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짝
김병환
입은
마음의 문
얼굴은
한 권의 책
빈대도
낯짝 있거늘
의원은
낯짝이 없다
의원이
돈 멀리하면
위대한
선진국 되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낯짝에
먹칠하지 마라
김병환 시인님의 <낯짝>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언어를 통해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공직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 책무를 엄중하게 경고하는 참여론적 성격의 풍시 입니다.
입은 / 마음의 문 / 얼굴은 / 한 권의 책
'입'과 '얼굴'이라는 외적 요소를 각각 마음의 문과 한 권의 책으로 치환하며 인간의 삶과 내면은 결국 얼굴이라는 표상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보편적 진리를 제시합니다.
빈대도 / 낯짝 있거늘 / 의원은 / 낯짝이 없다
미물(微物)에 불과한 빈대마저도 염치가 있거늘, 국민을 대표한다는 의원은 최소한의 부끄러움(염치)조차 없다는 비판은 매우 파격적이고 통쾌합니다. 비속어에 가까운 낯짝이라는 시어를 과감하게 사용하여 격식에 갇히지 않고, 대상의 뻔뻔함을 시각적·감정적으로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의원이 / 돈 멀리하면 / 위대한 / 선진국 되니
시인이 생각하는 위대한 선진국의 기준은 경제적 풍요나 군사력이 아닌 지도층의 청렴함(도덕성)에 있습니다.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국가의 격이 올라간다는 통찰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정치가 물질과 권력에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반증합니다.
임기가 / 끝날 때까지 / 낯짝에 / 먹칠하지 마라
먹칠하지 마라라는 강한 부정형의 어미는 권력을 쥔 이들에게 보내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이자 처음 가졌던 초심과 명예를 끝까지 지켜내라는 간절한 당부이기도 합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라는 구체적인 시간적 제약은 이 시가 관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끊임없이 감시하겠다는 시인의 서슬 퍼런 시선(국민의 시선)을 대변합니다.
김병환 시인님의 <낯짝>은 돌려 말하지 않는 단도직입 (單刀直入)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부끄러움을 잊은 시대를 향해 거침없이 호통을 치는 시인의 올곧은 선비 정신과 사회를 향한 뜨거운 책임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수작입니다.