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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작성자도요새|작성시간26.06.10|조회수15 목록 댓글 0

귀촌
김병환

망둥이
우글거리는
도시가
보기 싫어서

청풍에
가슴 적시며
나 홀로
텃밭 가꾸며

좋은 일
칭찬해 주고
궂은 일
함께 나누는

정겨운
귀촌 생활이
마음을
잠들게 한다

김병환 시인님의 〈귀촌〉은 복잡하고 메마른 현대 도시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인간다운 정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담백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시인은 도시를 망둥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정의합니다 갯벌에서 끊임없이 펄떡이며 눈앞의 이익이나 생존을 위해 다투는 망둥이의 이미지를 빌려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도시인들의 소란스러운 삶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청풍(淸風)과 텃밭 이라는 시어가 등장합니다. 맑은 바람에 가슴을 적시고 홀로 텃밭을 일구는 행위는 단순한 농사가 아니라 도시에서 오염된 내면을 정화하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겠다는 고고한 선택이자 탈속(脫俗)의 태도입니다.

시인은 나 홀로 텃밭을 가꾸기 위해 내려왔지만 그곳에서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연대입니다.
​좋은 일 칭찬해 주고 / 궂은 일 함께 나누는 ​이 구절은 이웃과 슬픔과 기쁨을 온전히 공유하던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의 미덕을 상기시킵니다. 이기적 경쟁만 남은 도시에서는 불가능했던 진정한 소통과 상생이 귀촌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겨운 귀촌 생활이 / 마음을 잠들게 한다라는 결구는 이 시의 백미입니다. 여기서 잠들게 한다는 것은 영혼의 소멸이나 나태함이 아니라 도시에서 겪었던 긴장, 불안, 번뇌가 비로소 평안하게 가라앉았음을 뜻하는 절대적인 안식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치열하게 달려온 삶 끝에 마주한 영혼의 휴식이자,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달관과 여유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김병환 시인님의 귀촌은 어려운 한자어나 비비꼬인 수사 없이 짧고 리드미컬한 시행 속에 현대인의 가장 근원적인 갈망을 담아냈습니다
​짧은 호흡의 시행들은 마치 시인이 텃밭을 일구며 조용히 읊조리는 숨소리처럼 다가오며 독자들에게도 각박한 현실을 돌아보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위로와 쉼표를 선물합니다. 자연의 품에서 비로소 참된 평화를 찾은 영혼의 청정함이 맑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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