅했다. 행복을 내 손에 한 줌 쥐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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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순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천상의 정원!
    다시 가보고싶은 곳 중의 한 곳!
    내년 꽃피는 봄이 오면 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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